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님 댓글 보고 저도 그냥 아무렇게나 떠올린 대로 갈긴 조각글.
우리 매니져 언니? 쿨한데 무지 잘해 줘.
언니 매니져는 어떤데?
잠깐 뜸을 들였다가, 곧 자판을 빠르게 두들겼다.
재수없어
ㅇ_ㅇ;; 왜?
밥맛떨어져
에?
에??
지금 만난지 얼마 안됐잖아
왜 벌써 그래;;;
전직 아이돌 아니랄까봐
스케쥴도 빡빡하게 관리하고
아니 그게 불만은 아닌데
그거 있잖아 그
너무 빈틈없어서 재수없는 거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시커매가지고는
속도까맣겠지
그러면서 또 웃기는 잘웃더라 거슬리게
아 몰라
걍 나랑 안맞아
오랜만에 동생에게 불만을 털어 놓으려니까 손 끝에서 쓸 말이 줄줄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니 맘을 몰라주듯 동생이란 녀석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 심각하거든-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이거 봐라.
한동안 같이 지내다가 소속사에서 지정해 준 대로 몇 주간은 떨어져서 활동하기로 했더니만,
몇 일이나 떨어져 있었다고 핑코의 태도가 바뀐 것 같았다. 원래 같았으면 같이 욕해주고 그랬을텐데.
그렇게 서운함을 느끼기 직전에, 손에서 진동이 울렸다.
아니ㅋㅋㅋ원래언니는 진짜 안맞는 사람이면
그렇게 이야기도 안할걸?
그 순간 무언가에 탁, 하고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얼른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서 정신차리고, 반박하려고 답문을 보내려고 다시 손가락을 놀리려는데,
"루코씨, 오늘 스케쥴은 어떠셨나요?"
딱 그 타이밍에 맞춰서 운전석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힌 사람이다.
"자기가 빡빡하게 짜 놓고선."
낮은 목소리로 톡 쏘듯 답하자, 거기에 기분나빠하기는 커녕 쿡쿡 웃는 매니져.
앞은 제대로 보고 운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갓 데뷔한 분에게는 조금 빡빡하게 느껴지셨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 스케쥴을 따르기로 결정하신 건 루코씨셨잖습니까?"
이 시간표대로 안 하면 앞으로 힘들어질 것처럼 설명하던 게 누구였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 스케쥴을 단번에 받아들이실 줄 몰랐습니다."
뭐?!
당장 운전석 뒤를 붙잡고 마구 흔들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지금은 운전 중이라는 걸 감안해서 안.전.을.위.해. 가까스로 참았다.
참은 거다, 진짜로.
"자, 다 왔습니다."
매니져의 말과 함께 매끄럽게 속도를 줄이는 자동차.
어둡게 코팅이 된 반유리 너머로 숙소가 보였다. 핑코는 이미 와 있겠지.
"먼저 들어 가 계세요. 짐은 그 후에 제가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냥 내가 갖고 가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은 들어도 하이힐을 신고 있는 통에 짐꾼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래서 고개만 끄덕, 해 주었다. 그리고 빨리 차를 빠져나가려는데,
"루코씨,"
또 이름이 들려서 나갈 수가 없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한숨이 나오려는 걸 붙들고 얼굴을 옆으로 돌렸더니, 매니져 녀석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그것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
내가 나오기 전에 조금 멈칫했다고 생각이 바뀐 건 아냐.
재수없는 것 맞다고.
정말이라니까.
…그래, 그 귀걸이가 거슬려서 잠깐 봤던 거라구, 왜 하필 십자가 모양인 거야?
막 갈기려고 했는데 잘 안 되어서 하나만 투척. 모티브는 E모님의 Lㅔ이디메이드 Sㅡ타.
슬슬 연성질도 좀 해야 하는데... 소비질도 해야 하는데. 오늘은 투척했으니 내일은 소비 여행을 떠나야겠네요 :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