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8)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8)

Posted at 2011. 1. 23. 19:55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정말로 오랜만에 재개입니다. 이게 몇 달만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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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군과 엘핀도스의 부대 간의 전투로 인해,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요란한 공격 소리가 가득 채워진 아파트 단지. 그 아수라장에서크로모도는 정신없이 그의 애완 동물을 따라 달리던 중이었다. 이때까지 자신과 함께 갈피를 못 잡고 헤매던 알퐁스가 돌연 어떤 확신이 들었는지 자신의 옷자락을 물고 끌었기에, 크로모도는 알퐁스를 믿고 뒤따르고 있었다.

"퀸시?!"
"아, 크로모도,"

그리고 다행히도, 알퐁스의 후각은 주인을 배신하지 않았다. 퀸시는 아파트 2동의 입구 앞에서 막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게다가 멀쩡하고. 게다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긴급 상황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고 -

"'아, 크로모도,' 라니 너 뭐가 잘나서 그렇게 태평해?!!!"

 그런 퀸시에게 크로모도는 그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실은 무사해서 신에게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야 할 것을, 너무나도 허탈해서 속에 쌓였던 것이 폭발해 버렸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퀸시도 화를 낸다.

"넌 다른 사람들 도와줘야 될 걸 왜 여기에 와서 이 난리야?!"

퀸시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나는 -

"왈왈!!!!!"

알퐁스가 갑작스럽게 짖어대자 크로모도는 번뜩 정신을 차리고 알퐁스가 손을 흔들어대는 방향을 보았다. 밤하늘에 흐릿한 무언가가 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 ?!

"위험해!"

순간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크로모도는 냅다 퀸시를 끌어안고 땅으로 엎어졌다. 미사일이다, 적어도 그런 물건이다, 맞으면 끝장이다!

'쾅'
'파지직'
"..음?!"

지면에 도달하기도 전에 터져버린 그 물건과 예측하지 못했던 스파크 튀는 소리에 크로모도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크로모도씨, 괜찮으세요?"
"..너는......."

앞에는 푸른 머리의 소년이 서 있었다. 오른손 위에 얹혀져 있는 원반 같은 것에서는 푸르스름한 빛이 파직거리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소마라고 했던가, 이 소환수는 2동 주변이 자기가 맡아 지키기로 한 구역이었지. 그러니 자신들을 구해준 건 이 녀석일 터였다. 그 미사일이란 것은 두 동강이 난 채 저 멀리 땅에 처박혀져 있었다. 그 미사일을 보자 크로모도의 미간이 좁혀졌다. 이제는 아예 하늘에서 저런 걸 떨어뜨리는 거냐.

"너무해, 저런 것까지......."

5년 전에는 저런 걸 마구잡이로 떨어뜨렸어. 이 정도면 양반이다. 그렇게 말해주는 대신 크로모도는 퀸시를 일으켜 세워 주고는 소마를 불렀다. 퀸시가 무사한 것도 확인했으니 자신은 또 자신의 일을 하러 가야 했다.

"미안하지만, 이 녀석 좀 내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겠나?"
"예,"
"부탁한다,"

잘은 모르지만 왠지 믿음이 가는 소년이다. 크로모도는 소마에게 퀸시를 맡기고는 알퐁스를 데리고 엘핀도스의 막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크로모도의 뒷모습을 쭉 지켜보려던 퀸시를 소마는 얼른 데리고 2동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크로모도의 집은 아파트의 꼭대기층에 있었다. 구식 엘레베이터는 느릿하게 한 층 한 층을 기어올라가는 듯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퀸시가 조용히 말했다.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안심시키고 보자는 식으로 대답한 소마는,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능력이 완전하게 발휘되지 않는 몸이라 자신은 2동과 3동 - 미르는 3동에서 대피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 건물의 범위만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전세는 영 좋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방금 전의 미사일을 빼 놓고서라도, 특공대를 실은 헬기니 뭐니를 동원해서 공중에서 공격을 하지를 않나, 전면전으로 전경들을 몰아붙이지 않나. 그나마 엘핀도스 군의 마법사들이 어떻게 해 보고는 있는 모양이고 정부군의 공격을 대비해 배리어도 미리 쳐 뒀지만 소마가 보기에 이 싸움은 수적으로도 화력 상으로도 불리했다. 그리고 자신은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전력이 되질 못하고 있었다. 명색이 이 곳을 지키기 위해 소환된 소환수인데.

"아, 도착했다."

퀸시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래, 여기는 꼭대기 층이었지.

"퀸시씨," 소마가 퀸시를 따라 내리며 물었다.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나요?"

"물론...저 계단을 올라가면 되긴 하는데. 왜?"
"위에서도 상황을 봐 두고 싶어서요. 계속 밑에서만 있느라."
"그렇구나." 퀸시는 얇은 귀를 파닥였다. "행운을 빌어."

감사합니다. 소마는 고개를 끄덕여 간단히 답한 후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나도 나중에 오토바이 면허 따 볼까 봐."
"그런데 면허 따는 거, 말만큼 쉽게 되지는 않습니다?"
"흥, 그러셔?"

불안감을 잊으려는 듯 괜히 계속해서 말을 꺼내는 루코와, 그걸 알고 일부러 장단을 맞춰주는 아엘로트, 그리고 두 사람의 뒤에서 말없이 무게중심을 받쳐주고 있는 슈발만 세 사람은 오토바이 한 대를 나눠타고 레나르트 아파트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새 밤이 깊어 도로의 통행량이 적어진 덕분에 오토바이를 세 사람이 같이 타고 있다고 태클을 받는다거나 사고가 날 위험은 적은 것이 그나마의 불행 중 다행이었다.

"나중에 카페 가면 와플 공짜로라도 하나 줘, 솔직히 아까 그 파일들 내가 찾은 거잖아?"
"USB는 슈발만씨께서 찾으셨잖습니까."
"아, 뭐, 어쨌든! 나 단 거 땡겨. 오랜만에 먹고 싶다구. 와플 안 먹은지 오래 됐어."

오래 되었다. 최근 들어 5일간,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질 일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모두들 암묵적으로 야밤의 다과회는 쉬자는 것에 동의하고 있었다. 모두 모여 함께 먹고 수다 떨고, 매일마다 해 왔던 그 일상이 지금은 어찌나 그리운지.

"오래 됐군요."

아엘로트도 루코와 같은 심정이었는지 짧게 말하고는, 핸들을 꽉 쥐었다.

"오래 됐지."

한숨과 함께 슈발만도 한 마디 내뱉었다. 부디 오늘만 지나면 어떻게든 끝나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일이 아니었지만, 제발 어떻게든 빨리 끝났으면.




철문을 열고 옥상에 들어서니, 아파트 단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소마는 옥상 바닥에 줄지어 서 있는 화분들을 발로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파트의 정문이 있는 방향의 구석으로 걸어갔다. 정문 쪽에서는 엘핀도스의 군대가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화이어필드의 불길 때문에 정부군 쪽에서 쉽사리 접근을 못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들의 목적은 레나르트 아파트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격은 최선의 방어 방법이지요.' 라며 몇 시간 전 작전 설명을 시작하던 엘핀도스가 떠올랐다.

"..어?!"

그러다가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뒤로 돌린 소마의 눈이 단박에 커졌다. 어두워서 잘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아파트 단지의 뒤쪽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직감상 저 사람들은 절대 이쪽편이 아니었다. 정부군 쪽일 거다. 빠르게 그들이 향하는 방향을 눈으로 쫓아보니 아파트 단지의 후문 근처에 펠리언이 사람 몇을 데리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저 수로는 역부족이다.

'어떻게 하지?'

자신이 지금 펠리언에게로 달려가 그쪽으로 적이 오고 있다고 알리기엔 엘레베이터가 너무 느리다. 그렇다면.
소마는 한 손을 하늘을 향해 뻗어 전기를 모았다. 그렇다면 이쪽에서 먼저 선제 공격을 해 주면 된다. 절대, 아파트 단지의 뒤로 쳐들어오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하앗!"

기합 소리와 함께, 소마는 모은 전기를 후문 방향으로 내리꽂았다. 갑자기 지상에 내려친 벼락은 적에게 타격을 입혔을 뿐만이 아니라, 떨어진 곳에서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던 펠리언의 주의를 끌어모으기도 했다.

"뭐야, 진짜로 이 쪽으로 쳐들어오려고 그랬네?"

엘핀도스가 슈발만이 건네준 정보를 믿고 자신을 이쪽으로 보냈을 때, 펠리언은 솔직히 탐탁치 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쪽으로 오다가 뭐에 맞았는지 휘청거리고 있는 적군들을 보니 슈발만이란 사람이 보통 사람은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을 바꿨다. 그나저나 뭐에 맞았길래 저렇게 파리해진 거지?

"어쨌든, 가자 얘들아! 이 때 쓸어버리자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급작스런 적의 방문에 놀란 부하들을 데리고, 펠리언은 적군들을 향해 진격했다. 라이트닝 월이 제대로 먹힌 것을 확인한 소마도 수가 적은 펠리언과 그 동료들을 위해 옥상에서 공격 보조를 했다. 앞에서는 사람이 달려들고 위에서는 스파크가 튀고, 난리가 따로 없었다. 전기가 몇 번 튀는 것을 보고서야 펠리언은 위를 쳐다 보고, 푸른 빛의 전기를 모으는 소년을 어렴풋이 분간할 수 있었다. 보일지 어쩔 지는 몰라도 펠리언은 일단 엄지 손가락을 위를 향해 치켜 세워줬다. 요 며칠간 자기 임무에 대해 자신이 없던 꼬맹이였는데 이럴 때 칭찬해 줘야지.
그러느라 펠리언은, 아직 제압하지 못한 사람들 중 한 명이 무전기로 긴급 연락을 취하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레나르트 아파트 단지에 거의 다 왔다. 아엘로트가 "공격 루트는 아파트 단지의 뒤쪽으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한 쪽 방향보다는 여러 방향에서 공략하러 올 겁니다. 어쩌면 우리가 찾아 낸 루트는 정면에서 맞붙을 때 뒤를 치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죠." 라고 말한 것을 근거로, 오토바이는 아파트 단지의 서문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앞도 뒤도 아니라면 옆이라는 논리였다.

"엇, 저것 봐! 불난 거 아니야?!"

갑자기 루코가 소리지르며 손가락을 뻗었다. 아파트 단지 쪽에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이따금 벼락이 내려치는 것도 보였다.

"마법사들이니까 불꽃 날리는 정도야 쉽게 하겠지."
"에?"
"일부러 불을 피운 걸 수도 있어."

아 참, 우리편에는 마법사들이 있었지. 슈발만의 말에 루코는 뻗었던 팔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아파트 단지에 남겨두고 온 이실리아와 크로모도, 그리고 소마가 생각났다. 이런! 미미를 메리트네 집에 맡겨둔 게 다행이었다. 세 사람만 해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펠리언을 도와 아파트 단지의 뒤로 쳐들어오려던 부대를 충분히 제압했다고 생각하고 나서야 소마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 종료가 된 것이 아니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아파트 정문 쪽을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저건...?!"

그러자 아파트 단지의 정문 쪽 하늘에 이상한 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엄청나게 커다란 구형의 물건이었다.

"엘핀도스 대장님! 적군이 물러가고 있습니다!"
"뭐라구요?"

부하의 말에 엘핀도스는 깜짝 놀라 고개를 치켜 들고 상대의 상황을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정말로 적군이 재빠르게 뒤로 빠지고 있었다.

"전군, 진격을 멈추세요!"

이건 항복하겠다고 물러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뭔가 있었다. 하지만 적군의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법사들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건 화이어 필드나 진동파를 깔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

" - 설마?!"

엘핀도스의 뇌리에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단어 하나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폭탄.'

"대장님, 위에 - !"

위라고? 엘핀도스가 그 말을 듣고 시선을 위로 향하자, 하늘에서 커다란 구가 천천히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엘핀도스에게는 보였다. 그것은 마력이 엄청난 양으로 징집되어 있는 것이었다. 말 그래도 마력 '폭탄'이었다 -

"엎드리세요!!!"

다급하게 소리치는 엘핀도스. 저게 땅에 닿아 터지면 끝장이다. 뭉쳐있던 마력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 틀림없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소마도 마찬가지였기에, 재빨리 전격을 날려 그 폭탄을 맞췄다. 그러자 아파트의 옥상보다 조금 아래의 높이까지 다다랐던 구가 곧바로 터져버렸다.

'쾅'
"크앗?!!"

폭탄이 터지면서 방출된 마력의 힘이 센 탓에, 멀리서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파동은 소마를 그 많은 퀸시의 화분들과 함께 옥상 한 구석으로 날려버렸다.

"윽 - "

옥상에 쳐져있던 철조망에 부딪혀 건물 아래로 추락하는 것은 면했지만, 대신 깨진 화분의 파편들을 온몸에 받은 소마는 힘이 완전히 빠진 채 바닥에 엎어져버렸다. 그러고도 가까스로 눈을 뜬 소마의 시야에 잡힌 것은, 아까와는 반대쪽으로부터 날아오는 좀 더 거대한 마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미처 손을 써 볼 생각을 하기도 전에 소마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들었어? 들었냐고?"

쾅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루코가 버르작댄다. 아엘로트의 오토바이는 1동이 있던 자리와 2동의 사이에 있는 아파트 단지의 서문을 막 통과하고 있었다.

"...이런......."

브레이크를 밟으며 아엘로트는 얼굴을 찌푸렸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평화로웠던 아파트 단지의 현재 상황은 처참했다. 방금 터진 폭탄 때문에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있던 막사들은 물론 놀이터나 주차장까지 엉망이 되어 있었고, 땅이 아닌 하늘 높이에서 터졌는데도 불구하고 터져나온 마력의 파동으로 부상자들이 속출했던 것이다. 그들을 치료하러 뛰어다니는 사람들, 망가진 배리어를 고치기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등등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5년 전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아엘로트는 겨우 억눌렀다. 지금은 과거에 대한 후회를 할 때가 아니었다. 이들을 도와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아야 했다.

"이실리아씨!"

그 와중에서 보라색 포니테일을 알아본 슈발만은 오토바이에서 뛰어 내려 이실리아에게로 뛰어 갔다.

"...슈발만씨?"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이실리아가 슈발만을 발견하고 반색을 한다. 그 동안 아무 것도 못 하고 구호 물품을 옮기는 잡일을 하고 있던 이실리아는 갑작스레 막사를 덮친 파동 때문에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막사에서 빠져나와 방황하던 중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괜찮아요."

무사하댄다. 다행이다. 슈발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피해!!!"

주위 상황이 심상치 않다. 사람들이 고함을 치며 이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뭐지? 슈발만은 사람들의 시선을 쫓아 위를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커다란 것이 이쪽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건 위험하다고 -

"루코씨, 피해요!"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에 아엘로트는 급한 대로 루코라도 끌어안고 땅바닥으로 다이브했다. 그러자마자.

'쾅'

두 번째 폭탄이 지면에서 터져 버렸다.




"..푸압!"

호흡을 오래 참았다가 수면 위로 고개를 쳐 드는 사람마냥 루코가 옆으로 고개를 뺐다. 무언가 강력한 힘이 덮쳐오길래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땅에 엎어져 있었는데, 이제서야 압박하던 그 무언가가 가신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당신 뭐하는 거야?!?!"

자기 위에 다른 사람이 엎어져 있었다. 화들짝 놀라 치한이야! 라는 식으로 아엘로트를 옆으로 밀쳐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안 봤는데?"

물론 응큼한 생각으로 덮친 건 당연히 아닌 걸 알았지만 괜히 민망해져서 아엘로트를 한껏 째려보는 루코. 그런 루코에게 아엘로트는 난처한 듯 하하하 웃고는 일어섰다. 아니, 일어서려고 했다.

"큿 - "
"뭐야, 왜 그래?"

아엘로트가 일어나려다 말고 팍 주저앉길래 속이 덜컥하고 뒤집힌 루코는, 그제서야 아엘로트의 왼발이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 왜 그래? 잠깐, 가만히 있어 봐,"
"아뇨, 괜찮 - "
"괜찮긴 뭐가 괜찮아?!!"

루코가 젖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러서 아엘로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더 말하면 앞에 있는 아가씨가 울어버릴 것 같아서. 하지만 이미 늦은 모양이다. 씩씩대며 아엘로트의 발목을 살펴보는 루코의 눈에서 눈물 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고 있었다. 이런, 살면서여자 울리는 일은 또 하고 싶지 않았는데. 루코가 발목의 이곳저곳을 누르는 데서 생기는 통증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아엘로트는 묵묵히 견뎠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하늘로부터 벌받고 있는 거라고 치자면서.
아차, 그러고보니 슈발만씨는?

"움직이지 마!"

아엘로트가 아파트 단지 안쪽을 보려고 몸을 틀자 루코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런데 이 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정말이지 도움이 안 돼, 라며 얼굴 들고 아엘로트를 보려는데 이 남자의 표정이 창백하게 굳어있다. 무슨 일이지, 불안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루코도 아엘로트가 보는 방향을 바라봤다.

"...!!!!!!!!"

이실리아가, 자신의 앞에 쓰려져 있는 슈발만을 미친 듯이 흔들고 있었다.


"슈발만씨? 슈발만씨!"

자신 대신 마력의 폭발을 받아냈더니 이렇게 되어 버렸다. 자기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로 이실리아는 그저 슈발만의 이름만 애타게 부르며 어깨를 부여잡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돌보지 않고 나같은 걸 지켜준 건가요, 어째서 신은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을 데려 간 건가요, 어째서 - 

"어째서!!!"


그 외침이 자신의 능력을 트리거시킨 것을 이실리아가 알아차린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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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오랜만에 써서 큰일났어요. 저조차도 전편까지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몇 번이고 다시 읽고 했어요 ㅠㅠ
연재 속도가 이 모양이라 죄송합니다ㅠㅠ 벌써 1년이 넘었다니!
이제는 이 사람들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 그런데 오토바이는 브레이크...밟는 거 맞나요? 저도 운전 면허가 없어요. 루코야 같이 따자.

* 네 맞아요. 사실 발만이실보단 루코아엘이 좋아서 끝부분이 미묘하고 소마루코보단 아엘루코가 좋아서 아엘이 부상당한 게 들어갔어요<<<<
원래 소마루코로 보이던 그 라인이 세월이 지나니 아엘루코로...그런데 게임 본편에서도 좀 그런 식이지 않던가요? 그러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음음. ........잡담입니다.

* 타공카에 올리던 소설인데 다시 오랜만에 올리기 참 민망하네요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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