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쓴 퀄릿이라 민망한데 원래 비공개처리 하려다가 그냥 편히 즐기잡시고 공개로 돌렸음다// ....................심심했어요 심심하면 안 되는데..
12월.
수능이 끝나 입시철이란 것도 끝났고, 덕분에 3학년 학생들은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잉여롭게 놀거나, 깽판치며 놀거나.
크로모도의 경우는 전자 쪽. 그 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실컷 읽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
반면 룸메 슈발만은 그 두 가지 분류의 예외적인 케이스였다. 수능을 보긴 했지만 실용음악학과에 진학한다고, 슈발만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드럼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초 처음 만났을 때의 붉은 머리 바보가 생각났다. 세월아 네월아, 학업에 시큰둥하던 슈발만은 루코라는 1학년생이 벌인 학교 밴드라는 것 덕분에 자신의 방향을 잡았다. 밴드에서 함께 활동하다보니 그 녀석이 사실은 열정적인 녀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제일 많이 틀리기는 해도.
딩동, 한 교시가 시작함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차피 수업 시간에도 수업을 안 하는 처지라, 저 종소리는 이제 의미가 없다. 하지만.
"..하아."
가방에서 한약 팩 하나를 꺼내들고 크로모도는 한숨을 쉬었다. 퀸시가 집에서 보내온 것. 이제 한약 먹을 시간이다. 학교를 1년 쉬었더니 퀸시가 다시 학교에 복귀한 크로모도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비타민이고 영양제고 한약이고 몸보신이 될만한 것은 죄다 보내오고 있었다. 이제 입시 끝났으니까 그만해도 될텐데, 퀸시는 그래도 막무가내다.
퀸시가 자신을 걱정하는 줄은 잘 안다. 문제는, 이 한약을 먹으려면 물중탕으로 데워야 하는데, 그 뜨거운 물을 얻으려면
"..2층까지 내려갔다 와야 한단 말이다...."
그리고 3학년 교실은 4층, 학교 꼭대기층에 있었다. 아 귀찮아.
그래도 퀸시의 정성을 외면할 수는 없어서 - 사실은 그녀의 물뿌리개 휘두르기 스킬이 무서워서 - 크로모도는 뜨거운 물을 담을 컵과 한약 팩을 들고 2층까지 내려갔다. 막 수업이 시작한 터라 복도는 조용했다.
온수가 나오는 정수기는 2층 복도 끝에 있었다. 2층에는 2학년 교실에 교무실과 양호실이 있었지.
'드르륵'
"..?!"
조금 떨어진 양호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크로모도는 무심코 올려다봤다가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그런데.
'....저 녀석이 왜 저기에서 나오는 거지..?'
깔끔하게 숏컷된 흑발, 희한하게 교칙에 걸리지 않는 한쪽 귀에만 달린 금색 십자가 귀걸이, 교내 자타공인 미소년. 동시에, 밴드부의 기타 파트.
아엘로트다. 문을 조용히 닫은 그 녀석이 한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그걸 보고 크로모도에게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저번 가을, 모 공연 준비 도중 아엘로트가 과로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 뒤로도 연습을 스스로 강행하다가 결국 콘서트 당일날, 공연을 끝내고 대기실에 오자마자 정신을 잃어 바로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학교 축제 때는 아엘로트 대신 루엔트라는 루코의 클래스메이트를 대신 기타 파트로 들여와 무대에 올라야 할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엘로트는 퇴원했지만, 그 후로도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진 것이 보였다. 특히 병원에 입원해서 여러 환자들을 본 경험이 있는 크로모도에게는 그게 확실했다. 다른 밴드부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나.
지금 양호실에서 나오는 것도 설마...
"...?!"
아엘로트가 무심코 이쪽을 보다가 크로모도를 발견하고 놀란다. 상호 서로의 존재를 들켰으니 이거 뭐 어쩔 수 없겠군. 크로모도는 온수가 든 컵을 들고 아엘로트 쪽으로 왔다.
"아픈가."
"아, 아뇨, 피곤해서 잠시 누워있다 나왔습니다."
그러셔. 아엘로트 성격상 절대 먼저 양호실에 가서 선생님 저 잠깐 자다 나갈게요 할 녀석이 아니다. 교실에서 휘청거리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떠밀려 온 거겠지. 최악의 경우는 쓰러져서 누가 업어왔다거나.
"......."
한참을 말없이 서로 마주보고 서 있다가, 크로모도가 오른손에 든 것을 아엘로트에게 쑥 내밀었다.
"이따 연습 시간 때 갖고 와."
"예...?"
아엘로트가 크로모도가 내민 컵과 크로모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좀 쓰긴 하지만 뭐,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겠군."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말하는 크로모도는 빨리 잡으라고 컵을 흔들었다. 컵 속 뜨거운 물에 담긴 한약 팩을 한참 보던 아엘로트가 그제서야 이 퉁명스러운 선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제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한약은 비싼데 - "
"집에서 매달마다 상자 채로 보내서 오히려 처리하기가 곤란하다."
그러니까 빨리 좀 받을래. 크로모도가 얼굴은 돌린 채 눈동자만 옆으로 돌려 노려보자 아엘로트는 하하, 짧게 웃고는 컵을 받아들었다.
손목 아파서 대충 썼음// 생각해보니 손목 안 아파도 별로 이것보다 잘 쓰진 않잖아 난 안 될거야 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