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1) (수정)
* 날씨가 왔다리 갔다리 하네요, 기온 조심?!!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행운의 버프 왕창 가져가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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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 5년 만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운데?"
밝은 갈색 머리를 뒤통수 뒤로 올려묶은 체격 좋은 남자가 레나르트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 있다. 마치 아파트 단지를 모두 지배하는 지배인이라도 되는 마냥 당당하게 허리 쭉 펴고. 다소 칙칙한 아파트와 심하게 대비되는 그 밝음이, 이 남자는 요 근처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펠리언씨, 우리는 놀러온 게 아니예요......."
그 옆에, 반대로 다소 작은 체구의 소년이 서서 펠리언이라 불린 사내를 올려다보고 있다. 역시 밝은 갈색 머리를 가진, 고등학생 쯤 되어보이는 소년이었지만 그 분위기는 펠리언과는 딴판으로 어쩐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인상을 주고 있었다.
"이왕 일 할 거면 즐기면서 해야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잖냐, 응?"
"뭐...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오늘 방문은 꽤 중요한 일이라구요."
"네, 루엔트 경, 알겠습니다, 알겠어."
"으익, 그렇게 부르지 마요!"
루엔트는 얼굴을 잔뜩 찡그려보였지만 펠리언은 오히려 그렇게 대응하는 소년이 귀엽기만 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런데 대장님은?"
"저기 카페라는 곳에서 먹을 것 좀 사 오신다고 하셨어요."
펠리언이 '대장님'이라고 칭한 사람은 지금 핀더스 카페 메뉴판을 올려다보며 무엇을 사 갈지 한참 고민하고 있는 엘핀도스라는 여자였다.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흰색 정장에 깔끔하게 커트한 금발, 늘씬한 체형 때문에 카페 안 손님들의 시선은 이따금 엘핀도스에게로 돌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카운터 뒤에 서 있는 두 알바생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근처에 사시는 분은 아닌가 봅니다."
"그러게. 분위기부터 도시 사람 같고. 그나저나 저 사람도 귀걸이가 십자가 모양인데? 네 거랑 같은 회사에서 만든 거 아냐?"
"하하하, 논리가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콩'
"..죄송합니다, 하하."
"주문이요,"
한참 끝에 엘핀도스는 카운터로 다가왔다. "딸기 와플, 바닐라 와플, 초코 와플 하나씩 주세요."
"예-딸기, 바닐라, 초코, 다 해서-" 카운터 담당 슈발만은 버튼을 다 누르고 앞의 손님을 보다가 잠시 멈췄다.
".....얼마죠?"
"아, 아, 그, 60리루입니다."
살짝 허둥대는 슈발만에 아랑곳하지 않고 엘핀도스는 조용히 값을 치룬 후 아엘로트가 건네준 종이 봉지를 들고 유유히 카페를 떠났다.
"..슈발만씨, 괜찮으세요?"
아엘로트가 말을 걸자 멍한 상태에서 빠져나온 슈발만은 세게 고개를 털어버렸다.
"아니, 그게....내가 저 여자를 어디서 봤더라?"
아파트 단지 입구의 낡은 가로등에 기댄 채 발로 땅만 차던 루엔트는 저 멀리서 '대장님'을 발견하고 반갑다고 팔을 크게 흔들었다.
"많이 늦었죠?"
엘핀도스가 환하게 웃으면서 와플이 담긴 봉지를 내밀자, 많이 배고팠는지 펠리언은 재빠르게 봉지를 받아들고(받기보다는 낚아 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정도였지만) 와플을 하나 꺼냈다.
"으앗, 무슨 짓입니까 펠리언!"
그가 와플을 바로 입으로 가져가려던 차에 역시 배고팠던 루엔트가 눈치를 주었다.
"아, 장난이다, 장난. 당연히 대장님 먼저-!"
그렇게 엘핀도스에게 집어들었던 와플을 넘겨주고 펠리언은 다른 와플을 꺼내서 입에 물었다.
"...저도 좀......."
루엔트가 툴툴거렸지만, 펠리언은 봉지를 높이 들고 약올리려는 듯 봉지를 휘둘렀다. 공중에서 춤추는 봉지에 손이 닿지 않자 루엔트는 울상을 지을 판이었다.
"그만 두십시오."
한참 뒤에 엘핀도스가 한 마디 하고 나서야 놀이를 그만두는 펠리언.
"아, 대장. 그런데 그 여자 집은 어딘지 알고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엘핀도스는 상의 안쪽 주머니에서 집주소가 적힌 작은 쪽지를 꺼내 펴 보였다. "이제 갈 일만 남았습니다."
"흠, 그렇군." 펠리언은 쭉 기지개를 폈다.
"언니, 언니-"
주말을 맞아 핑코는 이실리아의 집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이제 탱이가 요리를 해 준 지도 몇 주 되었지만, 그래도 핑코는 요리를 핑계삼아 이실리아의 집에 계속 드나들었다.
"응, 그건 거기에."
이실리아의 말에 핑코는 손에 집어들었던 양파를 풍덩 냄비 속으로 빠뜨렸다. 냄비에는 이미 배추들이 팔팔 끓는 물 속에서 삶아지는 중이었다.
'탕탕'
갑자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놀란 핑코는 곧 "가서 보고 올게"라고 하고 직접 현관으로 나갔다. 이 시간에 이실리아에게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는지 머리 속으로 인물 탐색을 하면서. 발만씨랑 깜장 오빠는 알바 중일 거고 소마 오빠나 루코 언니 역시 학교에서 자습할 시간이니까 그래니트 언니일려나? 모로 선생이 제 발로 찾아오진 않을 테니까.
그래서 핑코는 문을 활짝 열면서 "그래니트 언니-" 라고 밝게 인사를 했는데.
그랬는데.
핑코가 간과한 게 한 가지 있었다. 얌전한 그래니트 같으면 초인종을 눌렀지 그렇게 무식하게 문을 두드려 집주인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신기하네, 남자 보고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은 처음 봤어?"
핑코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씨익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서 있었다.
"누구세요?"
핑코는 낯선 사람을 보자마자 바로 경계 태세에 들어갔지만, 펠리언은 자기 앞의 꼬마는 딱히 신경쓰지 않고 뒤를 돌아보았다.
"대장, 여기 맞아? 그 여자, 혼자 산다고 하지 않았어?"
"아씨, 누구냐고!!!"
그제서야 다시 밑을 내려다보는 펠리언. 여전히 여유만만하게 웃는 모습이다.
"꼬마 아가씨가 당돌한 게 마음은 드는데, 처음 보는 어른한테 그렇게 쫙쫙 반말 까는 거 아니거든?"
"아저씨야말로 남의 집에 찾아와서 자기 신상도 안 밝히는 건 예의가 아니거든요?"
첫 만남부터 신경전을 펼치는 핑코와 펠리언을 말린 건 핑코가 악을 쓴 것을 듣고 부엌에서 나온 이실리아였다.
"핑코, 그러면 못 써-...?"
뜻밖의 방문객에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이실리아를 발견한 펠리언은 곧바로 '반가워요 만나서 다행입니다 이 꼬마 좀 치워주세요'라는 뜻의 표정을 지었다.
"히야, 대장, 이 사람 맞는 거 같은데? 머리 길이가 더 길어졌지만."
그러자 펠리언의 등 뒤에서 정장 차림의 엘핀도스가 등장했다. 그녀도 이실리아를 보자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잘 찾아왔군요."
"아니 그러니까 당신들 누구냐고?!!"
핑코는 짜증이 치밀어 올라 최대한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 사람들, 강적이었다.
"자자, 꼬마 아가씨는 잠시 옆으로 비켜주시고~"
"실례하겠습니다."
핑코를 제치고 이실리아의 집으로 무단침입하는 게 아닌가! 게다가 알고 보니 이들 뒤에는 소마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소년이 숨어있었다. 루엔트까지 모기소리만한 볼륨으로 "미안합니다" 하고 현관을 통과하자 핑코는 씩씩대며 루엔트의 팔부터 잡아챘다.
"으앗! 페-펠리언씨-"
핑코에게 붙잡힌 채 현관으로 끌려가는 루엔트를 보자 펠리언은 성큼 성큼 걸어가 핑코를 가로막고 섰다.
"당신도 나가! 왜 우리 언니 집에 와서 소란이야?"
"내 생각에는 아가씨가 나가야할 거 같은데?"
아니, 뭐? 남자의 말에 기가 막힌 핑코는 그의 종아리를 걷어 차 버렸다. 그게 꽤 아팠는지 펠리언은 더 이상 봐 주기 없기다-라는 식으로 핑코의 목 뒤를 잡아 가볍게 들어올렸다. 덕분에 루엔트까지 들어 올려진 셈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닌 듯 했다.
"핑코!"
한동안 이게 무슨 일인지 정신을 못차리고 있던 이실리아는 핑코가 위기에 처한 것을 보자 펠리언의 앞에 나섰다.
"아, 당신 이름이...이..이실리아였나? 이실리아씨, 이 꼬마 좀 밖에 내보낼게요, 우리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해서-"
"핑코를 괴롭히면 용서치 않아."
이실리아가 차갑게 살기를 내뿜자 펠리언이 깜짝 놀라버렸다. 반대로 핑코는 엄청나게 감동먹은 얼굴이었고.
여기서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 엘핀도스는 이실리아 옆으로 다가왔다.
"이실리아씨, 아까부터 계속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만...혹시 저희가 누구인지 모르십니까?"
"?"
이실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핑코는 거기에 부가 설명을 곁들였다:
"이실리아 언니는 옛날 기억이 없어서 여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빼고는 잘 모른다고?!"
"옛날 기억이 없다구요?"
"뭐?"
"예?"
거기에 엘핀도스와 펠리언, 아직도 팔을 붙잡힌 채 대롱대롱 매달린 루엔트가 동시에 놀랐다.
"...무례를 범했군요. 죄송합니다."
사태 파악을 한 엘핀도스는 이실리아와 핑코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실리아씨, 정확히 언제까지의 기억이 없는 거죠?"
"...5년 전부터는 기억이 있으니까...그 전까지...."
"그렇군요," 그러고 나서 엘핀도스는 펠리언에게 지시를 내렸다. "펠리언, 모두 밖으로 내보내 주세요. 회생 마법을 쓰겠습니다."
"오케이,"
"뭐?! 으-으악, 아저씨, 뭐하는 거야!"
'마법'이라는 단어에 놀라고 펠리언이 자신을 집 밖으로 들고 가는 데 또 놀란 핑코가 바둥댔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쓸 펠리언이 아니었다.
이실리아의 집의 현관문을 쾅 닫고 펠리언이 핑코와 루엔트를 내려놓자 핑코는 바로 현관문으로 달려들었다.
"언니! 언니!! 당신들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아따 기운 좋네, 이 아가씨,"
펠리언은 귀찮았는지 덥석 옷깃만 잡고 핑코를 문으로부터 떼어놓았다.
"나한테 손 대지 마!"
핑코가 펠리언의 손에서 벗어나자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그래, 네가 괜히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저, 진정하세요..."
루엔트가 핑코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할 상태야!?!"
그러면서 날뛰던 핑코는 순간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실리아를 구하지 못하겠다는 것을 깨닫고 몸을 돌려 엘레베이터를 향해 내달렸다.
이럴 때는 지금 제일 가까운 데 있을 남자를 불러와야겠다는 게 핑코의 생각이었다.
'쾅쾅'
"왈!"
귀가 손인지 손이 귀인지 모를 하얗고 통통한 개 알퐁스가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을 대신해 현관문을 열자, 잔뜩 씩씩대는 핑코가 서 있었다.
"알퐁스, 모로 어딨어?"
"너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기에 금방 현관으로 나온 크로모도를, 핑코는 다짜고짜 팔부터 붙잡았다. 그러자 옛날의 악몽 - 야식 모임에 오라고 한창 끌려다니던 지옥의 시절 - 이 생각난 크로모도는 재빨리 핑코의 손을 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으, 미안해 모로! 하지만 이실리아 언니가 위험하다고!!"
"무슨 소리냐."
'위험'이라는 말에 크로모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어떤 사람들이 언니 집에 쳐 들어와서 무슨 마법을 쓴대!"
"........"
'마법'이라고? 그렇다면 이 대마법사님이 조금은 흥미를 가져도 될만한 일일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한 크로모도는 "알퐁스! 엘레베이터 눌러라," 라고 애완 동물에게 지시를 내렸다.
"고마워."
의외로 빨리 움직여주기 시작한 크로모도에게 핑코는 짧게 말을 건넸다. 사실은, 고마워 미칠 지경이었지만-
"어차피 끌려 갈 거, 소란피우는 것보다는 조용히 내 발로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이 츤데레 대마법사님을 어찌할꼬, 핑코는 한숨을 쉬었다.
현관문에 기대어 엘핀도스의 회생 마법이 끝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펠리언은, 무심코 시끄러운 꼬마 아가씨가 사라진 쪽을 돌아보다가 자세를 바로 세웠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그걸 본 루엔트도 엉겁결에 일어났다.
"펠리언씨, 왜 그러세요?"
"귀찮게시리 그 꼬마가 누굴 더 데려온 거 같은데? 나 참......."
펠리언은 그러면서 핑코가 데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더 잘 보려고 눈을 찡그렸다. "키가 꽤 큰데.......어라?!"
놀란 것은 펠리언만이 아니었다.
급하게 걸어가는 핑코의 뒤에 바싹 붙어 따라오는 크로모도도 이실리아의 집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보고 눈이 커졌던 것이다.
"히야...크로모도씨 아니야?"
펠리언의 말에 핑코는 발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모로 선생, 아는 사람이야?"
"...알다마다."
크로모도는 뜻밖이라는 듯 아직도 큰 눈이다. "힘만 센 바보와 무능한 꼬맹이 콤비."
"무-무능이라니요, 크로모도씨......."
루엔트가 울상을 짓자 크로모도는 눈을 피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키는 좀 컸군."
"당신, 말버릇 고약한 건 여전하시네?"
"그쪽이야말로."
체격 조건으로는 우위에 있는 펠리언에게 말로서는 절대 지지 않을 기세인 크로모도. 이제는 두 사람 사이에서 신경전이 펼쳐질 것 같았다.
"저기, 둘이 어떻게 아는 사이야?"
핑코가 그 둘 사이에 적절하게 끼여들어서 다행이었지만. "내가 알기로 모로 선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 안에 꼼짝 않고 틀어박혀 있었는데....... 모로,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던 거야?"
"우와,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그거 폐인이네!"
펠리언이 킬킬거리자 크로모도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 이후로 연구할 일이 생겨서 그랬다."
"음, 하긴 독인가 뭔가...였던가? 꽤 고생했었지? 그 때도."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는 펠리언의 말을 듣고 핑코는 카오스에 빠진 느낌이었다. '그 때?' '그 이후?' 이게 뭔 말이래?
"들어오셔도 됩니다,"
마침 현관문 너머로 엘핀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핑코는 현관문을 벌컥 열고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언니! 언니, 괜찮아?!"
이실리아는 거실의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핑코의 상상과는 달리 멀쩡했던 그녀는 핑코가 달려들자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대장, 잘 됐어?"
뒤따라 들어오면서 물어보는 펠리언.
"예, 소실됐던 기억의 양이 많아서 오래 걸리기는 했습니다만."
그렇게 답한 엘핀도스는 펠리언 뒤에 있는 크로모도를 발견하고 미소지었다. "그러고보니 크로모도씨도 이 아파트에 사셨었죠. 오랜만입니다."
크로모도는 고개만 끄덕했다.
"...모로 선생, 이 아줌마도 알아?"
"야, 대장님께 감히 아줌마라니-"
"안다."
발끈한 펠리언의 말을 잘라주는 크로모도.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아줌마'라고 불린 건 우선 접어둔 엘핀도스는 핑코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핑코."
"핑코씨,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희들끼리 나눌 이야기가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뇨,"
이실리아가 고개를 흔들었다. "핑코도 들어야 해요. 핑코도 5년 전에 사건을 겪었으니까."
"5년 전 사건?"
핑코는 잠시 멈췄다가, "설마 타르타로스?!"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때 이야기인가."
크로모도는 시선을 아직 열려 있는 문 밖으로 돌렸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불러오는 게 맞겠지."
"다른 사람들이라뇨?"
"그 때 이후로 계속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 말이다."
루엔트에게 대충 대답한 크로모도는 현관에 서 있는 자신의 애완 동물을 불렀다. "알퐁스!"
"왈?"
그리고 크로모도는 다소 힘든 명령을 내렸다.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다 모이라고 해."
"왈!"
그래도 주인의 명령에 충실한 알퐁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 알퐁스의 뒤를 바라보며 핑코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되질 않았다.
갑자기 나타난 3명의 낯선 사람들. 그런데 모로도, 심지어 이실리아 언니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갑자기 5년 전 사건에 대한 이야기라니?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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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제에서 도피하기 위한 연성질이었습니다()
* 으악, 카페에다 쓰고 수정을 했었는데 티스토리에는 수정판을 올리지 않았었네요...() 수정했습니다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