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4)

Posted at 2010. 4. 23. 23:22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정말로 간만에 글을 씁니다;ㅅ;

*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행운의 버프를 받으시길!!! 이얍!!!

* ..아아, 너무 오랜만에 쓰느라 감이 다 떨어졌을지 모르겠네요...그냥 편하게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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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핑코가 굳은 얼굴로 묻자 크로모도는 귀찮다는 듯이 "네 아버지의 영혼 말이다." 라고 말했다.

 

"크로모도! 대답을 한 번 해도 좀 제대로 해! 저 아이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이잖아."

퀸시의 하이톤 목소리 때문에 핑코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성적으로 되돌아 보았다. 그러니까 자신은 지금 더블로 충격파를 맞은 거다. 곤충 날개가 달린 아이와 아파트 옥상에 꾸며진 정원, 그리고 탱이 속에 아빠..가 있다고?

"..."

크로모도는 퀸시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퀸시는 손가락으로 핑코를 가리키며 '제대로 설명해 줘'라고 무언의 압박을 넣었다.

"...알았다."

크로모도는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어디부터 설명해야 되지?"

그러고서 크로모도는 핑코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나보고 질문이라도 하라는 건가, 이 화술 서툰 츤데레 모로 선생.

"...탱이 안에 우리 아빠의 영혼인지 뭔지, 그게 있는 걸 어떻게 안 거야?"

"너희 어머니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우리 엄마? 우리 엄마를 알아?!"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메던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자 핑코는 그나마 다잡았던 정신줄을 다시 놓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같은 건물에 사니까."

크로모도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핑코는 질린 표정을 했다. 이봐, 모로씨.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었다구.

"그럼 우리 엄마가 지금은 사라진 것도 알겠네."

"..."

크로모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5년 전에 너희 어머니와 같이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그러게 말이야."

핑코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궁금한 건 그게 단가? 대마법사는 할 일이 많단 말이다."

"으이구, 이 모로!" 핑코는 짜증이 나서 크로모도에 대고 바로 쏘아붙였다. "분위기 파악 좀 해! 누구는 엄마가 사라져서 찾을라고 고생고생하는데 위로는 해 주지 못할 망정-"

"그러니까 궁금한 게 있으면 빨리 물어보란 말이다."

핑코는 씩씩댔지만, 곧 멈췄다. 그래, 중요한 건 모로와 말다툼하는 게 아니라...

 

"..그럼 탱이 속에 우리 아빠의 영혼이 있다면 탱이는 우리 아빠야?"

 

사실 처음 크로모도의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났던 의문이었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탱이라는 로봇의 인공지능은 어쩌면 기계적인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데. 핑코는 마법이든 정령이든 비현실적인 일들을 연속으로 당한 나머지, 이제 '영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심도 나지 않았다.

 

크로모도의 대답은 "아니다." 였다.

 

"로봇 안에 영혼이 들어있는 것일 뿐이지 딱히 그 영혼이 로봇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 다만 그 영혼을 가두는 데 쓰인 마법적 장치가 문제지. 그 장치는 비상 동력원으로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저번에 1동에서 마력이 폭발했을 때 그 장치에 문제가 생겼으니 로봇이 이상작동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지."

"아아..그럼 탱이는 아빠가 아니구나."

핑코는 왠지 모르게 한 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아직 실수를 좀 하는 탱이를 아빠와 동일시하는 건 왠지 모르게 죄짓는 것으로까지 느껴졌던 핑코였다. 게다가 탱이에게 발길질을 한 적도 몇 번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영혼이란 게 어떻게 탱이 안에 있는 거야?"

"...너희 어머니가 거기 보관했다고 들었다."

"엥? 그럼 우리 엄마도 마법사였어?!"

 

만약 그렇다면 대박인데.

 

"아니. 마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타고 나야지."

묘하게 프라이드가 담긴 크로모도의 목소리톤에 핑코는 '또 저 대마법사 타령...'이라고 생각했다.

"다 됐나?"

"...그럼 아빠랑 대화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마지막 질문이었다.

 

"미안하지만 내 전문은 아니군." 크로모도는 안경을 코 위로 다시 올렸다.

"뭐야, 그럼 대마법사도 아니구만 뭐."

"?!!"

크로모도는 아주 오랜만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말이지, 크로모도,"

크로모도와 핑코가 문답을 할 동안 물뿌리개를 만지작거리며 듣고만 있던 퀸시의 하이톤 목소리.

"넌 왜 쫓기고 있던 거였어?"

 

"아, 맞다!"

핑코는 퀸시의 말 덕분에 잊고 있었던 자신의 임무(?)를 생각해 냈다.

"이리 와, 모로 선생!"

"!!! 이거 안 놔?!"

핑코는 다시 크로모도의 팔 낚아채기에 성공했다.

"정령 언니, 나 모로 좀 밖으로 데려 갈게!"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정말 사람 귀찮게 하는군-"

"니가 날 귀찮게 하는 거야!"

 

그렇게 옥신각신하며 옥상을 빠져나가는 핑코와 크로모도를 보고 퀸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자그마치 5년 동안이나 자신이나 알퐁스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은 채 독에 관한 연구에만 몰두했던 크로모도였다. 그랬던 사람이 다른 아파트 이웃과 어울리는 것을 보니 퀸시는 왠지 마음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크로모도가 그렇게 폐인처럼 연구만 하게 되었던 배경에는 자신의 책임도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어? 이실리아씨, 저기 좀 보세요."

그래니트는 언제나 끼고 다니는 머리띠의 나시프 족 귀를 파닥였다. 그녀는 장을 보다가 이실리아를 만나 함께 아파트로 돌아오고 있던 중이었다.

"..."

이실리아는 그래니트가 가리키는 쪽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핑코가 크로모도를 끌고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로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를 쫓아오는 것은, 자신의 주인이 남에게 끌려가는 것을 즐기는 듯이 보이는 하얗고 커다란 개였다.

"새로운 놀이인 걸까요?"

그래니트는 눈을 찡그리며 핑코와 크로모도 쪽에 시선을 집중했지만,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지 이내 그만뒀다.

 

"그래니트씨! 이실리아씨!"

뒤에서 두 여자를 부른 것은 루코였다. 루코 뒤에는 소마가 있었는데, 둘 다 교복 차림인 것으로 보아 둘이 다니는 학교는 일요일에도 공부를 시키는 모양이었다.

"루코씨~"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계세요?"

루코는 그러면서 그래니트가 바라보고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환호성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우와, 핑코가 크로모도씨를 끌고 나왔어!!! 좋았어, 지금이 기회야!!!"

루코는 바로 쌩-하고 핑코와 크로모도가 아직도 씨름하고 있는 놀이터로 달려갔다.

"루코!"

조용히 친구의 뒤를 따라오던 소마는 크로모도를 보고 놀라 루코를 뒤쫓아갔다.

 

"...갔어."

"그러게요."

그래니트는 이실리아에게로 돌아보며 방긋 웃었다. "저희도 한 번 따라가 볼까요?"

이실리아는 말 대신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했고, 두 사람은 장바구니를 든 채 놀이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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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편은 이 정도입니다.

말들이 연결이 잘 안 되는 거 같아 스스로도 불만입니다만, 열심히 쓰면서 연습해야겠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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