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년 넘은 연재 기간 동안의 뒷이야기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년 넘은 연재 기간 동안의 뒷이야기

Posted at 2011. 3. 1. 22:24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거창하게 써 놓고.

실은 이 시리즈를 쓰는 내내, 아 내가 이거 완결 내면 그 동안의 ㅁㄴㅇㄹ 했던 일들을 죄다 작가의 말이라든지 따로 포스팅해 버리겠어 이글이글! 이러고 있었습니다. ...혼자 주절거리는 걸 좋아하다 보니.

'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는 2009년 12월 말에 네이버의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에 무턱대고 (1)편을 올려 연재 소설의 삘을 내고서는 2011년 2월 28일 완결된 타르타로스 온라인 팬픽입니다. 총 32편. 장편이죠. 다 해 보진 않았지만 1편 2편을 한글에 복사 붙여넣기 해 보니 10쪽 넘게 나오는군요. 그러면 음..다하면 A4지 160쪽 정도 되려나. ...제가 쓰고도 참..신기하네요 하하..기가 막히기 시작했어...

연재가 다 끝난 겸 해서 그 동안 (혼자서) 쓰기를 고대하고 있었던 후일담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스크롤 압박이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요약글을 이용해서 접어놓겠습니다. 쌓인 이야기가 많을지 어쩔지는 일단 적어봐야 가늠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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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2) - 完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2) - 完

Posted at 2011. 2. 28. 14:15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마지막 회입니다.
개강 전에 완결내고 싶다는 목표는 지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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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크로모도는 한숨을 쉬었다. 퀸시의 잔소리를 들으며 아파트 옥상의 화분들을 정리하는 일이 겨우 얼마 전에 마무리되었는데, 자기 할 일도 제대로 시작 못한 채 오늘은 분홍 머리 꼬맹이네 집에 내려와서 로봇의 해체를 돕고 있었다. 원래 한낮 중 가장 더울 시간이니 방에 커튼을 쳐 놓고 낮잠을 자거나 했을 수도 있겠지만 핑코가 전날 급하게 연락하는 바람에 이러고 있다.

하긴, 오늘은 '그 날'이기도 하고, 불만은 없다.

"모로 선생, 이제 됐어?"

핑코가 탱이의 몸체 뒤에서 얼굴을 쏙 빼고 묻는다. 드라이버로 탱이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몸체에 고정하고 있던 볼트를 막 빼낸 참이었다.

"일단 팔 먼저 옆에 놔 두고, 그 다음에 다리를 분리하지. 알퐁스!"
"왈!"
"이리 와서 이것 좀 들어."

역시 평소 같았으면 낮잠을 잘 시간에 핑코에게 불려와서 - 정확하게는 주인에게 강제로 끌려와서 - 일하고 있는 알퐁스도 별 불만없이 핑코와 크로모도를 도와주고 있었다. 그럴만도 하다. 크로모도는 탱이의 왼쪽 팔을 들다말고 거실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캐리어 가방을 보았다. 그 동안 쭉 혼자 살아서 그런 건지 생각보다 이삿짐이 적었다. 저 조그마한 어린이용 캐리어에 물건이 다 들어갈 정도라니까. 아, 책 같은 건 미리 친척집으로 부쳤다고 했던가.




핑코가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핑코의 어머니와 안면이 있었던 크로모도가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한 것도 그 때 쯤이었다. 레나르트 아파트의 상황이 안정되고 나서 재개된 그 야식 모임의 첫 번째 날, 핑코가 모두에게 말해버렸던 것이다. 아파트를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던 핑코였기에, 그리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모두들 단번에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핑코는 아무래도 더 넓은 세상에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 후 사나흘 동안 핑코는 물론이고 슈발만이나 이실리아 등 2동 사람들도 꽤 바빠졌다. 핑코가 유학을 가기 위해 거쳐야 했던 행정 절차 때문에 이실리아가 핑코와 함께 학교 교무실을 들락날락거렸고, 동물귀 펄럭이는 아가씨는 짐싸는 것을 도와준다고 핑코네 집에 한동안 상주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핑코의 송별회를 준비한답시고 분주했고. 물론 그래봤자 송별회 음식 메뉴가 핀더스 카페 와플 세트라든지 그 쪽 메뉴일 것은 뻔했지만. 그래도 핑코는 송별회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엄청나게 감동을 받은 듯 했었다. 그게 벌써 전날의 이야기.

그리고 오늘 오후 출발하기 전에, 핑코가 송별회 끝나고 부탁한 게 있어서 크로모도가 몸소 탱이의 해체를 도우러 온 것이었다. 핑코의 아버님의 영혼이 붙어있는 로봇이니 이 꼬마 혼자 해체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아는가. 게다가.

"임시 방편이긴 하지만, 마력을 공급하는 장치다."
"오오, 그게 있으면 거기 가서도 탱이가 잘 작동하는 거겠네?"

핑코의 반응을 보니 밤새서 만든 보람이 있다. 레나르트 아파트의 마법진의 힘으로 작동하던 탱이가 외국에 가면, 동력원이 없이는 작동하지 않을 게 뻔했다. 그래서 마력을 공급해주는 장치를 만들어 두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꼬맹이가 외국에 적응할 동안은 잘 작용해 주겠지, 해서.

"다 됐나?"
"됐군."

어찌어찌, 로봇의 해체가 끝났다. 탱이의 부품들을 따로 종이박스 안에 넣어서 청테이프로 상자를 둘둘 싸매는 핑코를 보다가, 크로모도는 계속 머릿속에 떠돌던 질문을 던졌다.

"진심인가?"
"뭐가?"
"가는 거 말이다."

핑코가 씨익 웃었다.

"자기 인생 살라고 한 건 모로 선생이었잖아. 나라고 떠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난 아직 누구보다 살 날이 많단 말이지. 세상엔 배울 것도 많고 볼 것도 많고 아직 안 해 본 것도 많다구? 그러니까."

그 누구가 나냐. 은근슬쩍 꼬인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할 뻔했지만, 그래도 아직 10년 정도밖에 살지 않은 꼬마 아이가 생각이 남다르구나, 그렇게 크로모도는 상황을 넘겼다. 유학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 적은 있었는데, 그 한 마디가 그렇게 큰 역할을 했나 싶기도 했다.

"이제 정말 끝인가."
"그런 것 같네."
"그럼 난 내려 가 있겠다."

크로모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있으면 핑코의 친척되는 그 사람이 핑코를 데리러 직접 레나르트 아파트로 찾아올 것이다. 마침 잠시 귀국했다고 해서 오는 김에 핑코를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나 뭐라나. 그래서 2동 사람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핑코를 배웅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 2동 입구 앞으로 크로모도도 내려가려는데.

"모로 선생, 있잖아, 나 그거 한 번 해 보고 싶었는데."
"음?"
"가기 전에 한 번만 해 보면 안 돼?"

뭘? 크로모도가 뒤돌아 핑코를 보니, 아니 이 아이가 두 팔을 쫙 벌리고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

"뭐 - 뭐야?!?!"

설마 이건 껴안기 스킬?! 갑자기 달려드는 핑코에 크로모도는 반사적으로 눈 꽉 감고 뭔가가 푹 안기기를 기다렸지만,

"알퐁스~ 역시 푹신푹신하구나!"

그럼 그렇지. 눈을 떠 보니 핑코는 옆에 있던 알퐁스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그러면 정들어. 이리와 알퐁스."

알퐁스를 핑코로부터 떼어놓고 크로모도는 핑코의 집을 나섰다. 등 뒤에 핑코가 조그맣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서 한 손 들어 가볍게 답해주었다. 이제 이 집도 빈집이 되겠군. 앞으로는 밤에 시끄럽다고 전화할 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속이 시원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핑코는 크로모도가 1층으로 내려오고 10분 후에 캐리어와 종이 박스를 끌고 아파트 현관에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슈발만이 입을 떡 벌렸다. 그래니트와 캐리어 가방을 사러 시내에 갔다 온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상자는 뭐냐.

"핑코, 그건 뭔데 어떻게 들고 가려고?"
"발만씨, 우리 탱이를 잊은 건 아니겠지요?"

그러면서 핑코는 캐리어와 박스를 바닥에 탁 내려놓았다.

"설마 아저씨가 차는 가지고 오시겠지. 아직 안 오셨나? ...안 오셨으면 좋겠다."
"핑코."
"아냐 언니, 농담이었어."

이실리아에게 웃어주고는 핑코는 캐리어 가방 위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정말 언제 오시려나...너무 늦게 오시면 다들 추운데 밖에서 기다려야 되잖아."
"그렇다면 기다리는 동안 사진이라도 찍을까요?"
"무슨 소리야, 깜장 오빠?"
"사진으로라도 뭔가 남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핑코가 아엘로트를 올려다보니 아엘로트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일반 소형 디지털 카메라도 아니고 DSLR. 거기에 아예 삼각대까지 뒤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니 아엘로트는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찍겠다고 준비한 것 같았다. 핑코도 그랬지만 다른 사람들도 언제 이런 걸 가져왔는지 신기하다며 아엘로트의 카메라와 삼각대를 요리조리 구경했다.

"아엘로트씨는 사진에도 취미가 있으셨어요?"
"아무래도 혼자 여행하는 일이 잦다 보니 이런 것도 하나쯤 있어야 싶겠다고 생각해서 사 뒀는데 몇 번 써 보질 않아서 말이죠."

소마의 말에 대답하며 아엘로트는 삼각대의 위치를 옮기고 그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다. 핑코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모두들 핑코씨 주위로 서 주세요."

아엘로트의 말에 루코가 꺄악 하면서 핑코를 등 뒤에서부터 껴안았다. 이실리아가 질세라 핑코의 오른쪽 옆으로 바짝 붙었고 그래니트도 왼쪽 옆으로 바짝 붙어 섰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하나하나 제 자리를 찾아가 서는 모양이 꼭 각자의 성격이라든지 친밀도를 대변하는 것 같아 아엘로트는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다 말고 픽 웃었다. 특히 슈발만이 은근슬쩍 이실리아 옆쪽으로 발을 옮기는 데에서는 크게 웃고 싶더라니까.

"크로모도씨, 좀 더 안쪽으로 와 주세요. 크로모도씨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요."
"뭘 또 더 - "
"아이, 왜 그래 모로 선생! 이왕 찍는 거 아예 가운데쪽으로 와! 키도 크니까 뒤에 서도 잘 나오겠네."

조금은 멀찍이 서 있던 크로모도를 루코 뒤에 배치시키는 것으로 조정이 끝났다. 알퐁스까지 해서 이 대인원이 사진 한 장에 들어간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만큼 모두들 최대한 중앙의 핑코 쪽으로 밀착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한 번 찍어볼게요! 하나 - 둘 -  셋 - "

찰칵. 플래시가 터지자 기쓰고 밀착해 있던 사람들이 죄다 푸우 하며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정말이지 꽉 붙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카메라의 버튼을 눌러 찍은 사진을 체크하니 이 정도 구도면 잘 나올 것 같았다. 어딘가 빈 것 같아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다 나왔으니까 상관없으려나.

"아까처럼 찍으면 될 거 같아요. 한 번 더 - "
"잠깐, 아엘로트?"
"예?"

카메라의 화면을 보다말고 얼굴을 들자 슈발만이 물었다. "그거 자동으로 사진 찍는 기능은 없는 거야?"
"네?"
"넌 안 찍냐고."

아. 그런가.

"........그러니까...자동으로 찍는 기능이..."

몇 번 사용해 본 적도 없거니와 사용한다고 해도 풍경이라든지 다른 사물을 찍느라 자신의 사진을 찍는데는 사용해보질 않았다. 카메라의 메뉴를 이리저리 돌려보는 아엘로트 옆으로 어느새 소마가 와서 "이거 아닐까요?" 하며 타이머 기능을 찾아주었다.

"아엘로트씨는 그래니트씨 앞에 앉아계시면 딱 맞춰서 나오겠는데요?"

게다가 자리까지 찾아주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마침 그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렇구나, 아까 비었다는 느낌이 든 것은 설마 자신이 들어있지 않아서 그랬던 건가.

"깜장 오빠, 빨리!"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소마가 가르쳐 준 타이머 메뉴를 선택한 후 아엘로트는 재빨리 그래니트 앞으로 뛰어와 자리를 잡았다. 카메라의 불빛이 한 두 번 켜졌다 꺼졌다 하더니 이내 빠르게 깜박이기 시작했다.

"모두, 웃어!"

핑코의 말이 끝나자마자 찰칵, 플래시가 터졌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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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정말 끝인가. 정말 끝이네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



지금까지 완독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마음 같아선 이런 비루하고도 속도 느린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어요(...) 우아...

사실은 지금 어디 가기 직전에 아침에 써 뒀던 것 다시 한 번 보고 올리는 것이라, 이게 정말 연재가 끝난 게 맞나, 제가 시작해서 끝내놓고도 영 실감이 안 납니다. 아무래도 이따 밤에 소감이라도 써야 할 판인데요? 하하하// 하긴 이 시리즈(?) 쓰는 동안 좀 묻어뒀다거나 비화라거나 안 쓰고 남겨둔 소재 등등이 있어서.

타르타로스 온라인은 물론이고 앞으로 장편 팬픽은 이 시리즈를 마지막으로 하고...싶습니다만 또 모르죠. 마지막인 이유는 역시 학업 관계상, 시간 관계상, 등등. 하지만 또 내키면 중편 정도는...모르겠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글쟁이보단 그림쟁이 쪽인데 어째 연성물은 글이 더 수가 많아...(...)

여하튼. 32편이라는 긴 이야기를 끌어오는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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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1)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1)

Posted at 2011. 2. 18. 02:09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자기 전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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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명단..?"

갑작스레 맞닥뜨린 말에 굳은 슈발만에게 아엘로트는 바로 질문을 던졌다.

"슈발만씨, 핑코씨의 어머님이 실종되셨다는 말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어...그거라면...아버지 돌아가시고 핑코가 - "
"핑코씨가 말씀하셨다구요?"

아엘로트는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렸다. "죄송하지만,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죄송할 것 까지야. 슈발만도 흠 - 하며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핑코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사건이 터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수라장이 된 아파트 단지에서 헤매던 핑코를 이웃집 아이라고 알아보고는 여기 어쩐 일이냐고 물어보니, 엄마가 사라졌다고 했다. 그래서 찾고 있다고 했다.

"...전혀 신빙성이 없군요."
"신빙성이 없다니!"
"생각해 보십시오, 슈발만씨. 핑코씨는 겨우 예닐곱살이었어요. 그리고 충격적인 일을 당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런 어린 아이로부터 제대로 된 진술을 받아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아엘로트가 냉정하게 짚어낸 것을 슈발만은 별 도리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엘로트의 말이 일리가 있는데다가, 핑코의 어머니의 이름이 사망자 명단에 고스란히 있었다니까 -

"그 명단이 틀릴 수도 있잖아!"
"시신 확인하며 작성한 명단일 겁니다. 간단히 틀릴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그것보다는 어린 아이의 증언이 더 부정확하겠죠."

그렇게 말하는 아엘로트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러면 이제...어떻게 되는 거지. 핑코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거라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잖아."

 고개를 흔들어 털며 슈발만은 애꿎은 종이컵만 만지작거렸다. 어머니가 없다면 차라리 정말 그 외국의 친척 집에서 살며 영재 교육인가를 받는 편이 좋을 것이다. 타르타로스 사건이 끝난 후라고는 하지만 이 곳은 너무 위험하고 환경도 좋지 않다.

"......."

그 동안 핑코가 엄마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종이컵을 확 구겨버렸다. 화도 난다. 그 녀석이 여태껏 했던 건 다 뭐가 되는 거냐. 종이컵을 확 쓰레기통에 던져 놓고 고개를 든 슈발만은,

"...!"

핑코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채.

"피 - 핑코?!"
"엄마가...돌아가셨어?"

젠장, 대화를 들은 건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슈발만이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핑코는 카페를 아예 달려나가버렸다.

"핑코!"

당황한 슈발만이 카운터를 훌쩍 뛰어 넘어서 핑코 뒤를 쫓아 나간 탓에, 카운터에는 어안이 벙벙한 아엘로트와 핑코와 함께 카페에 들어 온 유리만 남게 되어 버렸다.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 엄마는 어딘가 살아계실 거야. 절대로, 날 두고 돌아가셨을 리가 없잖아.

계속해서 생각했다, 되뇌였다. 발만씨는 아무 것도 모르고 저런 말을 했던 거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리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데, 어째서 생각하면 할수록 그 사실이 옅어져 가는 기분이 드는 걸까.




문이 쾅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실리아는 설거지를 하다가 그 소리를 듣고 고무 장갑을 벗었다. 이렇게 예고 없이 벌컥 들어올 사람은 자신이 아는 한 핑코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핑코는,

"...언니...."

얼굴이 눈물로 잔뜩 얼룩져 있었다. 핑코를 울릴 정도로 엄청난 일이 일어났나 보다 하고 놀랄 법도 했지만, 이실리아는 언제나 그랬듯이 조용히 핑코를 안아주었다. 그러자 핑코는 제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응, 핑코."
"엄마는...엄마는...살아계신 게 아닌가봐...."

그 말을 하자 속이 후련했다. 이상하게 시원해졌다. 갑자기 흐렸던 것들이 모두 선명하게 보이게 되는 그런.

그랬다,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믿고 싶지 않았단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핑코는 이실리아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계속 울었다. 5년 간 참아왔던 눈물들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서야 사실을 인정하는 바람에, 그 눈물을 담고 있었던 그릇이 깨져버렸으니까. 깨진 충격 때문일까, 덮어두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엄마가 사라져 이곳저곳을 헤메며 엄마를 찾던 것,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엄마같은 사람이 흰 천 아래에 덮여있던 걸 봐 버렸던 것,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던 것, 그리고 나서 맨 처음 만난 사람에게 엄마를 찾고 있다고 거짓으로 말했던 것. 그 때부터였다. 엄마가 행방불명되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은.

"괜찮아......."

거짓말을 했던 자신을 도리어 보듬어주는 이실리아를 붙잡고 핑코는 더 울었다. 계속 울어서, 울어버려서 쌓아두었던 눈물을 다 비워버리기 위해.




핑코가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벌써 밖이 깜깜해져 있을 때였다. 이실리아가 핑코에게 저녁밥까지 차려줘서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엘레베이터에서 내린 핑코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집 앞에 앉아있는 슈발만이었다. 엘레베이터의 소리를 들었는지 이쪽을 보고 일어선다.

"핑코, 어디 갔었던 거야?"

무뚝뚝한 성격이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잘 몰랐겠지만, 몇 년을 이웃사촌지간으로 같이 보낸 핑코는 슈발만의 목소리에 걱정스러움이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몇 시간이고 저 앞에서 자신을 기다렸을 것이다. 아니면 그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지쳐서 왔다거나. 못 말리는 아저씨다.

"발만씨."
"어?"
"엄마...돌아가신 거 맞아......."

이런, 또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 다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괜히 슈발만 앞에서 징징거리기 싫어서 핑코가 눈물을 마구 훔쳐댔다. 그런데 슈발만이 그런 핑코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지마, 발만씨, 그럼 눈물이 제멋대로 나온단 말이야 - !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결국 그 말도 목이 메여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핑코는 다시 한참동안 울었다. 슈발만 역시 손으로 달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해 주지 못하는 채로,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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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전에는 완결을 내야. 그리고 거의 다 왔습니다.

후우. 마라톤의 끝이 보이는군요.

읽어주시는 여러분께는 오랜만에 행운 버프를 드립니다 이얍! 회피일 수도 넉백저항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정말로 행운을 올려 주는 버프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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