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튼 절 3시에 자게 한 R님 책임져요 ㅋㅋㅋㅋㅋㅋ는 장난이고. 맘대로 썰 갖다 써서 죄송합니다 근데 연성은 좀 하려고 노력해야겠고 해서 큐ㅠㅠㅠㅠㅠㅠㅠ 살..살려주세요 :3.............
'쾅쾅'
"네,"
늦은 시각에 요란하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면서, 아엘로트는 방문을 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쾅쾅쾅'
문까지 걸어가는 와중에도 아엘로트의 대답을 못 들었던 건지 상대가 연이어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일까, 짧게 한숨을 쉬고 아엘로트가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루코씨..?"
"......."
의외의 인물이다. 옆 방에 숙박하는 괴상한 사람이겠거니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평소 요란법석을 피우기는커녕 그런 것은 싫어하는 축에 속하는 루코라. 게다가,
"나쁜 녀석!!!"
하고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기습 스크림 공격에 잠시 멍해진 아엘로트는, 일단 지금이 밤이니 자기 앞의 소녀를 조용히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 냈다.
"일단 진정하세요, 루코씨 - "
"바 - 보! 똥개!! 해삼!!! 말미잘!!!!"
이번엔 기습...비속어 공격인가. 순간 머릿속에서 열이 뻗치려다 말았다. 지금 보니 이 아가씨, 얼굴이 빨갛게 된 채 왠지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듯 눈이 게슴추레한 상태다.
그제서야 기억해 냈다. 오늘은 다소 힘든 싸움이 있었다. 그래서 전투를 겨우 이기는 쪽으로 끝내 놓은 후, 펠리언이 '오늘 밤에는 축배를 들자'느니 '나 힘들다 오랜만에 술먹고 싶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더니만 기어코 저녁 식사가 끝나고 부대 보급마차에서 술병을 꺼내들었었다. 부대원들은 물론이고 원정대원들도 대부분 성인이었으니 술자리를 벌이는 것이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직 미성년자인 핑코와 소마, 루코는 술로부터 떨어뜨려 놓아야 했을 것을, 펠리언 이 작자가 그 쪽에는 부주의했던 모양이다.
아엘로트는 보통 때보다 마나를 많이 소진한 나머지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피로가 몰려와서 여관 방으로 빨리 돌아왔던 것인데 - 그래도 예의상 다함께 하는 건배 정도는 해 주고 왔지만 - 이렇게 되어서야 빨리 쉴 수가 없겠다. 씻자마자 잘 걸, 괜히 짐 정리한다고 시간을 보내느라 지금에서야 침대에 들어갔던 건데 루코가 이런 식으로 자기를 끌어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긴 루코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상황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머저리!!!!! 거머리!!!!!!! 그...그리고 에...또 뭐....뭐야, 에라이 나쁜 놈아!!!"
그리고 루코는 아직도 이러고 있다.
"...루코씨, 진정하시구요. 이제 그만 주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정해-? 뭘?? 뭐-얼?!!!!!"
말이 안 통할 듯 하다. 아무래도 무력을 써서 루코를 방으로 데려다줘야 할 것 같다. 아엘로트는 어쩔 수 없지, 하고 한숨을 푹 쉬고 루코의 어깨를 잡았다.
"자자, 방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몇 호셨죠?"
"이거 안 놔?!!!!!!!!"
루코가 잡힌 어깨를 세게 흔들어 아엘로트의 손을 뿌리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네, 루코씨, 몇 호셨죠? 저긴가요?"
"이 바보야, 이거 놔!!! 놓으라고!!!!!"
아무리 흔들어봐도 아엘로트의 손 힘을 당해낼 수 없자, 루코는 이제 팔을 위아래로 휘젓기 시작했다.
"저리 가!!!! 변태!!!!!! 놓으란 말야아아!!!!!!! 이 바보야 -"
어깨를 잡힌 채 버둥대던 루코가, 갑자기 아엘로트 쪽으로 넘어져 버렸다. 반사적으로 바닥에 엎어질 뻔한 루코를 붙잡은 아엘로트는,
"......."
루코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 것을, 좀 더 정확하게는 잠이 들어 버린 것을 확인했다.
"......."
허무함이 갑자기 조용해진 복도를 채우는 것 같았다. 이런 피곤한 상황이 왜 하필 자신에게 닥쳐온 것일까. 아엘로트는 지금 당장 침대에 엎어지면 그대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먼저 루코를 어떻게 해야 했다. 아무래도 아래층 식당에 내려가 아직 술을 즐기고 있을 사람들에게 루코의 방을 수소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보...."
"...루코씨..?"
자는 게 아니었나, 하고 아엘로트가 다시금 자신에게 붙잡힌 루코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게 자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는데, 입이 조그맣게 오물거리고 있었다.
마지막 말과 함께 길게 숨을 내뱉은 루코는, 그 후로는 '쌔근쌔근 잠들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궁금해졌지만, 바로 억눌렀다. 루코의 개인적인 일이다. 그것도 술김에 나온 소리다. 자신은 못 들은 것으로 하는 거다.
읏샤, 하고 아엘로트가 잠에 빠진 루코를 안아들었다. 아래층에 가서 호수를 물어볼 동안 루코를 그대로 복도 바닥에 놔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루코는 침대에 옮겨놓고 내려가야겠다.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귀여운 아가씨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은 정말 바보 맞을지도 모르겠군요. 침대 위의 루코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해 버렸다. ...귀엽다는 수식어는 아까 한 모금 마신 알코올 때문에 잘못 생각한 거다, 라는 건 자기 합리화 얼른 덧붙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