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소설/디비파트] 빛깔 - 08. 조금은 믿음직스러울지도[릴레이소설/디비파트] 빛깔 - 08. 조금은 믿음직스러울지도

Posted at 2011. 1. 28. 20:49 | Posted in 소설/빛깔_릴레이소설

다른 분들이 스피디하셔!!! 그래서 저도 써 나갑니다//

..근데 저 인턴 이런 쪽 잘 몰라서...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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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 죽겠는데 호출이라니. 크로모도는 얼굴을 확 찌푸리고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확 빼들었다. LED 화면에 병실의 숫자가 찍혀있었다. 여기로 가면 되는 거지. 그런데 이 숫자는….

"…옆 병실인데."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즉 핑코가 있는 병실의 호수가 아닌 바로 옆 병실의 호수였다. 같은 소아 병동이긴 하니, 일손이 부족해서 불렀다든가, 그런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크로모도는 방을 나갔다. 어찌 되었든 호출이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겠지.




크로모도가 호출기에 찍힌 병실에 가까워졌을 때, 병실의 입구에 있던 의사 한 명이 크로모도 쪽으로 다가왔다. 선배 나쵸였다.

"선배님?"
"아, 크로모도군, 미안해. 쉬고 있었을텐데."

음? 이 사람이 이렇게 고분고분 사과할 사람이 아닌데. 크로모도는 속으로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사람을 잘못 불렀지 뭐야.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호출할 거였는데 -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 줘…."

미안해 하실 만 하군.

"실례합니다!"

갑자기 자신의 옆으로 누군가가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바람에, 크로모도는 놀라 그 사람의 뒤를 시선으로 쫓았다. 그러고보니 이 병실, 상황이 심각하다. 아까 뛰어들어간 사람이 흰 가운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병실을 담당하는 인턴일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비슷한. 병실 안에는 간호사 몇 명이 서서 어느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지금 문제가 되는 환자의 자리일 것이다. 흰 가운을 걸친 사람이 또 한 명 더 있었는데 - 

"CPR 들어갑니다!"

CPR? 잠깐만, 그건 심장 마사지잖아?!

"선배님, 지금 상황이 - "
"소아암 환자다."

나쵸는 한 손으로 미간을 잡았다. "내 동기 녀석하고 그 쪽 인턴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야. 저녁 때 회진까지만 해도 괜찮았다는데 갑자기 긴급 상황이 생겨서."
"……."
"더 있어봐야 방해만 될테니까, 가서 쉬고 있어."

배려인지 쫓아내는 건지 알 수 없는 말을 들은 크로모도는, 그래도 그 말이 옳다고 판단하고 선배에게 짧게 인사한 후 그 병실을 지나쳤다. 지나치면서, 그만 보고 말았다.

의식을 잃은 채 의사의 겹쳐진 두 손에만 모든 것을 맡긴 어린 아이를. 삐- 삐- 하고 심장 박동이 정지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 날카로웠다. 침대 옆에서 숨죽인 채 어쩔 줄 몰라하는 여자가 있었다. 아이의 엄마인가 -

"크로모도군!"

나쵸가 한 번 더 불렀을 때야 정신을 차린 크로모도는 그제서야 시선을 병실에서 돌렸다. 대신 그 시선은 그 옆 병실에서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이 내민 여자 아이에게 꽂혔다. 이런.

"무슨 일이야?"

사람들이 분주하게 다니느라 생긴 소음 때문에 막 깼는지 머리가 부스스한 핑코다. 눈은 아직도 충혈되어 있었지만, 좀전의 위급 상황 때만큼 상태가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계속 자는 게 좋을텐데."

알아봤자 좋을 건 아니라서 크로모도는 별로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핑코의 얼굴을 보니 이미 무슨 상황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겁에 질려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응급 환자다."

그래도 겁에 질렸다고 상대방이 자꾸 묻는 질문을 회피할 수도 없고, 돌려 말하는 것도 질색이라서, 크로모도는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아직은 몰라."
"……."
"들어가자."

그러면서 크로모도는 핑코의 어깨를 잡고 병실 안쪽으로 밀어보낸 뒤 병실 문을 닫았다. 그 때, 등 뒤에서 울부짖는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핑코의 어깨가 팍 굳어버렸다. 하지만 병실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고 있었기에, 두 사람은 말없이 핑코의 침대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의 침대 곁에는 모두 보호자가 있었던데 반해, 핑코의 침대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보니 아까도 어머님이 안 들어 와 계셨지. 그러자 막 침대로 기어 올라간 핑코가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어머니는?"
"일하러."
"…매일? 이 시간에?"
"응. 그래도 괜찮아.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

혼자서도 잘 한다라. 그렇다면 어머니가 없을 때는 혼자라는 이야기니, 어머니 이외에는 보호자가 없다는 말인가. 게다가 어린 아이 옆에 따로 간병인도 두지 않은 것을 보면, 핑코의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추측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엄마는 나 때문에 일 하느라 힘드셔. 더 귀찮게 해 드리면 안 돼."

그렇군. 크로모도는 묵묵히 핑코의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잘 자라, 한 마디 해 주고 등을 돌려 자리를 뜨려는데,

"있잖아."

핑코가 말을 걸었다. 떨고 있었다.

"난 저렇게 되기 싫어."

뭐가, 라고 묻지 않아도 크로모도는 핑코의 말뜻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건 크로모도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다."
"어떻게?"

그리 묻고, 핑코는 최대한 무덤덤한 얼굴을 만드려고 애쓰며 자신의 담당 의사를 쳐다봤다. 아까 목격해 버렸던 그 상황 때문에 진정이 되지 않아 자꾸만 얼굴에 '겁먹었다'라는 사실이 뻔히 드러날 것만 같았지만, 그렇게 되는 것을 자기 자존심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뭐어,"

크로모도는 한숨을 한 번 푹 쉬고 대답해 주었다.

"일단 가와사키병은 치사율이 높지 않아. 넌 조기 발견을 하지 못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치료를 제대로 받아서 완치되기만 하면 그 후는 괜찮다. 재발율이 한 자리 수밖에 안 돼."
"……."

그리고 그대로 자리를 뜨려던 크로모도가, 잠시 멈춰서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되게 두지 않을테니까."
"…어?"

핑코가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을 때 쯤, 자신의 담당 의사는 이미 문을 닫고 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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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로 끊어야지...

...어렵네요! 어려워. 어려워...(...)
실은 머리가 아파서 퇴고라고 해야 하나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ㅠㅠ 그래도 오늘 올린다고 했으니까 일단 업로드으..

....제목은 아마도 핑코의 심정을 반영했다고 생각합니다...아마도..아마도.......
위급 상황도 잘 대처해 주었고 안대도 사 줬고..등등....그러니까...아마도...

다음 차례의 힛님 화이팅()()()

* 실은 제목을 좀 특이하게 지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건 도대체 무슨 제목?! ...

원래는 '다짐'이라고 하려고 했었는데 너무 평범해보여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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