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인가 괜히 끄적여 놓고, 자기 전에 심심..한 게 아니라, 아니 심심하면 안 되는데 심심해서 올려보는 토막입니다.
정말 좋아라 하는 ㅇㅇ남매썰이에요. 3개인가 적었는데 그 중 그나마 상태가 나은 하나 가져온 것.
그것은 어느 점심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나, 거기 후추 좀 줄래?"
"응."
이 단 두 문장에 모든 사람들이 먹던 것을 멈춰버렸던 것. 물론, 갑작스레 찾아온 침묵 속에서도, 말을 꺼낸 당사자 두 사람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즐거운 식사를 계속했다.
"...까..깜장 오빠."
"네, 핑코씨?"
"방금 뭐라 그랬어?"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 표정의 핑코를 보고 아엘로트는 도리어 왜 그러시냐고 묻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뭐라 그랬다니요?"
"이실리아 언니한테 뭐라 그런거야?"
"그거야, 후추를 건네달라고 - "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아엘로트의 말을 끊는 루코 역시 경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방금 했던 말 그대로 해 봐."
그러자 아엘로트가 이실리아를 바라보았다. 이실리아 역시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누나, 거기 후추 좀 줄래."
"응."
아엘로트의 말에 아까처럼 대답했다. 거기에 조성된 두 번째 침묵 필드.
그리고 5초 뒤.
"누나래!!! 누나라니! 들었어? 누나라고 했잖아!!!"
핑코가 의자에서 펄쩍 뛰어나왔다.
"언제부터야? 언제부터냐고!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지-진정하세요 핑코씨,"
아엘로트가 기뻐서 그러는 건지 뭔지 방방 뛰는 핑코를 붙잡으려 했지만, 문제는 핑코 뿐만이 아니었다.
"우와 누나래, 이게 무슨 일이래,"
아예 식겁한 표정의 루코도 루코였고,
"아엘로트 자네..."
"..예?"
슈발만은 아예 제 자리에 붙박아 앉아 다크한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부럽군...."
"아니 슈발만씨까지 왜 이러시는 겁니까?!"
"에헤, 그럼 저희 팀이 이긴 거죠?"
상황을 관전하던 그래니트가 싱긋 웃으며 한 마디 하자 모두들 잠잠해졌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그래니트는 앞머리를 매만지며 아엘로트를 향해 살짝 미소지었다.
"실은, 아엘로트씨, 저희가 내기를 했었거든요."
"예?"
"아엘로트씨가 이실리아씨를 어떻게 부를까 하는 내기였어요."
뭐라구요. 아엘로트의 표정이 굳자 '상황 관전자 2' 크로모도도 설명을 덧붙였다.
"뭐, 쓸데없이 여러 가지 보기가 있었지. 누나면 될 걸 무슨 누님이라든지 그냥 이실리아씨라든지 아예 부르지도 않는다든지... 결국 이쪽의 승리군."
크로모도의 선언에 핑코가 분하다고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찍었다.
"억울해! 인간 관계 같은 건 모를 것 같았던 폐인 모로 선생이 찍을 건 아닐 줄 알았는데!"
"폐..폐인이라고...?!"
순식간에 불이 붙은 핑코와 크로모도의 말다툼 덕에 엉망진창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시 엉망진창으로 달아올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