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스트] 고양이는 낚시를 좋아합니다 - thx to 레스키님[리퀘스트] 고양이는 낚시를 좋아합니다 - thx to 레스키님

Posted at 2011. 2. 5. 23:27 | Posted in 소설/단편_SS

블로그 1000HIT 기념으로 받았던 리퀘스트입니다!
...
물론 엄청나게 늦게 드리는 리퀘입니다 크흑....죄송해요 레스키님! 사실 제가 아이디어 내는 데 젬병인지라 질질 끌었어요<<

주제는? 아엘로트 낚기입니다. ...어렵죠. 어렵다고 해 주세요 으앜!<<<
그래도 최대한 낚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낚는 대상이 아엘로트인지라 장난이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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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저 사람이야 저 사람! 어쩐지 내가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핑코가 신나라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슈발만이 무슨 죄를 저지르기라도 한 죄인마냥 깜짝 놀라며 핑코더러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한다. 거기에 부루퉁한 얼굴을 지은 핑코는 어쨌거나 자신이 가리킨 사람을 향해 뛰어간다.


모든 일의 발단은 반복되는 전투에 지친 핑코의 '무료함'이었다.


어떤 마을에서 조금 뒤쳐져 있는 엘핀도스의 군대를 기다리며 며칠 묵어가기로 한 어느 날. 불현듯 볼 일이 있다며 또 이유없이 슬쩍 파티 이탈을 하는 깜장 오라버님을 보며, 지루함을 날려줄 뭔가가 없을까 하던 핑코는 그런 생각이 들었더랬다: 저 사람의 사람 낚시 스킬은 어디서 배운 것일까 - 하는.

돌이켜보면, 아엘로트와 핑코 일행의 첫 만남은 '낚시'의 연속이었다. 알스메르 마을에서 아엘로트는 쿠치 앞으로 나서면서 자연스레 근처에 있던 자신들을 오델로와의 싸움으로 끌어들였다. 생각해보니, 이건 아엘로트가 마을 입구에 서 있던 자신들을 - 게다가 자신들의 선두에 있던 발만씨가 하필이면 이용해먹기 좋은 범죄상이지 않은가 - 점찍어두고 일을 벌였던 것 같다. 게다가 그 후로도 특유의 말빨로 스리슬쩍 파티에 들어오지 않나, 그 다음에는 또 마음대로 파티를 나갔다 들어왔다 하질 않나.

같이 여행다니는 동안에도 아엘로트는 동료들을 많이 '낚았다.' 야외 취침할 때 식사 당번을 정할 때면 아엘로트는 대화를 교묘하게 이끌어서 종종 자신의 의도대로 당번을 결정하게 만들었다. 그것 뿐이냐, 다른 사람들 잘 동안 불씨를 지키는 불침번 멤버도 그렇게 정해서 저번 야외 취침 때는 루코도 당해 버렸었다. 보통 여자들은 놔 두고 발만씨나 소마 오빠, 모로 선생을 낚는 아엘로트가,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루코를 점찍어서 덕분에 다음 날 아침까지 루코는 잔뜩 성이 나 있었다.

그래서 핑코는 궁금했다. 깜장 오빠는 다른 사람에게 '낚이기'는 할까?

"어떻게 생각해, 발만씨?"
"음? 뭐가?"

갑옷을 손질하던 슈발만이 핑코의 물음에 얼굴을 들었다. 핑코는 무언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깜장 오빠 말이야."
"에..아엘로트?"
"응. 그 오빤 다른 사람에게 낚이기는 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그 오빠는 말빨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 잘만 낚잖아."

핑코의 뜬금없는 말에 무슨 소린가 했던 슈발만은 그제서야 '낚는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아엘로트의 낚시에 대해서는 슈발만도 할 말 많았다. 그래, 버려진 요새에서 소마와 함께 통째로 낚였던 그 사건만 해도 말이다. 그 때만 생각하면...아니 떠올리고 싶지도 않군.

"나도 저번에 불침번 괜히 섰어!"

옆에서 루코가 끼어들었다. "그 때는 진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 말대로 암습을 잘 쓴다고 불침번을 잘 서는 건 아니잖아?"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지. 그건 그 말에 낚인 네 잘못이라고 할 수밖에 없겠군."

핑코의 말을 듣고 책에서 시선을 떼었던 크로모도가 한 마디 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 당신도 저번에 한 번 크게 낚였잖아. 대마법사님이 가야 한대서 정말 갔다가 도적들한테 혼쭐이 났던 거 기억 안 나?"
"그렇게 당하진 않았어,"

루코가 자칭 대마법사님의 아픈 곳을 들추자 크로모도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시선을 책으로 돌렸지만, 예전에 아엘로트에게 설득당해 도적들의 소굴로 향했던 묻어두고 싶은 과거 때문에 독서에 집중이 안 되는 듯 했다.

"모로 선생도 당했었구나?"

핑코는 눈을 반짝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오늘 좀 재밌어지지 않을까!


핑코의 아이디어란, 쉽게 말해 깜장 오빠에 대한 복수였다. 즉, 아엘로트 낚시 프로젝트.

물론 낚으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련된 화술의 대가셨지만, 그래니트와 엘핀도스를 제외한 모든 원정대원들이 한 번은 그에게 당한 적이 있었다.(심지어 이실리아까지, 나도 낚였어 - 라고 조용히 한 마디 하자 원정대의 사기가 올랐다) 그러니, 모두 힘을 합치면 어떻게든 대어를 낚을 수 있지 않을까, 핑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문제는 그 대어를 어떻게 낚느냐인데...




"저기, 잠시만요!"

핑코는 목표물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방긋 웃으며 손 흔들어 인사를 했다. 그 목표물이란 다름 아닌, 델리오 영주성에서 아엘로트가 자신의 오랜 친구라고 소개했던 금발 머리 남자였다. 머리 위에 후드를 덮어쓴 탓에 그 금발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시죠?"

상대방이 싱긋 웃는 게, 좀 어리버리하게 생기기도 했고,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 같다. 핑코는 눈을 반짝였다.

"아엘로트씨랑 아는 사이죠?"
"네? 아에...아, 아엘로트씨 - 아니, 아엘로트 말입니까?"

정말 어리버리한 것 같다. 뭐 어쨌든.

"오랜 친구라면서요?"
"그렇죠. 아엘로트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구요, 궁금한 게 있어서요."
"무엇이...?"

핑코가 씨익 웃었다. "오랜 친구랬으니까, 이 정도는 아시겠죠?"




핑코가 미첼과 대화를 끝내고 헤어지자, 멀찍이 떨어져 대화의 내용만 듣고 있었던 슈발만이 꺼림칙한 얼굴을 했다.

"왠지 일이 커질 것 같은데."
"커지면 좋지! 더 재밌겠네!"

핑코가 더 신나하자 슈발만은 한숨을 쉬었다. 핑코가 미첼에게 물었던 것은 아엘로트의 소위 '약점'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 수행술법사도 잘은 모르는 것 같았으나...

'아 맞아요! 예전에 디오네님이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아리 - 아니 아엘로트가 공부를 안 해서 혼나셨다고 스승님께서...'

...라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핑코는 당장 새끼 고양이를 찾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대체 이 넓은 광장에서 고양이를 어떻게 찾겠다는 것일까. 그것도 아기 고양이를.

"차라리 저 - 기 듀몽씨가 데리고 있는 두리몽을 한 마리 빌리는 게 어때?"
"발만씨, 머리를 좀 굴려 봐. 우리는 지금까지 수없이 두리몽을 사냥했잖아. 깜장 오빠 잘만 잡던데 뭐."

실패. 슈발만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자신도 아엘로트가 약점을 잡히는 모습은 꽤 보고 싶단 말이다. 그렇지만 그거 보자고 여기저기 뒤지고 다니면서 새끼 고양이를 찾는 것은 좀 -

"저기! 저기 한 마리!"
"거짓말!!!"

핑코가 신나라 광장 어느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에게로 뛰어간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없잖아! 설마 신께서 도와주시....아니, 신은 결계진 너머에 있지. 내가 뭔 소릴 하는 거야. 슈발만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나저나 이제 핑코 녀석이 벌일 일이 뭘까, 그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때 쯤 아엘로트가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1일 이내에 돌아왔으니 이 정도면 양반이다.

"어서오세요~"
"어서 와 깜장 오빠!"

그래니트의 인사 다음에 폴짝 튀어나와 아엘로트를 반긴 핑코의 얼굴에는 음흉한 미소가 실려 있었다. 그걸 저만치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슈발만과 크로모도는 서로 눈빛 교환을 했다. 이제 시작이다.

"깜장 오빠 이거 봐! 오빠 없을 때 밖에 나갔다가 주워 왔는데 완전 귀엽지!"

핑코는 미리 준비했던 대사를 치면서 등 뒤에 숨겼던 두 손을 내밀었다. 두 손에는 새까만 아기 고양이가 들려있었다. 타이밍 좋게 고양이가 가르릉거렸다.

"..하하, 이런 고양이를 어디서 주워오신 건가요?"

사람좋게 웃는 아엘로트. 어라? 평소랑 비슷한데? 슈발만이 핑코에게 눈짓을 하자 핑코는 일단 질문에 대답해보며 상황을 판단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대답이 원래보다 0.1초 정도 느렸으니까 뭔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광장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길래 가여워서 가져왔어. 보니까 며칠 굶은 거 같더라구. 그래서 아까 생선 남은 것 부엌에서 얻어다 먹이기도 했구 말이지. 불쌍하지 않아?"

특정 단어에다 힘을 주며 대사를 치는 핑코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

"자,"

억지로 고양이를 아엘로트의 팔 안으로 밀어넣었다. 보통 때처럼 팔짱을 끼고 있었던 아엘로트가 엉겁결에 고양이를 받아들자, 고양이가 야옹 - 하며 금세 아엘로트의 어깨 위로 올라가더니 아예 머리 위에 자리를 잡고 엎드렸다.

"꺄하핫, 걔 오빠가 맘에 드나 봐!"

그러고나서 핑코는 재빨리 등을 돌려 여관 2층으로 달아났다.

"핑코씨?!"

아엘로트가 불러보지만 핑코는 이미 윗층으로 사라진 뒤다. 다른 동료들을 보니, 그래니트는 웃으면서 부엌으로 저녁 식사 준비를 하러 들어가고 있었고 슈발만과 크로모도도 나몰라라 하며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렇게 여관의 로비에는 아엘로트가 새끼 고양이를 머리 위에 얹은 채 혼자남게 되어 버렸다.




저녁 시간. 이 여관에서는 식사가 알아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부엌에서 묵는 사람이 알아서 요리를 만들어 식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원정대에게는 걱정이 없었다. 요리에 능숙한 그래니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엘로트씨가 안 보이네요?"

오늘도 저녁 식사를 멋지게 준비한 그래니트가 한 마디 하자 원정대원들의 눈이 모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쏠렸다.

"불러 오겠습니다."

슈발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도 나도! 하며 왠일로 핑코도 따라나섰다. 핑코의 얼굴을 보고 슈발만은 이해했다. 이 녀석은 아엘로트가 그 고양이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엘로트는 슈발만과 같은 방을 쓰기로 되어 있었다. 슈발만이 자기 방문에 노크를 하자, "네" 하고 아엘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문을 열었더니,

"...아엘로트. 너 지금 뭐하냐."
"네?"

아엘로트는 침대 위에 누워 고양이를 손에 든 채 허공에서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었다. 뭐 애기 어르는 것도 아니고, 뭐 씹은 듯한 표정을 짓는 슈발만에 비해 좋은 걸 봤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핑코는 저녁 식사 하러 내려오라고 일렀다.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그제서야 아엘로트가 고양이를 침대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서 고양이를 내려다보고 하는 말이, "이 아이 밥은 어떻게 하죠?" 랜다. 슈발만은 입이 벌어지려는 걸 꾹 참았다. 고양이보고 '이 아이'라니, 아무리 새끼라지만 방금 전에 처음 본 고양이를 그렇게까지...게다가 아엘로트가 누구를 그런 식으로 상냥하게 칭하는 건 처음 들었다.

결국 아엘로트는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머리 위에 까만 고양이를 얹은 채 내려오는 아엘로트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니면 어이없었는지, 원정대원들은 아엘로트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와 그 위의 고양이만 쳐다보았다. 엘핀도스 대장님이 이걸 보셨어야 했는데, 루코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대장님, 보세요. 지금 저 사람이 뭘 하고 있나. 자기 빵을 고양이한테 주고 있어요. 대장님, 저는 살면서 이런 걸 볼 줄 정말 몰랐어요. 다 큰 남자가 저러니까 왠지 징그럽잖아요.

"네 밥은 먹고 있는 거냐?"

보다못한 크로모도가 한 번 쏘아붙일 때까지 아엘로트는 자기 몫을 고양이에게 먹이고 있었다.

"아......."

그제서야 자신이 아무 것도 안 먹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어이가 없어서 크로모도는 그 고양이를 냅다 들어다가 알퐁스 옆에 놓아 주었다. 주인의 의도를 알아차린 알퐁스가 자신이 먹던 밥그릇을 고양이 앞으로 밀어주자 고양이가 좀 보더니 이내 먹기 시작했다.

"...그만 쳐다 봐라."

크로모도가 질린 듯이 말했다. 아엘로트가 자기 밥은 안 먹고 고양이가 밥먹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로서 아엘로트가 새끼 고양이에 약하다는 것을 확정지은 핑코는 다른 원정대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래봤자 다들 저녁 식사 시간 때의 아엘로트의 반응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핑코는 한 가지를 더 보여주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써 먹을 것인가.

"깜장 오빠 깜장 오빠, 저기 숲에 한 번 갔다 와 주면 안 돼? 커다란 만드라 레이디만 해치워주면 되는데."
"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핑코씨."
"고양이는 만드라 레이디의 꽃잎을 좋아한대."
"그렇습니까?"

봐라, 벌써 태도 달라지는 거. 아엘로트는 더 고민하지도 않고 "금방 갔다오겠습니다"라며 방을 나갔다. 방의 다른 구석의 침대에 앉아 지켜보던 슈발만이 한숨을 쉬었다.

"저거 중증 아냐?"
"여하튼 이렇게 하면 된다구, 발만씨."

도대체 고양이가 뭐길래 저러는 걸까.

"뭐, 발만씨도 내가 만약 '이실리아 언니는 만드라 레이디 꽃잎이 갖고 싶대'라고 하면 바로 뛰쳐나가 가져올 거잖아."
"아니 뭐 그런 - "

아, 그러고보니 아엘로트만큼이나 무서운 적이 눈 앞에 있었구나. 한 번 더 한숨을 푹 쉬는 슈발만을 보며 핑코는 흐뭇하게 웃고는, 아엘로트가 침대에 두고 나간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이 고양이가 마침 사람과의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라 다행이었다.

"그런데 핑코, 그 만드라 레이디 꽃잎은 왜?"
"여관 주인 아주머니가 퀘스트 주길래."
"...야."




핑코의 계략(?) 덕에 여관에 있는 동안 원정대원들에게는 소소한 재미거리가 생겼다. 아엘로트가 고양이를 엄청나게 아끼는 그 모습 자체도 신선한 볼 거리였지만,

"깜장 오빠, 내 무기 좀 강화해 줘. 음? 고양이가 반짝이는 이펙트를 좋아하잖아. 몰랐어?"

"아엘로트씨~ 저, 죄송하지만 이 앞에서 우유 좀 사다 주시겠어요? 에, 고양이씨도 우유 좋아하실 거예요~"

"...당신. 나 대신 저기 숲에 좀 가서 야고목 좀 잡아 와. ...뭐, 싫음 말든가. 그런데 고양이는 통나무에 부비대는 걸 좋아한다는데.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정말이야. 미미가 그렇다고. 그치 미미?"
"냐옹~"
"그렇대잖아. 카버샤드에 있을 적에 대나무에 대고 턱 긁는 걸 얼마나 좋아했는데 - 바로 나갔네."

이 정도면 눈치챌 법 한데도, 아엘로트는 '고양이를 위해서'라면 궃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들을 대신해서 심부름을 해 주는 것에 맛이 들린 핑코는 슈발만에게 아기 고양이를 10번째 원정대원으로 영입하지 않겠느냐고 진지하게 제안할 생각까지 했다. 그러다가 여관에 묵은지 3일째.

"슈발만씨, 그 아이 못 보셨습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엘로트가 급하게 묻는다.

"...무슨 소리야..?"
"제가 데리고 있던 아기 고양이 말입니다."

눈을 손으로 비빈 후 다시 보니 아엘로트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라진 거야? 언제?"
"깨어나보니 옆에 없었습니다."

아엘로트는 그러면서 방을 휘휘 둘러보다가, 침대 끝에 걸려있던 케이프를 홱 낚아채서 대충 두르고 황급히 방을 나갔다.

"아, 아엘로트!"

슈발만이 불러봤지만 안 들렸는지 무시한 건지, 아엘로트가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고양이가 뭐길래 저렇게까지.......




아기 고양이는 물론 아엘로트도 아침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조차 먹지 않고 나간 터라 그래니트는 걱정이 되었는지 귀를 팔딱이며 여관의 이곳저곳을 왔다갔다했다.

"앗, 비가 와요,"

소마가 불현듯 하늘을 가리키자 과연, 먹구름이 하늘을 온통 가려놓고 있었다. 타르타로스 결계진의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할만큼 두꺼운 먹구름이었다.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엘로트씨, 괜찮을까요?"

그래니트의 말에 결국 슈발만이 나섰다.

"찾아 오겠습니다."

그리고는 이실리아가 건네주는 우산을 받아들고 비가 오는 하늘을 향해 펴 들었다. 정말이지 골치아픈 녀석이다.




슈발만은 마을의 광장부터 둘러보다가 차츰차츰 마을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니게 되었다. 빗방울은 금새 장대비가 되어 쏴아 하고 하늘로부터 쏟아지기 시작했고, 찾는 사람은 보이지도 않고, 슈발만만 곤란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비가 설마 장맛비인가, 오늘로 끝나는 비가 아닌 건가 슈발만이 걱정이 될 때 쯤,

"...찾았다 - "

그는 어느 작은 집 처마 밑에서 고양이를 안은 채 비를 피하고 있는 아엘로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

흠뻑 젖은 채 아기 고양이를 품에 조심스레 안고 있는 모습이 어쩐지 마음이 아팠다.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찾았으니까 따뜻한 곳으로 데려가야지, 저렇게 계속 있다간 감기에 걸릴 거고 감기 걸리면 룸메이트인 내가 큰일이다.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 슈발만은 아엘로트 앞으로 걸어갔다.

"아엘로트, 가자."
"슈발만씨?"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데. 아엘로트가 큰 눈을 하자 슈발만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아엘로트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 그걸 아엘로트는 멍하니 보다가 한참 뒤에야 슈발만의 옆으로 발을 옮겼다. 이런, 이실리아씨. 우산이 1인용입니다. 이래서야 둘다 젖겠는데, 하면서 아엘로트 쪽을 보니 아이고, 이 녀석은 고양이를 최대한 우산 안쪽으로 안아들고 있다. 자나깨나 고양이 걱정이라는 건가.

"의외네. 네가 그렇게 고양이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여관으로 돌아가면서, 이 기회에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한 번 물어보았다.

"...별로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응?"

뭐야 그럼 지금까지 했던 것은. 슈발만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내려다보니, 아엘로트는 앞을 보는 것도 아니고 고양이만 보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왠지 이런 고양이를 보다보면, 글쎄요,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나 할까요?"

어련하시겠어. 요 며칠간 아엘로트의 행동을 보면 완전히 고양이의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과보호였잖아."
"하하하,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엘로트가 아기 고양이를 조금 더 꼭 껴안았다.

"그래도 평생 버림받은 채 떠돌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가끔씩 다른 사람으로부터 과보호라도 받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뭐...그렇게 되나."

슈발만이 모호하게 긍정을 했을 때는 여관 입구에 다다랐을 때. 여관에 들어서자 아엘로트가 고양이를 꼭 안은 채 들어오는 것에 질려버린 다른 동료들이 지금까지 어디서 뭐했냐는둥 그렇게 고양이가 좋냐는둥 걱정어린 잔소리가 쏟아졌다. 밖에 내리는 비만큼이나 많이. 지쳤는지 어쨌는지 아엘로트는 하하하 언제나처럼 웃으며 그 잔소리들을 받아주었다. 따뜻한 곳에 들어오자 신나서 자신의 위로 기어올라간 아기 고양이를 그대로 머리 위에 얹은 채로.

"...발만씨."
"응?"

그래서 핑코는 결국 말해버렸다.

"저 고양이 원정대로 영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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