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5)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5)

Posted at 2010. 4. 23. 23:06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시험 기간인데도 수학 문제를 앞에 두고 한 문제도 제대로 풀 수 없어서

결국 연성질을 좀 하고 다시 도전하기로...했습니다. 

* 작심 오편이 될지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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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만의 오후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흘러갔다. 오전보다는 카페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 왔지만, 라제드가 함께 있었기에 오히려 일이 훨씬 수월했다. 또 겨우 하루 일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슈발만 나름대로의 요령도 생기는 것 같았다.

 

카페가 문을 닫는 시간은 저녁 7시. 다른 카페들이나 음식점들에 비해 굉장히 이른 폐점 시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익이 적거나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슈발만이 넌지시 주인 아저씨에게 왜 이렇게 일찍 문을 닫느냐고 물어보니, 아니 글쎄, 라제드가 활짝 웃으며

 

"우리 유리와의 시간을 일에 뺏길 수야 없지~"

 

하는데 딸에 대한 사랑이 깊은 정도가 아니라 끝이 없는 것은 아닐까, 슈발만은 어떤 의미로 주인장이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뭐, 폐점 시간이 빠르면 나야 좋지만. 일이 끝나자마자 저녁 식사를 대충 해결한 다음 먹을 것을 싸 들고 이실리아의 집으로 놀러가기 전까지 자신만의 자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카페에서 간식을 사 가 볼까, 어제 보니 이실리아씨도 와플을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그러면서 슈발만은 뒤의 벽 위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바라 봤다.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이실리아씨를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공짜로 와플 몇 개를 슬쩍하는 것은 정직한 슈발만에게는 영 꺼림칙한 일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저녁 7시가 되고, 슈발만은 라제드와 함께 밖에 나와서 꾸벅 인사를 했다.

"자네도 수고했네, 해 보니 어떤가?"

"조금 정신없긴 했습니다만...괜찮은 것 같습니다, 하하."

"그래 그래.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 주게."

카페 문을 잠근 라제드는 슈발만의 오른쪽 어깨를 툭툭 기세 좋게 쳐 주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져 갔다. 딸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서 그러시는 거겠지. 슈발만은 한동안 라제드의 등 뒤를 지켜보다가, 손에 든 비닐 봉지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항상 이실리아의 집에 모이는 다섯 사람을 위한 와플 5개. 그 중 보이는 딸기 와플은

 

"..윽."

 

순간 아침 시간에 만났던 남자 손님을 상기시켰다. 사실, 그 얄미운 손님 때문에 딸기 와플만큼은 사기 싫었다. 하지만 기억을 되새겨보다가 이실리아가 어제 딸기 와플을 집어들었던 것을 생각해 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도 그런 이상한 사람들과 많이 마주치게 될텐데, 잊어버리자, 잊어버려."

 

머릿속으로부터 안 좋은 기억을 털어내 버리려는 듯이 슈발만은 고개를 흔들고, 저녁밥을 먹으러 집으로 향했다.

 

 

레나르트 아파트는 각 층마다 9호까지 집들이 들어 있는 구조였다. 1호부터 9호까지 복도를 따라 쭉 늘어서 있는 그런 구조로, 이것만 봐도 이 아파트 단지가 얼마나 오래 전에 지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요즘 아파트들은 이런 구조가 아닌, 한 층에 두 집이 마주 보고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한 동의 건물에 엘레베이터가 세 개쯤 있을 것을, 레나르트 아파트는 각 동마다(라고 해도 2동과 3동 뿐이었지만) 고작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될 것은 아니었다. 워낙이 입주자의 수가 적었으니까 말이다.

 

슈발만은 막 그 하나뿐인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이번 저녁에는 컵라면에 치즈를 넣어볼까, 그런 궁리를 하면서.

 

그러다가 슈발만의 눈에 띈 게 있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왼편으로 검은 캐리어 가방이 하나 서 있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물건이었다. 슈발만은 저런 물건을 가질 만한 사람이 누구일까 떠올려보았지만, 소마나 루코가 쓰기에는 너무 어른스러운 디자인이었고 그러니 당연히 핑코는 제외 대상. 이실리아의 집에서도 저런 물건은 본 적이 없었고 그녀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다가 등 뒤에서 구두굽이 또각거리는 소리가 나서, 슈발만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굳어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뒤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아침에 만났던 그 남자 손님이었다. 왼쪽 귀에만 달려 있는 십자 귀걸이를 봐서 틀림없었다.

"..아..안녕하세요."

그 남자는 싱긋 웃고는, 마지못해 인사를 건넨 슈발만 옆에 섰다. 캐리어 가방의 손잡이를 잡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가방의 주인이 이 남자였나보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니, 더 정확히 하자면 한 쪽 귀에만 귀걸이를 찬 남자는 여유가 있었고 어색한 건 슈발만 뿐이었다. 손에 든 비닐 봉지만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이 사람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남자가 누르는 버튼을 보니 4층이다.

 

4층이라면...이실리아씨...?!

 

"..실례합니다만, 이실리아씨와 아는 사이십니까?"

슈발만에게서 튀어나온 질문에 남자는 옆을 돌아보았다. "아뇨."

"어, 그럼 잘못 누르신 거 아닙니까? 4층에는 이실리아씨말고는 사는 사람이 없는데......."

그러자 남자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싱긋 미소지었다. "저도 4층에 살고 있습니다."

"예?"

"정확하게는, 오늘부터 살게 됐습니다. 아침에 이사를 왔거든요."

 

'띵'

때맞춰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다. 남자는 캐리어 가방을 끌고 나가면서 잠시 멍해진 슈발만에게 웃는 얼굴로 덧붙였다.

 

"층수 안 누르셨습니다."

 

그 말 뜻을 슈발만이 깨달은 것은 엘레베이터 문이 다 닫히고 난 뒤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2층에 내려 집으로 돌아온 슈발만은, 멍하니 컵라면을 끓이고 멍하니 치즈의 포장 비닐을 벗기고 멍하니 TV의 전원을 켰다. TV에서는 루코가 팬이라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고 있었다. 저거 제목이...나시프라고 했던가?

그나저나 한 번 마주치고 지나갈 (밉상스런) 손님이었을 줄 알았던 그 남자가 알고 보니 새로 들어온 이웃이었다니, 슈발만에게는 그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치즈를 컵라면 안에 넣어둬야 할 것을, 라면을 먹기 전에 먼저 우적우적 씹고 있었다.

 

어쩐지 첫 대면부터 느낌이 안 좋았어, 그 녀석.

 

치즈를 다 씹고 나서 슈발만이 내린 결론이었다. 왠지 악연으로 이어질 것 같았더만. 순간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 사람 때문에 뭔가 안 좋은 일이 터질 것 같다든가 하는.......

 

게다가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건.

 

"왜 하필 이실리아씨와 같은 층인데?!"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 모를 저녁 식사를 짧게 해치우고, 슈발만은 TV 채널들을 하릴없이 돌려 보다가 밤 9시즈음이 되어서야 TV를 껐다. 그리고서는 간식들이 든 비닐 봉지를 들고 핑코네 집 앞으로 가 초인종을 눌렀다. 보통 핑코가 집에 있으면 같이 이실리아의 집으로 가는 거였고, 집에 없다면 핑코가 이미 이실리아와 같이 있다거나 밖에 나가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슈발만 혼자 이실리아의 집으로 올라갔었다. 슈발만은 전자를 선호했는데, 아직 이실리아와 다소 어색했기 때문이다. 사실 어색한 건 슈발만쪽일 뿐, 이실리아는 여유있는 타입의 사람이었지만.

 

응답이 없는 것을 보니 핑코가 없는 모양이었다. 소마나 루코는 이제 고등학생이라 학교에서 바로 이실리아의 집으로 오기 때문에 슈발만은 혼자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엘레베이터 문을 보니 아까 그 남자가 생각나 버렸지만, 이제 이웃이래니 어쩔 수 없지, 푸념의 한숨을 쉬었다. 왜 그렇게 자꾸 머릿속에 등장해 자신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딩-동'

슈발만이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안 있어 이실리아네 집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연 것은 핑코였다.

"엇, 발만씨!"

"먼저 와 있었군."

핑코는 씨익 웃고, 안으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정말, 이럴 때마다 이 집이 이실리아씨 집인지 핑코 집인지 모르겠다니까, 하고 슈발만이 현관으로 들어오는데,

 

"아, 당신이 슈발만씨-로군요?"

 

그 녀석이었다.

 

"발만씨, 오늘 이사온 사람이래! 인사해,"

핑코의 명령에 슈발만은 얼떨결에 "아, 예,"하고 대답해 버렸다.

"아, 예-가 뭐야 발만씨! 좀 더 친근하게 할 순 없어?"

"아하하하하하...괜찮습니다, 핑코씨."

핑코의 질타에 즐겁다는 듯 웃는 남자. 왠지 노려봐 주고 싶었지만, 마침 부엌에서 이실리아가 나오느라 그러지도 못했다. 울컥하는 것을 속으로 삭일 뿐. 게다가 핑코'씨'는 뭐냐?

 

'딩-동'

"앗, 소마 오빠랑 루코 언닌가 부다!"

핑코는 스프링처럼 현관으로 튀어나가 문을 열어 주었다.

"핑코 안녕~"

경쾌하게 인사하며 들어온 루코는, 새로운 방문객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 사람은 누구야?"

"오늘 새로 이사온 사람이래! 이실리아 언니 바로 옆집이다?"

핑코의 말에 루코는 "아하!" 하고서는 "안녕하세요~" 밝게 인사를 꾸벅 건넸다. 곧이어 들어온 소마도 핑코의 말을 들었는지 인사를 했고, 새 이웃이 된 남자도 바로 답해주고.

 

어째 다들 이 사람과 잘 어울리는 것 같네, 하고 슈발만은 다소 의기소침해졌다.

 

 

"그러고보니 깜장 오빠, 자기 소개를 안 했잖아?"

라즈베리 와플을 우물거리던 핑코가 막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깜장 오빠'라는 호칭은, 이실리아 집에서 벌어지는 간식 모임에 새로 합류한 이 남자분이 검은색 머리에 검은색 눈에 검은색 윗옷에, 하여간 검은색 일색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으리라.

"아, 그렇군요." 남자는 싱긋 웃었다. "오늘 아침에 408호에 이사온 아엘로트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전 루코예요~"

"소마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뭐,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난 핑코. 옆에 예쁜 보라색 머리 언니는 이실리아 언니야."

"..잘 부탁드려요."

말수가 적은 이실리아도 인사를 했고, 이제 입을 열지 않은 것은 슈발만 혼자였다.

"어이, 발만씨! 말 좀 해 봐, 오늘 왜 그래?"

핑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슈발만을 다그치자, 아엘로트는 하하 웃으며

"괜찮습니다, 슈발만씨에 대해서는 핑코씨가 계속 이야기해 주셨으니까요. 슈발만씨께서 너무 부담갖게 만들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어이쿠. 나에게 부담을 주는 건 너다 임마.

 

슈발만은 또 발끈할 뻔했지만,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데서 분위기를 흐릴 수도 없고 해서 참을 인자를 또 세 번 써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으로 이사오게 되셨어요?"

"개인 사정이 있어서 이 근방으로 집을 옮기게 되었는데, 이 아파트 집값이 비교적 저렴하더군요."

소마의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는 아엘로트.

"하긴 여긴 사람들이 이사오려고 하는 곳은 아니니까."

루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실리아가 마련해 준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루코는 슈발만이 사 온 와플이 5개라서 아엘로트의 몫이 없는 것을 보고, "새 이웃을 위한 서비스"라며 자기 몫의 와플을 아엘로트에게 넘겨줬었다. 어차피 다른 간식들도 많았고, 여느 여고생처럼 루코도 다이어트라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야식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웃분들끼리 매우 가까운 사이신가 보군요? 이렇게 다과회 자리도 마련하고."

"웅, 어차피 아엘로트 오빠가 이사오기 전까지는 우리 다섯 명만 이곳에 살고 있었는 걸. 안 친해질래야 안 친해질 수가 없지."

핑코는 그러면서 매년마다 전화를 친히 걸어주시는 차가운 목소리의 남자를 떠올렸지만, 누군지도 모르니 넘겨버렸다.

"오빠도 이제부터 같이 간식먹지 않을래? 우리 매일 이맘때쯤 모여서 수다 떠는데, 엄청 재밌어!"

"하하, 그래도 되겠습니까?"

"나야 찬성! 다른 사람들은?"

그러면서 핑코는 이실리아에게로 먼저 얼굴을 돌렸다. 이실리아는 미소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핑코가 좋다는데 마다할 그녀가 아니었다.

"나도 오케이!"

루코도 찬성하고,

"좋아요."

소마도 찬성,

"발만씨는?"

"..뭘 어쩌겠냐."

슈발만은 다소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발만씨 하여간, 대답하는 센스는 아주 빵점이라니까."

"빵점이라니!"

핑코의 도발에 넘어가버린 슈발만은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들어버렸다. 슈발만은 아엘로트라는 얄미운 녀석까지 웃는 것을 보고 속이 쓰렸다. 아무래도 오늘 먹은 건 소화가 잘 안 될 것 같았다.

 

아엘로트가 '다과회'라고 칭한 간식 소모임은 밤 11시를 조금 넘어서 끝났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온 덕에 평소보다 오고 간 이야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이실리아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와서, 아엘로트는 바로 그 옆집에 살았기 때문에 다시 나머지 이웃들과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아엘로트씨, 귀걸이 한 쪽은 잃어버리셨어요?"

헤어지다 말고 튀어나온 루코의 돌발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아엘로트의 얼굴로 향했다. 왼쪽 귀에만 달려 있는 금색 십자가 귀걸이. 슈발만은 아침에 그게 유난히 뇌리에 박혔던 것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소름끼쳐 했다.

"아, 아뇨. 일부러 한 쪽만 달고 있습니다."

"어라...그거 그럼........"

그러자 루코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머뭇머뭇하다가 "아, 아녜요!" 하고 얼버무려 버렸다.

 

그리고 엘레베이터 앞으로 휙 걸어가는 폼이 무언가 수상하게 보였다.

 

"루코 언니, 뭐였어 방금 그거..?"

어리지만 눈치 빠른 핑코는 아엘로트가 집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뒤 조용히 물었다.

"아, 그게......."

루코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옆에 서 있던 소마를 붙잡고, "넌 그거 무슨 뜻인지 알지?" 하고 바톤을 억지로 넘겼다.

"나-나한테 물어봐도-"

소마는 루코에게 곤란한 표정을 지어 바톤을 거부했다. 루코가 째려보았지만 소마는 정말로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게..."

결국 루코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털어놓았다. "왼쪽 귀에만 귀걸이를 달고 있으면 그게...그..."

그러고서 루코는 입만 뻥긋거려 '게' '이' 라고 하고는 흐음-신음 소리를 냈다.

 

"...진짜야?"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핑코. 슈발만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불안한 느낌을 주는 녀석이었는데 더 맘에 안 들게 생겼군-이라고 생각했다.

"음...그..런 사람들이 왼쪽 귀에만 귀걸이를 단다고 해서 왼쪽 귀에만 귀걸이를 단 사람들이 모두 그런-사람들이라는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지."

"그럼 뭐 어때."

별 거 아니네-라는 투로 말하는 소마를 루코는 또 째려보았다. "가능성이라는 게 있잖아, 가능성."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취향 같은 건 서로 존중해 줘야 하니까."

소마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그렇지."

핑코도 수긍했다.

 

곧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사실 계단으로 가도 상관없는 3층, 2층에 살고 있던 네 사람이었지만, 엘레베이터가 가만히 놀고 있는데 이용하지 않으면 왠지 손해본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아래층인 3층에서는 루코가 내리고, 그 다음 2층에서는 나머지 세 사람이 내렸다.

 

핑코, 소마와 헤어지고 집 문을 열고 들어간 슈발만은, 바로 이부자리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그에게는 처음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보다 아엘로트라는, 불길한 느낌을 주는 이웃을 새로 만난 것이 더 심적으로 피곤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아엘로트는 이실리아의 옆집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집과 호수가 같았다. 8호 라인이라니. 세상에.

 

어쩔 수 없지, 앞으로 잘 해 보는 수밖에.

 

그렇게 계속 자기 암시를 해도, 슈발만은 잠에 들기까지 묘하게 불안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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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이 말이 되는지도 모르겠네요...다음 편은 시험이 끝나고 올라올지도?!

여하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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