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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9)

토끼몹 2010. 4. 23. 23:12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이번에 블로그 리뉴얼을 아예 싹 질러버려서...
폰트도, 퍼스나콘도 바뀌었고
음, 내친 김에 타공카 별명도 바꿨습니다. 뒤에 '신디루비' 뺐어요:)
어차피 타르타로스에서는 디비디비로 불릴 테니까요 하하하.

*폰트 기본 크기가 10으로 좀 커졌는데, 읽기 좋을련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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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콜록 콜록'

 

탱이에게서 터진 스파크와 함께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방의 먼지까지 휘날려서, 사람들은 연신 기침을 해 대며 눈 앞을 손으로 휘휘 저어야 했다.

 

"콜록- 그래니트 언니?"

핑코는 그러면서 그래니트를 찾았다. 조금 뒤에 먼지 구름이 걷히자, 탱이 앞에 주저앉은 그래니트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 괜찮아?"

핑코는 놀라 그래니트에게 다가갔는데,

그랬는데, 그 전에,

 

"...괜...찮..." '파지직'

 

그래니트 대신 기계적인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 깜짝 놀라 멈춰 서 버렸다.

"방금 그건 무슨 소리였죠?"

소마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움직인다..."

"핑코?" 슈발만도 적잖이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너 괜찮냐?"

하지만 핑코는 동문서답으로,

 

"탱이가 움직여!!!"

 

과연 그래니트 앞에는, 눈에서 노란 불을 반짝반짝 빛내는 탱이가 앉아 있었다. 머리에 있는 태엽도 느리게 빙빙 돌아갔다.

"언니, 어떻게 된 거야?!"

핑코는 좋아라 그래니트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그-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아하하?"

그래니트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이과는 대단하구나."

루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구..." '파직'

놀랍게도 이 로봇은 사람의 언어도 할 줄 알았다.

"아, 탱이야, 나 핑코야, 핑코!"

핑코는 탱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야 이 로봇이 자신을 제대로 스캔하겠지.

"...핑...코......." '파직'

탱이는 한참동안 핑코를 바라보다가,

"...기존 데이터와 불일치......." 라는 소리를 했다.

"..뭐?"

핑코의 머리 위에 빠직, 화 났다는 마크가 떠올랐다.

"야 임마, 니가 고장난지 5년은 지났다는 걸 생각해야지!"

그러면서 핑코는 탱이의 허벅지 부분을 발로 뻥 찼는데, '퉁'하고 철로 이루어진 다리가 튕기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몸서리를 쳤다.

"핑코, 진정하세요......."

그래니트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핑코를 말렸다. "어쩌면 로봇의 프로그램의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할지도 몰라요."

"...아, 그런가......."

핑코는 귀찮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그래니트씨, 대단하십니다. 이 로봇은 5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었거든요."

어느새 핑코와 그래니트 옆에 와 있었던 슈발만의 말에 그래니트는 놀란 눈을 해 보였다.

"5년 동안이나요?"

"예. 그 후로 계속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어요."

"흠, 뭐하튼, 언니 고마워~"

핑코는 다시 밝은 표정으로 그래니트의 목을 꼭 끌어 안았다. 그 둘을 탱이는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때.

 

'쾅 쾅'

현관문이 시끄럽게 두들겨지는 기분나쁜 소리가 났다.

"누군가 찾아왔나 봅니다."

아엘로트는 그러면서 집주인인 핑코 대신 현관으로 가 문을 열어주었다.

"누구...?"

아엘로트가 말을 다 잇지 않는 것을 들은 소마와 루코가 방에서 나와 보니, 현관 앞에는 왠 '동물'이 한 마리 서 있었다.

 

흰 털로 뒤덮인 그 동물은 개와 닮게 생겼지만 개라고 할 수 없었다. 키가 성인 남자의 허리까지 올 만큼 크고 덩치도 집 입구를 거의 다 막을 만큼 컸다. 루코는 마치 어느 만화에서 본 듯한 몬스터를 대면하는 것 같았다. 현관에 서 있는 것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었다, 분명?!

"왈!"

그리고 그 동물은 매우 화가 나 있었다.

"...누구시죠?"

소마는 혹시나 동물 탈을 쓴 꼬마 아이가 아닐까 말이라도 걸어봤지만, 그 동물은 "왈왈!!"거리며 크고 긴 귀로 현관문을 쾅쾅 쳤다.

"아우, 뭐야- 저건 뭐야?!"

그제서야 방 밖으로 나온 핑코도 현관의 이상한 동물을 보고 경악했다.

"그만 해라, 알퐁스. 너까지 소란을 피우면 안 되잖느냐."

문 밖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

 

핑코는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물 뒤로 키가 큰 남자가 나타났다.

"어, 당신?!"

"핑코, 아는 사람이야?"

루코의 말에 핑코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응, 저 사람 아마 매년마다 나보고 시끄럽다고 전화오는 이상한 아저씨일 거야."

"..이상한 아저씨라니......."

현관의 남자는 얼굴을 찌푸리고, 한 손을 허리에 짚으며

"그리고 분명히 경고했을텐데. 밤 10시 0분 0초 이후로는 소란피우지 말라고. 내가 꼭 이렇게까지 내려와서 직접 항의를 해야겠나?"

라고 소리쳤다.

"그 아저씨 맞네."

남자의 말은 흘려들었는지 핑코가 무심하게 한 마디 하자, 그는 '짜증 지대로다'라는 얼굴을 하고,

"일 참 귀찮게 만드는군...알퐁스-" 라며 뭔가 앞의 동물에게 명령이라도 내리려는데,

 

"꺄아아아아악!!!!!!!!!!!!!"

방 안으로부터 그래니트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래니트 언니?"

"그래니트씨?"

핑코의 등 뒤로 곧 그래니트가 허둥지둥 뛰어 나왔다.

"언니, 왜 그래?"

"-저-저 로봇, 그-그러니까, 탱이가 이상해요!!!!!!!!!"

"응?"

핑코는 당장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방 안에서는 탱이가 두 발로 휘청휘청 걷고 있었다. 일어선 탱이는 거의 천장에 닿을락말락한 높이의 로봇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큰 탱이가 이리저리 휘청휘청대면서 방 안의 물건들을 제멋대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탱이야, 멈춰!"

핑코는 바로 탱이 앞으로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무언가에 잡혀 뛰어나갈 수 없었다.

"핑코, 잠깐-"

"발만씨, 뭐하는 짓이야! 쟤 어떻게 해 봐야지!"

"이쪽으로 오잖아!!!"

슈발만은 바로 핑코를 안고 방문 밖으로 피하고, 바로 뒤에 탱이는 문 밖으로 뛰쳐 나왔다. 어느새 탱이의 걸음 속도는 거의 뛰는 속도가 되어 있었다. 자제력을 잃은 듯, 탱이는 그 속도로 거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집 안 물건들을 바닥에 어질러 놓았다.

 

"......."

현관에 아직 서서 탱이가 난장판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안경을 다시 코 위로 제대로 올린 다음, 핑코의 집 안으로 들어 왔다.

"위험합니다,"

"일단 비켜."

"예-?!"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아엘로트를 제치고 그는 거실로 들어섰다. "알퐁스, 돌진해라!"

"멍!"

그러자 현관에 대기하고 있던 그 흰 털의 동물이 빠른 속도로 거실로 들어가 탱이를 향해 박치기를 했다?!

"당신 지금 뭐하는 거야!"

핑코가 아직 슈발만에게 붙잡힌 채 소리를 질렀지만 알퐁스란 동물은 전혀 듣지 못한 듯 계속 탱이를 바닥에 때려 눕혔다. 물론 알퐁스의 주인인 듯한 남자도 제멋대로 집 안에 들어와서는 집주인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만하면 됐다, 알퐁스."

알퐁스는 곧 옆으로 굴러 물러나고, 알퐁스의 주인은 난동을 부리는 탱이와의 거리가 1미터밖에 되지 않았다.

"위험해-"

소마의 입에서 어느새 다급한 말이 튀어나오려는데-

 

'척'

남자는 오른팔을 탱이를 향해 뻗었다. 그러자 희한하게도

 

탱이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

"......."

"...멍......"

 

그리고 거실에 흐르는 침묵.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

핑코는 황당함을 얼굴 표정에 그대로 나타냈다. "당신, 초능력자라도 되는 거야?"

"아니."

그제서야 탱이를 계속 바라보던 남자는 등을 돌려 핑코와 다른 사람들을 마주했다.

 

회색의 긴 머리를 낮게 묶어 늘어뜨리고 안경을 쓴 푸른 눈의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대마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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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보다 심하게 짧습니다.

그냥, 여기에서 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랬어요:)

* 이름은 안 나왔지만, 드디어 알퐁스와 크로모도 등장인 겁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