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4)

Posted at 2010. 8. 3. 15:00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후반부 ->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 댓글 등의 피드백 항상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무한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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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도 지금처럼 하늘에 구름이 없었던 날이었다.

 

"...슈발만,"

"예?"

오래 앉아 있느라 뭉쳐버렸을 어깨 근육도 풀 겸 해서 창가에서 밤하늘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던 슈발만은 얼른 뒤돌았다. 앙상한 팔에 주사 바늘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쪽으로 오라는 말씀이시겠지. 타르타로스 사건의 여파로 입원하신지 한 달인가 두 달이 넘었건만 아버지의 상태는 악화됐으면 악화됐지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왜 그러세요?"

"오늘 집에 가서 뭣 좀 찾아와줬으면 해서......."

집에 가서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시는 건가. 하지만 아버지를 간병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연락이 닿는 친척이 없었고, 슈발만조차 그의 친아들이 아닌 양아들이었기 때문에. 그러니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중요한 물건인가요?"

그렇다고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었고.

"내 방에 가면...책상 옆 서랍에서...맨 아래쪽에 서랍에......."

그냥 말씀하시는 것을 봐서는 중요한 물건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슈발만은 그 때 잠시나마 자리를 비웠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서랍을 뒤져 슈발만이 찾아낸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처음보는 사람이었는데, 그나마도 초점이 흐리게 찍혀 슈발만이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의 머리색이 보랏빛이라는 것 정도였다. 고개를 갸웃하며 사진을 뒤집어봤다가 슈발만은 잠시 굳어버렸다.

 

그 사진에 찍힌 사람을 찾아달라는 아버지의 메시지가 사진의 뒷면에 휘갈겨져 있었다.

 

 

그렇게 그 사진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유언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던 슈발만에게 지난 5년은 그 유언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백수로 보였을지언정. 하지만 능력껏 수소문을 해 봐도 사진의 흐릿한 실루엣과, 아버지의 메시지 속에 담긴 힌트만으로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슈발만은 베란다에 기댄 채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보았다. 뒷면에 쓰인 그 '힌트'라는 것은, 사진 속의 사람이 '치유' 속성을 지닌 오볼루스 단체의 단원이라는 것이었다.

 

"....인생 진짜 허무하다......."

아까 엘핀도스 일행의 설명을 듣고 나서, 왜 '오볼루스'라는 단체에 대해 아는 사람을 그 동안 만날 수 없었는지 납득이 갔다. 비현실적이라 여겨지던 마법에 관련된 집단이니 당연하지. 그리고 사진 속의 사람은 몇 년 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기억 상실 여인이었다니.

'쿵쿵'

갑자기 현관문이 두들겨지는 소리가 나서 슈발만은 홱 뒤돌았다. 문밖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누가 왔긴 왔는데...왜 초인종을 안 누르고...?

 

 

"뭐? 우리들도 뭔가 하자고?"

놀라는 슈발만을 불러낸 것은 다름아닌 아엘로트와 루코였다. 루코 역시 아엘로트에게 끌려온 것 같았지만. 그리고 이 아엘로트라는 사람이, 글쎄, 자기들도 소위 '제2의 타르타로스 사건'에 대해 무언가 해 보잰다.

"하지만 우리가 뭘 어떻게?"

루코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아엘로트가 무언가 꺼내들었다.

"그거 카드키같이 생겼는데?"

슈발만의 말에 아엘로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대로입니다. 국가 정보원 산하의 연구소로 들어갈 수 있는 카드키죠."

"에? 국가 정보원?!"

소스라치게 놀라는 루코.

"국가 정보원은 타르타로스 사건을 주도한 국가 기관입니다. 저희가 직접 엘핀도스씨를 도와드릴 수는 없겠지만, 그곳에 가면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어떻게 안 거야?"

루코의 말에 아엘로트는 싱긋 웃었다. "인맥 활용, 이랬잖습니까?"

"하긴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런 데라도 가 보는 게 낫겠지."

슈발만도 거의 동의하는 쪽으로 대답을 내놓았다.

"으음....그럼 언제 가는 게 좋을까?"

루코는 아예 가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지 일정부터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엘로트는 그것까지도 미리 생각해놓았던 모양이다.

"엘핀도스씨께서 말씀해 주신 예정일이 일요일이더군요. 그 전날인 토요일에 가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루코씨 학교 자습도 일찍 끝나는 날이고 저와 슈발만씨도 아르바이트가 일찍 끝나니까요. 예정일 당일날 가는 것보다는 전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나흘이나 기다려야 하나......게다가 나 자습 끝나면 저녁일텐데?"

"원래 이런 일은 밤에 해야 제맛이죠."

"......."

하긴, 정보원이라는 곳에 가는 건 정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몰래 침입하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지만 세 사람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엘핀도스씨 쪽에 알릴 필요는 없을까?"

슈발만의 말에 아엘로트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그곳에 가서 무얼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그 분들께 좋은 영향을 끼칠지는 알 수 없으니 우선 저희들만의 이야기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흠...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안 될지 모르니까 조용히 있자, 이거지?"

루코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디 우리들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미미, 다녀왔어,"

슈발만, 아엘로트와의 이야기가 끝나고 집에 들어서면서 루코는 습관적으로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TV앞에 멀거니 서 있다가 말을 듣고서야 루코에게로 뛰어 왔다. 나이가 들어서였는지 - 루코가 어릴 적을 기억해 봐도 이 고양이는 그 때부터 이미 늙어있었다 - 미미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주인에게 가만히 안긴다거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녀왔느냐' 라는 식으로 눈인사를 할 뿐.

"후아-"

신발을 벗고 들어오자마자 거실 위 카펫에 벌러덩 누워버리는 루코. 옆으로 얼굴을 돌리자 TV 위에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언니- 결국 나도 뭔가 하게 됐어. 잘 됐지?"

그러면서 루코는 사진 속의 언니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야옹~"

미미가 왠일로 루코의 머리칼에 자신의 머리를 비벼댄다. 이 녀석도 잘 된 거라고 해 주는 걸까? 기분나쁘지는 않아서 미미를 쓰다듬어줬다.

"나랑 슈발만씨랑 이실리아씨네 옆집 사람이랑 같이 가게 됐어. 아엘로트씨, 생긴 건 엄청 수상한데 머리가 비상한 것 같아. 헤헤,"

리안도 이쪽을 향해 웃고 있다. 잘 되겠지, 그럼. 언니 말마따나 내 운동 신경은 좋으니까, 건물에 잠입하는 정도야 식은 죽 먹기라고.

"언니도 잘 되라고 빌어줘?"

"야옹~"

언니 대신 미미가 대답을 해 주었다. 한 번 더 미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루코는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흠......."

소마가 아까부터 표정이 좋질 않았지. 계-속.

 

 

"여보세요...루코?!?!"

피곤해서 잘 준비를 하던 소마는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가 깜짝 놀라 버렸다.

"내가 전화하는 게 놀랄 일이야?"

"그렇지는 않지만......."

그 뒤로 한참 침묵이 흐르다가, 말을 고르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던 루코가 다시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니까."

"응?"

"...힘내."

"아- 응, 고마워."

"아하하하핫," 갑자기 루코가 크게 웃었다. "안 하던 말 하려니까 오글거린다, 미안 미안,"

수화기 너머 소마도 그제서야 긴장을 푼 채 웃고 있었다. 이제서야 예전의 소마와 예전의 자신이 되돌아온 것 같았다. 그래서 루코는 좀 더 제대로 말을 하기 위해 수화기를 다잡았다.

"그러니까, 응원해 줄테니까, 힘내 소마."

"루코도."

"나야 뭐 팔팔하지!"

 

 

통화가 끝나자 소마는 전화기를 대충 바닥에 던져 놓고 침대 위에 큰 대자로 누웠다.

 

타르타로스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기에, 마법이든 뭐든 사건과 관련된 것들은 가능하면 모두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려는 노력이 불필요했다는 것도, 그리고 지금 상황에 맞서야 한다는 것도 소마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는 소마조차도 확실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불완전한 존재로 태어났는데다 마법을 써 본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최선을 다해서 이곳을 지켜내겠다고,

 

그렇게 계속 되뇌이다가 소마는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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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 연재분이군요! 과연 8월 전에 완결을 낼 수 있을 것인가....그게 제 방학 목표이기도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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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3)

Posted at 2010. 7. 17. 09:43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 근 2달만에 다시 시작입니다 ㅠㅠ 복귀가 늦어서 죄송합니다OTL

원래 속도로라면 이미 3월달에 연재가 끝났어야 할 것을 학업 등등에 치여 여름 방학까지 끌고 와 버렸네요<<

* 댓글 등의 피드백은 항상 감사히 받고 있습니닷+_+

* 너무 오랜만에 글을 써서 감이 많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네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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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 소환수.

 

엘핀도스가 선언한 이 말도 안 되는 등식 때문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소마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을 더 붉히기만 했다.

"그..그럼 얘는 인간이 아니라는 말이야?"

루코가 멍하니 소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자 펠리언이 "그렇다는 거지." 라고 답했다.

"그럴 리가!"

대답을 듣고도 루코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난 얘랑 어릴 때부터 쭉 같이 놀았고 학교도 같이 놀았고 하여간 전혀 그런 거 못 알아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야?"

그러자 엘핀도스는 곤란하다는 기색을 얼굴에 내비쳤다. "그야, 소마씨는 불완전한 어린 아이의 형태로 소환되어 버렸는데 우연히 당신과 나이가 비슷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만."

 

"대장님, 아무래도 설명을 드리는 편이......."

루엔트가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상황을 이해못하는가보다 싶어서 작게 말하자 엘핀도스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들은 설치된 마법진을 바탕으로 마력을 쓴다...라고는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마법진들을 지키기 위해 저희 오볼루스 기사단에서는 소환수를 두고 있습니다. 이쪽 레나르트 아파트의 경우는 앞에 계신 소마씨와...미르씨였죠, 펠리언?"

"맞습니다, 대장."

"그 푸른 머리 아저씨도?!" 핑코의 눈이 단박에 커졌든 말든 엘핀도스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두 분 다 인간형 소환수였죠. 인간형 소환수가 제 힘을 발휘하려면 성장이 끝난 성인의 형태로 소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소마씨의 경우 소환을 담당한 사람의 실수였는지 어린 아이의 형태로 소환이 되었습니다. '성장'이 가능한 인간 형태기 때문에 '인간이 아니다'라는 느낌을 주는 일이 없이 아파트 사람들과는 잘 어울릴 수 있으셨겠지만, 대신 소마씨는 처음부터 쭉 마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5년 전 사건 당시 때도 그렇구요."

"......."

말없이 입술만 깨무는 소마가 안쓰러웠는지, 펠리언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어찌 되었든 이번에 그 녀석들이 쳐들어오면 5년 전보다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란 말이야. 당신들이 우리를 믿는지 안 믿는지는 상관없어. 우리는 당신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서 자리를 뜨라고 하는 거야. 이곳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전에는 반박하던 루코도 이번에는 조용했다.

"...예정일이 언제입니까?"

아엘로트의 질문에 엘핀도스는 상의 안쪽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정확하게는 오늘로부터 5일 뒤로군요."

"어라, 자-잠깐만!"

핑코가 갑자기 폴짝 뛰었다. "5일 뒤? 5일 뒤면 나 대회 나가는 날인데?"

"에? 벌써 그렇게 되나?"

슈발만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핑코는 "날짜 감각도 없는 발만씨,"라고 한 마디 해 주고는 이실리아를 가리켰다.

"나 대회 나갈 때 이실리아 언니도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럼 우리 둘은 자동으로 여기서 빠지게 되는 거네?"

그런데 엘핀도스가 고개를 젓는다. "죄송합니다만, 이실리아씨는 애초부터 저희 기사단 단원이시기 때문에 저희와 함께 이곳을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치유 속성이시니 도움도 많이 되실 거구요."

"저...제가 어떻게...? 저는 마법을 쓰는 건 기억도 안 나고..."

이실리아가 자신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자 펠리언이 씨익 웃었다. "걱정마십쇼, 우리와 같이 있으면 갑자기 기억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더더욱 여기 계셔야지!"

 

이제 문제는 핑코였다. "으엑, 그럼 나도 여기 언니랑 남을래!" 라며 방방 뛰기 시작한 것이다.

"사태 파악 좀 해 주지 않겠나?"

크로모도가 핀잔을 줬지만 핑코는 도리어 "어차피 언니가 못 가면 나도 보호자 없이 대회에 못 나가니까 여기 같이 남아야지!" 라고 반박을 했다. 들어보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고.

 

그런데 여기에 제2의 보호자가 나타나면 어떨까.

"제가 핑코씨랑 같이 갈게요,"

그래니트가 그녀 특유의 미소와 함께 손을 든 것이다.

"..그래니트 언니?"

핑코가 날뛰는 것을 멈추고 돌아보자 그래니트는 핑코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췄다.

"이번 대회에 왜 나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우리 엄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죠? 핑코씨에게 정말 중요한 대회잖아요. 그러니까 저라도 괜찮다면 같이 갈게요. 네?"

그러고서 그래니트는 이실리아에게 얼굴을 돌렸다. "이실리아씨, 괜찮죠?"

"네, 부디."

이실리아는 안심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핑코도 엄청나게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탓하며 얼굴을 양손으로 팍팍 쳤다. 자신의 잘못을 일깨워준 그래니트에게 감사하면서.

 

"뭐...이실리아씨도 그렇지만, 소마씨와 크로모도씨도 협력 부탁해,"

펠리언의 말에 이름이 불린 두 사람은 다소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는 이대로 꼼짝없이 떠나야 하는 거야?"

전보다 더 풀죽은 소리의 루코가 그래도 한 번 더 물었다. 그 '우리'에 암묵적으로 포함된 슈발만과 아엘로트도 엘핀도스 일행을 바라봤다.

그런데 그들이 대답하기 전에 허리에 손을 얹은 크로모도가 루코를 마주했다.

"그렇게 우리들을 못 믿는 거냐?"

"그렇다기보다는-"

"걱정할 거 없어, 여기는 확실히 지켜줄 거다."

이 사람은 뭘 믿고 이렇게 당당한 건지, 루코는 미심쩍어 한 번 더 묻는다. "정말이야?"

"당연하지. 나는 대마법사니까!"

묘하게 안심이 되는 크로모도의 전매 특허 대사에 루코도 그를 믿기로 했다.

"그래, 당신들은 가만히 기다리면 돼. 우리가 최선을 다할테니 말이야."

펠리언도 그 틈을 타 덧붙인다.

 

 

그렇게 해서 이실리아, 소마, 크로모도가 엘핀도스와 그녀의 기사단과 함께 아파트 단지에 남기로 하고 나머지 2동 사람들은 모두 5일 안에 떠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뒤, 엘핀도스 일행이 이실리아의 집을 나왔을 때는 벌써 노을이 하늘에 걸린 뒤였다.

"루엔트, 미르 씨에게는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되겠죠? 시간이 많이 늦었군요."

"예, 미리 연락을 해 놓았으니 미르 씨께서 그 쪽 주민들과 이야기하실 거예요."

그리고서 엘핀도스는 마지막으로 아파트 사람들에게 허리굽혀 인사를 했다.

"장시간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이 잘 끝나 조만간 또 뵐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이만,"

펠리언이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것을 끝으로 엘핀도스 일행은 곧 사라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서 그런지 쉽게 해산하지 못했다.

크로모도가 한참 뒤에나 "그럼 나는 5일 뒤의 준비를 시작해야겠군,"라며 자리를 겨우 떴을 정도니.

 

 

'쾅'

"후우......."

미적지근하게 다른 사람들과 대충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엘로트는 바로 신발을 벗지 않고 잠시 현관문에 기대 서 있었다.

 

5일 뒤라.

충분히 예상하고 있던 사태였다. 하지만 갑자기 5일 뒤라니, 예정 일자가 급하게 다가오자 자신도 엘핀도스 등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유를 잃었던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봤는 지는 모르겠지만....하기사, 다들 놀라서 타인에 신경쓸 겨를도 없었겠지.

거실에 들어가 식탁에 놓아 뒀던 카드키를 집어들었다. 얼마 전 디오네가 넘겨줬던 그 카드키다.

카드키를 받고 나서, 이걸 어떻게 써 먹을지는 생각해 두었다. 다만 자신과 같이 움직이는 멤버들 중 소마와 이실리아가 빠지게 되었으니 약간 수정이 필요하겠지만...오히려 머릿수가 적을 수록 자신의 계획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펠리언씨. 하지만 저희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아엘로트는 다시 현관으로 나갔다.

우선 3층에 있는 루코를 먼저 데리고 2층에 있는 슈발만에게 가는 게 경로상 이득이겠거니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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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아 23편도 이렇게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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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2)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2)

Posted at 2010. 5. 8. 03:29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것 같습니다?!

* 언제나 피드백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행운 버프 확확 받아가실 수 있기를+_+!

* 어잌후, 쓰다가 잘못해서 다 안 쓰고 '확인' 눌렀다가 급히 지우는 해프닝도 있었네요<-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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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을 끝내고 돌아온 알퐁스를 보자마자 크로모도는 마침 손에 들려있던 책으로 알퐁스의 이마를 '퍽' 쳤다.

"내가 언제 사람을 싸들고 오랬나!"

"우웅........"

흡사 물개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낸 불쌍한 알퐁스는 양 손 - 아니 양쪽 귀 - 를 양 옆으로 넓게 펼쳐, 그걸로 감싸고 있던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주인이 조금은 급하게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아 알퐁스가 대견하게도 최대한 빨리 임무 완수하겠답시고 아파트 사람들을 모았던 게, 소마와 루코는 학교 건물에 쳐들어가 왼쪽 귀로 낚아챘고 그 다음에 달려간 카페에서 슈발만과 아엘로트를 오른쪽 귀로 낚아챈 뒤 오는 길에 그래니트의 집에 들러 영문을 모르고 나시프 귀를 팔딱이는 그녀를 업어오고 말았던 것이다.

얼굴을 찌푸린 크로모도와는 달리 펠리언은 알퐁스의 능력에 탄복했던 모양이다.

"감탄했어. 이런 동물을 기를 줄이야..."

"말도 제대로 못 알아먹는 개 한 마리일 뿐이다."

"우웅......."

열심히 일했더니 도리어 욕만 먹은 불쌍한 알퐁스에게,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알퐁스씨~"라며 그래니트는 알퐁스를 토닥여 주었다.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던 엘핀도스 대장은, 끌려온 사람들이 조금 진정되는 듯 하자 입을 열었다.

"타르타로스 사건 이후로도 아파트에 남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습니까?"

"에? 타르타로스?!"

루코의 눈이 단박에 커졌다.

"아니 아니, 저기 깜장 오빠나 그래니트 언니는 나중에 이사왔어."

"그렇습니까. 그 분들까지 데려오실 필요는 없었는데요."

핑코의 말을 듣고 엘핀도스는 아엘로트와 그래니트에게 "혹시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두 분과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잠깐 하려고 합니다만." 이라고 언제나 그렇듯이 정중하게 말했다.

놀랍게도,

 

"저, 그런 것이라면 저와도 무관하지 않아요."

 

그래니트가 거부를 하고 나섰다. 이에 엘핀도스는 물론이고 그녀의 이웃들도 모두 놀랐다. 그들은 그래니트에게 타르타로스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니트씨,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루코가 아직도 눈을 크게 한 채 묻자 그래니트는 방긋 웃었다.

"부동산에서 자취할 곳을 찾다가 이곳으로 하겠다고 정했을 때, 부동산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주의시켜 주셨거든요. 예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라 분위기가 좋지 않은 곳이라구요. 그 때 애그 - 그러니까, 제 남자 친구...가 같이 있었는데, 수상하게 생각해서 같이 이것저것 알아보다가...그렇게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약간 수줍은 듯이 앞머리를 매만진 그래니트는 다시 자세를 바로하고, "게다가 여러분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이곳에 같이 사는 저 역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문제라도 있다면 서로 도와줘야 할 거구요." 라고 말했다. 부드러운 어조였지만, 그녀를 이실리아의 집 밖으로 내보내는 건 펠리언조차 어려울 것 같을 정도로 목소리에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다 하고 아엘로트도 끼어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듣고 저도 저 나름대로 알아봤었습니다. 그리고 그래니트씨의 말씀대로 저희들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시군요. 하긴..." 엘핀도스는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요, 이곳에 사신다면 무관하지 않겠군요."

 

그러고 나서 그녀는 앞에 모인 레나르트 아파트 사람들에게 꾸벅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오볼루스 기사단 단장 엘핀도스라고 합니다."

엘핀도스의 얼굴은 처음보다 더 굳어 있었다.

"사실 저는 이실리아씨와만 의논을 하려고 찾아왔었습니다만, 이실리아씨께서 여러분께도 이 사실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부득이하게 폐를 끼쳐 드렸군요."

거기에서 루코가 끼어들었다.

"이실리아씨가 아는 사람? 하지만 이실리아씨는 예전 기억이 없으셔서 우리들 말고는 지인이 없지 않았나요?"

"대장님께서 회생 마법으로 이실리아씨의 기억을 돌려 놔 주셨지." 대답해준 건 펠리언이었다. "안 그래, 대장?"

"기억을 회복했다구요?!"

이에 루코는 물론이고 슈발만 등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실리아씨는 타르타로스 사건 당시 사고로 기억을 잃으셨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엘핀도스가 다시 말을 꺼냈다. "그 사건 때문에 저희가 찾아온 겁니다. 곧 같은 일이 벌어질테니까요."

"같은 일이라니, 무슨......."

슈발만이 입을 열었지만 차마 말을 더 하진 못했다. 그의 직감이 하필 이런 때에 불길하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설마 같다는 일이 그 사건과 같다는 건...?

그리고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엘핀도스는 결정타를 내놓았다. "5년 전의 타르타로스 사건 말입니다."

 

"-에엑?!"

엘핀도스의 마지막 말에 이어진 침묵을 핑코가 한참 뒤에 깨뜨렸다. "그-그러니까, 아줌마 말은 그 일이 다시 벌어진다는 거야?"

"감히 대장님께 아줌마라니-"

펠리언이 다시 발끈했지만, 이실리아의 눈에 어쩐지 살기가 어린 것 같이 보여 그만두었다. 게다가 정작 엘핀도스는,

"그렇습니다."

별로 기분좋지 않을 호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을 해 주었다. "우선 여러분께 5년 전에 벌어진 일의 배경에 대해 알려드리는 것이 먼저일 것 같군요."

"그거라면 정부에서 재개발인지 뭔지 한답시고 강제로 아파트 단지로 쳐들어 왔는데 좀 과했던 거 아니야?"

루코가 팔짱을 끼며 내뱉었다.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목소리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게, 아무래도 루코는 그 때 잃었던 언니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렇죠. '표면상으로는.'"

"표면상이라니요?"

아엘로트는 그렇게 말하며 미간을 좁혔다. 그 사건을 진행시킨 당사자들 중 한 명이었던 자신도 사건의 배경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그저 표면상 그렇다니. 자신이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정부에서는 사실 레나르트 아파트 단지 내에 존재하는 마법진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을 벌였던 겁니다. 재개발은 일반인에게 마법 운운할 수 없으니 붙인 이유였구요."

"마법진을 제거해요?!"

'마법'이라는 말에 그래니트가 눈을 크게 깜박였다.

"혹시 1동의 마법진 어쩌고 했던게 이런 거야, 모로 선생?"

핑코가 묻자 크로모도는 고개를 끄덕했다. "당신들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안 그래도 저번에 꼬마 녀석의 로봇이 폭주한 뒤로 계속 1동에 있는 마법진이 계속해서 손상되고 있었다. 아마 이곳으로 다시 쳐들어오기 쉽게 하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두려고 했었던 모양이지."

"으음...."

슈발만은 머리가 아픈 듯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해가 잘 되질 않는군요."

"마법을 잘 모르신다면 그러시는 게 당연합니다." 엘핀도스는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었는지, 슈발만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렇다면 태초로 돌아가는 게 낫겠군요."

그러고서 그녀는 베란다를 통해 아파트 뒷쪽의 뒷산을 바라보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정부를 견제하던 세력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기 크로모도씨처럼,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 즉 마법사들의 세력이었죠. 때에 따라 손을 잡기도 했던 정부와 마법사들이었지만 평소에는 서로 냉전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10년 쯤 전부터는 그 정도가 심해졌었죠.

그러다가 정부에서 마법사들의 세력을 누르기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마법사들의 권세를 줄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들이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마법사들은 마력이 풍부한 터전을 찾아 그곳에 마력을 키우는 마법진을 두고, 이를 바탕으로 마법을 구사합니다. 그래서 그 마법진을 파괴하거나 그 지역에 있는 마력을 없애버리면, 그 위에서 마법을 쓰던 사람들은 더 이상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런 지역들 중 한 곳이 여기 레나르트 아파트 단지입니다."

"우와, 그러면 여기 있다는 그 마법진이 엉망이 되면 모로도 마법을 못 쓰는 거야?"

핑코가 묻자 크로모도는 콧방귀를 뀌었다. "좀 더 버틸 수 있다. 나는 대마법사니까."

"대마법사 맞긴 맞으시죠...하하......."

루엔트가 곤란하는 듯 웃자 크로모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동감해 버렸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정부에서는 레나르트 아파트를 철거하고 그 밑에 깔린 마법진을 파괴하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습니다. 물론 아파트 사람들에게는 '재개발'을 한다고 알려 두었었죠. 마법진을 파괴한다는데 마법사들 쪽에서 가만있을 리가 없지요.

저희 오볼루스 기사단이 마침 레나르트 아파트 단지를 터전으로 두고 있어서, 저희 쪽에서 정부에 맞대응하기 위해 사건 현장에 나갔었던 게 5년 전입니다. 그런데 정부 쪽에서 군사력을 동원해서 저희의 예상보다 세게 나가는 바람에......."

엘핀도스는 그 대목에서 어두운 낯빛을 띄웠다. "어떻게든 마법진은 지켜냈지만, 아파트 사람들을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거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핑코는 엄마 생각에 그 대신 이실리아라도 꽉 붙잡았고, 그런 핑코를 보듬어주는 이실리아를 보던 슈발만은 엘핀도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그, 오볼루스 기사단...은 뭡니까?"

"그건 내가 답하지, 형씨."

거기에 앞으로 나선 펠리언. "마법사들도 나름대로 그룹들이 있어. 그...국회에서 정당이라고나 하나? 그거 비슷한 거. 그것들 중에 오볼루스라는 단체가 있는데, 그 단체 소속의 기사단이 우리 오볼루스 기사단이라-이거야."

그러면서 펠리언은 이실리아 쪽으로 턱짓을 했다. "저기 이실리아씨도 우리 단체 소속이셨는데, 뭣 때문에 갑자기 5년 전에 탈퇴한 것으로 되어 있더라구. 오늘 보니까, 내 참, 기억 상실이었다니......."

그 말에 슈발만이 무슨 이유에선지 굳어버렸다. "이실리아씨도 그...오볼루스 단원이시라구요?"

"맞아." 펠리언은 머리를 긁적였다. "게다가 저 분 속성이....그게, 우리 단체에서는 각자 나름대로 맡고 있는 분야가 있거든? 저 분이...뭐였더라...'치유'였지, 그래! 대장이랑 같은 속성이라서 남다르게 기억하고 있었어."

"아아, 그래서 이실리아씨와 엘핀도스씨는 서로 알고 계셨던 사이였군요?"

그래니트가 방긋 웃으면서 정리를 했다.

"그렇지, 언니!" 거기에 씨익 웃어주는 펠리언. "이실리아씨 말고도...여기 고약한 크로모도씨도 우리랑 안면 튼 사이지. 우리 단체 소속은 아니었지만 이 사람 아버지가 꽤 알아주는 마법사였거든."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평가가 썩 내키지는 않았는지 크로모도는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그 뭐냐, 타르타로스 사건 때도 우리를 도와주기도 했고 말이지, 그렇지, 크로모도씨?"

"그 덕에 나만 생고생하고 있지."

크로모도가 쓰게 내뱉었지만 펠리언은 사람좋게 하하 웃었다. "하긴 당신 아버지의 독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긴 했지?"

"저기, 펠리언씨. 우리는 웃고 떠들려고 여기 온 건 아니잖아요."

루엔트가 조용히 태클을 걸자 펠리언은 "아, 그렇긴 하네,"라고 하곤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을 급히 지어냈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온 이유는 말이지, 그렇게 5년 전에 벌어진 일이 지금 재현되려고 하고 있다고 알려주려고 왔다니까."

"그렇습니다."

엘핀도스는 다시 아파트 사람들쪽으로 얼굴을 돌려 그들을 마주했다.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정부 쪽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그들의 계획을 수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그 전에 다른 곳으로 미리 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게 갑자기 떠나라고 하다니,"

그 말에 루코가 얼굴을 들었다. 잔뜩 화난 표정의 얼굴이었다. "너무해! 마치 아무 것도 해 보지도 말고 그대로 우리가 살아온 곳을 빼앗기라는 거잖아?"

"이봐 아가씨, 빼앗기라는 게 아냐," 펠리언이 손을 내저었다. "여긴 우리들이 어떻게 알아서 지켜내도록 할 거야. 게다가 이건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5년 전에 겪었다며? 그렇다면 알지 않나?"

"그렇지만, 그렇지만 우리도 당신들에게만 맡긴 채로 있을 수만은 없다고!"

루코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이곳은 우리가 몇 년간 살아온 곳이야,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오늘 처음 얼굴 본 사람들에게 여길 덥석 맡기고 떠나라는 게 말이 돼? 그리고 5년 전 말이지, 그 때 당신들이 제대로 지켜줬다면 난 우리 언니를 잃을 일도 없었을 거고 핑코네 아주머니도 그대로 계셨을 거라고! 그런데 내가 당신들에게 마음놓고 이곳을 맡길 수 있겠어? 내 말이 틀려?!"

그러면서 울먹이기까지 하던 루코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잡아주자 항의를 그만두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손을 올린 건 소마였다. 그리고,

 

"미안해."

 

그렇게 말하는 소마의 얼굴은 곧 눈물이 터져나오기 직전인 사람처럼 붉게 상기되어있었다. 그런 얼굴을 보자 루코는 얘는 또 왜 이러나라는 생각과 함께 더더욱 울고 싶은 심정이 되어 버렸다. "...네가 왜..."

 

"소마씨 잘못이 아닙니다. 소마씨를 소환했던 사람의 잘못이 크지요."

엘핀도스의 말에, 뭔가 잘못 들은 건가 싶어 슈발만이 "...뭘..누굴 소환해요?" 라고 멍하니 물었다.

 

엘핀도스의 대답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소마에게로 모아버렸다.

 

"소마씨는 이 지역을 수호하기 위해 소환되었던 소환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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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쓰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설정이 저 모양입니다 킁킁()

* 자 이제 전 시험치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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