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가장 무서운 적'을 보여준다면서 엄청난 떡밥을 뿌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에 반 정도 뿌려준 것 같은 칼리버의 혼돈의 수호진 이벤트.
만약 거기에서 엘핀도스 대신 아엘로트가 수호진의 중심부에 도착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갑자기 생각나서 끄적끄적.
소재가 소재인 만큼 칼리버 네타가 있으며... 역시 글 쓰는 건 어려워요 ㅠㅠ
"이거 낭패로군,"
미미의 말대로 수호진 내부의 공간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탓에, 원정대원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아엘로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기 딴에는 고양이 미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수호진의 원령들에 대처하면서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미미가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미미와 함께 다른 동료들까지도.
원정대원들의 목적지는 혼돈의 수호진의 중심부였다. 루코가 그곳에서 카버샤드의 당주의 권한으로 수호진을 원상복귀시키는 것이 이번 일의 목적이었다. 그렇다면 수호진의 중심부까지 도달할 수만 있다면 다른 동료들과 만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었다.
중심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엘로트가 알고 있는 술법들 중에는 다행스럽게도 공간의 비틀림을 뚫고 빠져나갈 길을 찾는 술법이 있었다. 아엘로트가 찾은 길은 탈출구가 아닌, 오히려 수호진의 가장 안쪽이었지만 어쨌거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던 잔재주였다.
술법으로 생겨난 빛기둥을 따라가니 예상대로 혼돈의 수호진의 중심부로 보이는 곳에 다다를 수 있었다. 마침 그곳에 서 있는 미미가 보였다. 미미를 놓치지 않고 용케 잘 따라왔는지, 루코까지 있었다. 있었는데.
"...?"
이상했다. 루코가 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데, 온몸을 잔뜩 움츠린 듯한 자세였다. 아엘로트가 아는 루코는 그렇게 무언가에 움츠리거나 할 사람이 아니었다.
"미미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아, 자네 왔는가."
루코를 보고 급히 뛰어온 아엘로트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돌아본 미미의 표정으로부터, 그는 아무리 고양이의 얼굴이라도 현 상황이 전혀 좋지 않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좀전에 수호진이 침입자에게 무엇을 보여주는지 말했던 것, 기억하는가."
"예."
"그거라네."
미미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저 녀석이 환상으로부터 깨어나야 하는데...."
루코에게 환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것 같았지만 이곳에는 루코, 미미, 아엘로트 셋 뿐이었다. 아엘로트는 일단 루코의 상태를 살피기로 하고, 루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양쪽 어깨를 꽉 잡은 채 웅크리고 있는 루코는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다.
"...아버지...살려주세요...아버지...."
"루코씨."
"잘못했어요 아버지...."
아엘로트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루코는 혼이 빠져나간 듯 아버지에게 잘못했다고 빌고만 있다. 루코의 가장 무서운 적은 그녀의 아버지였던 건가.
"루코씨, 아버지는 여기 안 계십니다."
"...살려주세요...."
역시 듣질 않는다. 거기에다, 도대체 어떤 아버지였길래 딸의 입에서 '살려달라'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아엘로트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루코를 진정시킬 방도가 떠오를 리가 없었다.
"....언니..."
"?!"
"언니...도와줘..."
루코의 언니. 리안. 카버샤드에서 동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사람. 리안이 죽어갈 때 루코가 그녀를 끌어안고 오열하는 것을 봤던 아엘로트로서는, 언니는 이미 죽은 사람이라 당신을 도와줄 수 없다고, 그만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살려줘 언니...."
"......."
그 때와 똑같다. 아엘로트는 루코를 도와줄 수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 자신을 대신해 시셀의 공격을 받은 루코를 위해 아엘로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 이제 자야 하는데. 민망할 거 같아 접어놓길 잘했슴다. 다 쓴 건 아니지만 저 뒤는...추가하고 싶으면 추가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