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6)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6)

Posted at 2010. 4. 23. 23:26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역시나 한참 늦은 연성질입니다//

* 좀 전에 베르토 2차 업데이트가 공지되었습니다. 신스킬까지 생긴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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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의 모래 싸움이 한바탕 벌어진 후, 크로모도는 이실리아의 집에서 같이 야식을 먹는 멤버가 되었다. 놀이터에서 한참 뒹군 그 다음날 저녁, 크로모도가 핑코보다도 먼저 이실리아의 집을 찾아왔던 것이다. 이유는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핑코와 루코가 추궁하자 그는 '안 오면 분홍 머리 꼬마가 또 귀찮게 굴 것 같아서'라고 대충 얼버무렸다.

 

"츤데레라니까 츤데레."

나이는 자기보다 훨씬 더 먹어가지고 정신 연령은 자기보다 낮은 듯한 회색 꽁지 머리 대마법사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를, 핑코는 뒷자리 유리에게 풀어놓고 있었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는데도 벌써 초등학생들은 하교할 시간이었다.

"츤데레가 뭐야?"

유리의 순진한 질문에 핑코는 '으흠' 헛기침을 한 번 해 주었다.

"루코 언니가 가르쳐준 건데, 속으로는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싫은 척 하는 거라고 이해하래."

"음..."

유리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는 얼굴을 했다.

"직접 모로 선생을 만나보면 단번에 알 거야, 히힛,"

핑코가 씨익 웃는 것을 보고 유리는 핑코가 그 아저씨를 꽤나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핑코, 오늘 우리집에서 만든 새 와플 먹어보지 않을래?"

"응? 신상품이야?!"

핑코의 눈이 반짝였다.

"아빠께서 새로 개발하셨는데, 오늘부터 메뉴에 올린다고 하셨었어."

"좋아, 좋아! 나야 대환영!!!"

 

 

핀더스 카페는 큰 길가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델리오 학교 바로 앞에 있었다. 손님들이 항상 많은 것은 위치상 이점 덕분이었다. 특히나 학교의 고등부 건물과 가까워서, 쉬는 시간에 교정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리지 않는 몇몇 고등학생들의 매점 역할도 해 내고 있는 카페였다. 그나마 지금 시각이라면 점심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대라서, 핑코는 자리에 앉아 여유있게 새 와플을 시식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기분좋게 유리와 함께 카페로 들어서려는데,

 

"꼬마야,"

문을 열기 직전에 등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꼬마라고 불린게 영 탐탁치 않았던 핑코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노란 머리를 틀어올린 여자가 서 있었다. 그 여자 옆에 조금 침울하게 생긴 아이와(핑코는 그 아이가 소녀인지 소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 체격 좋은 몸 위로 검은 양복을 걸친 남자가 있었지만, 자신에게 말을 건 여자의 옷차림이 말도 안 되게 진한 핫핑크 색의 정장이라서 핑코는 여자에게만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다.

"혹시 슈발만이라는 사람이 저 카페에서 일하니?"

"...네."

핑코는 의외라는 표정을 한 채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수상한 사람들이 와서 바보 아저씨에 대해 묻다니.

"그럼 그 사람 좀 잠깐 나와보라고 할래?"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백수에게 무슨 볼일이지? 라고 생각한 핑코였지만, 그렇다고 "싫어요"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한 요청이라 핑코는 고개를 쿨하게 끄덕여주고 유리와 카페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 핑코씨, 유리씨와 같이 오셨군요?"

핑코와 유리를 맨 처음 반긴 건 종이컵들을 정리하던 아엘로트였다.

"안녕, 깜장 오빠. 발만씨 어딨어?"

"발만씨가 아니라 슈발만이라고, 슈발만..."

핑코가 말을 꺼내자마자 카운터 뒤 사무실에서 슈발만이 나왔다. 핑코 옆의 유리를 보고, 슈발만은 핑코가 하도 '발만씨' '발만씨' 해대서 카페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온 후 처음 유리를 만났을 때 유리조차 자신을 발만씨라고 불렀던 것을 떠올렸다.

"발만씨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

물론 핑코는 슈발만의 말을 넘겨버리고 들어오자마자 그를 찾은 이유를 내놓았다.

"응?!"

슈발만은 그 말에 적이 놀랐다. 오늘이 무슨 날이지? 찾아올 사람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나가서 만나보고 와."

핑코의 말에 슈발만은 주춤하다가, "아엘로트, 혹시 사장님 오시면 - "

"말씀드릴게요,"

아엘로트의 눈치빠른 대답을 들은 슈발만은 허리에 둘렀던 앞치마를 카운터 한 쪽에 벗어두고 카페를 나왔다. 그 뒤를, 도대체 발만씨를 찾아온 사람이 누구일까 내심 궁금히 여긴 핑코가 슬그머니 따랐다.

 

 

그리고 핑코는 곧 생전 처음으로 슈발만이 진심으로 화내는 것을 보고 말았다.

 

"란더스!!!!!!!"

 

 

 

"여어, 오랜만이네, 슈발만."

노란 머리 여자의 눈에 확 띄는 정장에 묻혀 눈여겨보지 않았던 남자가 가볍게 오른손을 들어 슈발만에게 인사를 했다. 그는 여유있는 모습이었는데 반해 슈발만은 그를 보자마자 분노에 찬 상태가 되어버렸다.

"란더스님, 이 자가...?"

"그래, 5년 전까지만 해도 나와 동료이자 친구였던 녀석이지."

노란 머리 여자의 말에 대답하며 검은 양복의 남자는 갈색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겼다. "로벨리아, 무아를 데리고 물러나 있거라. 오랜만에 이 친구와 이야기나 좀 해야겠어."

"이야기는 무슨!!!"

슈발만의 고함치는 듯한 소리에 뒤의 핑코는 물론이고 로벨리아라고 불린 여자까지 깜짝 놀랐다.

"너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온 거야?!!"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보려고 왔더니..." 란더스는 매우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거 원, 환영해주지를 않는군?"

"너 같은 녀석을 친구로 뒀던 내가 바보지..." 목소리는 진정되었지만 슈발만의 눈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난 할 얘기 없다."

그리고 슈발만은 란더스의 반응을 기다리지도 않고 바로 등을 돌렸다.

 

인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란더스는 슈발만과 함께, 예외적으로 경찰대에서 스카우트되어 이른 나이에 경찰관이 된 슈발만의 동기였다. 슈발만에게 란더스는 선의의 경쟁 상대인 동시에 유일한 친구였다. 그러나 정부에서 내려온 한 공문 때문에 그들의 사이는 틀어지고 말았다. 원래 친구가 권력 욕심이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비인간적인 임무를 수행하면서까지 직급을 올리고 싶어할 줄은 몰랐었다. 누가 봐도 거주자들에게 완전히 비인간적이었던 타르타로스 사건을 수행하라는 정부의 메시지에 슈발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했다. 그러나 이미 권력욕에 맛을 들인 상관들을 아래 사람들이 설득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들과는 반대로 정부를 따르자고 사건을 추진하는 란더스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이는 어렸지만 특유의 사람을 휘어잡는 능력 덕에 란더스는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뜻을 이루는데 협조하도록 회유시켰고, 슈발만은 그에게 휘둘리지 않았던 몇 안 되는 사람이었지만 대신 사표를 냈다. 하긴 란더스가 아니어도 어차피 낼 사표긴 했지만...

 

"..아까 무슨 속셈이냐고 물어봤었지."

 

란더스의 나지막한 말이 카페로 막 들어가려던 슈발만의 과거 회상을 끊었다. 슈발만은 한숨을 작게 쉬고 마지막이다, 라는 생각으로 뒤돌았다.

"......."

"무슨 일 당하고 싶지 않으면 여길 떠나는 게 좋을 거다."

"뭐?!"

슈발만이 놀라는 것을 확인한 란더스는 기분나쁜 웃음을 지었다. "말 그대로다. 그래도 나는 옛 정을 생각해서 경고라도 해 주는 거다."

"무슨 뜻이야?!!!"

이번에는 슈발만의 말을 뒤로 하고 란더스가 자리를 떴다. 그의 뒤를 로벨리아가 무아라고 불린 아이의 손을 잡고 유유히 따랐다.

"야, 란더스!!!!!!!!"

처음 그를 봤을 때 외친 것보다 더 크게, 그리고 급하게 슈발만은 소리쳤지만 란더스 일행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무슨 일입니까?"

아엘로트가 복잡한 표정을 하고 들어오는 슈발만을 보고 물었다. 거기에 슈발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고개를 흔들었다.

"에, 발만씨 옛날 친구가 왔었는데-"

"친구 아냐."

"..알았어. 하여간 아는 사람이 왔었는데..."

핑코는 대신 대답해주다 말고 카운터에 매달려 까치발을 들었다. 그러자 아엘로트는 핑코쪽으로 와서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어 주었다.

"...발만씨가 진짜 진짜 진짜 싫어하는 사람 같아, 나 발만씨 그렇게 화내는 거 처음 봤어."

핑코가 귓속말로 살짝 알려주자 아엘로트는 의아해하는 얼굴을 했다. 그런 두 사람을 슈발만은 모른 척하고, 다시 허리에 앞치마를 둘렀다. 그러면서도 란더스의 경고가 자꾸 슈발만의 귀에서 맴돌았다.

 

무슨 일을 당한다니 도대체가.......

 

 

 

 

"란더스님, 그 이야기는 굳이 안 하셔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경고라고 하신 말씀 말입니다."

길가에 세워 둔 승용차로 걸어가며, 로벨리아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자신이 비서로 있는 상관이라 평소에는 뭐라고 지적해 주는 것을 꺼리던 로벨리아였지만, 이번에 슈발만이라는 자에게 했던 경고가 불필요했다고 그녀는 확실히 느꼈다.

"아아...그 녀석이 발끈해서 나도 좀 그랬던 것 같다."

란더스의 가벼운 대답에 로벨리아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발끈해? 란더스님이? 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이었던 그가 '발끈'했다니, 그렇게 만든 슈발만이라는 자는 도대체 자신의 상사와 어떤 관계일까, 로벨리아에게 궁금증이 생겼다.

 

"..무아?"

 

갑자기 무아가 땅에 발을 심은 듯 움직이지 않자 로벨리아는 손을 더 세게 끌려다가 멈췄다. 무아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노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방향을 자신도 눈으로 훑다보니, 근처 학교 건물의 어느 창문과 만나게 되었다.

"왜 그래?"

로벨리아가 다시 묻자 무아는 좀 더 노려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무언가 있니?"

약간은 다정한 로벨리아의 말투에 무아는 그나마 고개를 흔들어 부정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로벨리아의 손에 이끌려 갔다.

 

 

'그들이다....... 분명히.'

소마는 눈의 초점을 창문으로부터 움직여 다시 책상 위의 교과서로 맞췄지만, 전혀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좀 전의 쉬는 시간 때부터 자꾸만 불안했는데, 지금은 아예 두려움에 눌려있었다.

 

곧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아니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재앙이라고 해도 될만한 일이 터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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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역시 오랜만에 쓰면 감이 잘 안 잡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어딘가 부족한 거 같고...분량도 어쩐지 짧고...

* 란란이와 그 일행의 깜짝(?) 등장입니다.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행운의 버프 많이 받아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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