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3)

Posted at 2010. 4. 23. 23:03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 댓글이 없어도 저는 씁니다 하하하. 하지만 솔직히는........댓글이 고파요(...)
* 시험 기간은 안 하던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
* 과연 이 시리즈는 완결이 날 것인가...작심삼편, 쓰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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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부스럭.'

이실리아는 부엌 찬장을 열고 안쪽에 들어가 있는 도자기 컵 세트를 꺼내는 중이었다. 10분 전에 핑코로부터 "언니, 나 20분 내로 쳐들어간다!" 라는 익숙한 전화가 왔었다. 평소에 수시로 이실리아의 집을 자기 집 드나들 듯 하는 핑코가 굳이 전화를 한다는 것은, 핑코 말고도 방문객들이 더 있다는 뜻이었다. 그 방문객들이 누구누구인지 이실리아가 짐작이 아니라 확신을 할 정도로 이런 일은 잦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매일마다 찾아오는 아파트 이웃들이다. 어쨌든, 그녀는 찻잔도 자기 것까지 딱 5개를 세어 식탁 위에 꺼내 놓았다.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부스럭 부스럭'

 

그러고서 이실리아는 싱크대 쪽 서랍을 열고 녹차 티백 4개와 카모마일 티백 하나를 꺼냈다. 카모마일은 저번에 녹차의 맛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핑코를 위한 특별 서비스. 커피 포트에 물을 가득 담고 스위치를 눌렀다. 그 다음엔...키친 타올로 찻잔을 하나하나 닦아 주기. 찬장에 넣어둔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혹시나 먼지라도 묻었을까봐 꼼꼼하게 닦아 주었다. 그리고 또...이제 물이 끓어오르는 것을 구경하면서 핑코 일행을 기다리면 되나.

 

거실의 컴퓨터 모니터가 주인님, 작업 좀 하세요 - 라며 이실리아쪽에 대고 재촉하는 듯 했지만, 은근히 여유를 부리는 타입의 이실리아는 모니터를 외면했다.

 

 

'딩동-'

드디어 초인종 소리가 경쾌하게 울리고, 이실리아는 곧 현관문을 열었다.

"언니~!!!"

여느 때처럼 핑코는 이실리아에게 뛰어들어 허리를 꼭 안아 주었다. "소마 오빠랑 루코 언니랑 발만씨도 데리고 왔어!"

"..제발 본명대로 불러줄 수는 없는 거냐..."

슈발만의 투덜거림은 안타깝게도 핑코의 말에 바로 이어진 소마와 루코의 인사에 묻혀버렸고, 이실리아는 그걸 모르는 척 한 채 조용히 웃으며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짠~ 언니 언니, 핀더스 카페에서 사 온 거야!"

핑코는 들고 있던 비닐 봉지들을 거실 바닥에 탁 내려놓았다. 거기에서 간식 거리들을 차례차례 꺼내놓는 것은 루코의 몫. 이실리아가 '왠일로 비싼 데서 이렇게나 많이 사온 거야'라는 표정을 짓자 이를 알아차린 소마는,

"슈발만씨가 핀더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일을 시작하게 되서 기념으로 사 왔어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

"아...축하드려요."

손님들을 맞은 이후 이실리아가 입 밖으로 낸 첫 번째 대사를 받은 슈발만은 멋쩍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하고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같은 아파트에 산 지 3년 쯤 되어가는데도 슈발만은 여전히 자신을 어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이실리아는 그를 이해해 주었다.

"에이, 발만씨, 모처럼 이실리아 언니가 축하 인사를 쏴 줬는데 그런 미적지근한 대답을 하다니!"

"에-에엑?!"

"일어나서 춤이라도 추시라고!"

"뭐-뭐냐 그런 건!"

"큭큭큭, 발만씨 당황했어!!!"

사실 이렇게 핑코가 매번 윤활유 역할을 해 줘서 분위기가 전혀 딱딱하게 돌아가지 않았기에, 이실리아는 슈발만과의 사이가 어색해도 별 걱정을 안 하는 것이었다.

"자, 얼른 먹자구요! 사 가지고 오는 동안 먹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네."

루코가 박수를 짝짝 치자 이실리아는 준비해뒀던 티백이 생각나서, 말없이 부엌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커피 포트는 이미 물을 다 끓여 놓은 상태여서, 이실리아는 바로바로 컵에 물을 따를 수 있었다. 여기에다 티백을 하나씩 넣어주면 오케이.

 

 

핑코 일행이 사 온 간식에는 핑코가 제일 좋아하는 와플 시리즈 말고도 조각 케잌 몇 종류가 있었다. 와플은 취향대로 하나씩 가져가고 케잌은 카페에서 얻어온 플라스틱 포크로 떠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한 저녁의 이벤트. 이렇게 아파트에 같이 사는 이웃들과 함께 모여 수다를 떠는 것이 이실리아에게 있어서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일이었다. 안 그래도 조용한 집에 여자 혼자 사는데다 자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시피한 이실리아는 매일마다 이렇게 손님들이 찾아와주는 게 굉장히 고마운 것이었다. 처음 레나르트 아파트로 이사왔을 때 이사짐 옮기는 것을 도와준 슈발만과 이것저것 설명을 친절히 해 준 소마, 언제나 쾌활해서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여고생 루코, 그리고 정말 친여동생같이 여기는 핑코까지, 다들 소중한 인연이라고 이실리아는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이실리아씨 '조사'하고 계셨군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던 이실리아를 끄집어낸 건 소마의 나지막한 그 한 마디였다. 소마는 이실리아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작업표시줄에 볼록 튀어나와있는 직사각형 버튼. 검색창 표시 옆에 '타르타로스'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소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실 분위기가 숙연해지는 게 느껴졌다.

 

 

이실리아가 찾지 못한 것은 과거에 관한 기억이었다. 그녀가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일은 5년 전, 어느 병원의 중환자실 침대에서 깨어난 것이다. 몸은 멀쩡했지만 어떤 연유로 머리를 다쳤던 모양인지, 그녀는 한 동안 말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다가 3년 전, 어떤 민간 단체에서 지인 하나 없던 그녀에게 새로 살아갈 집과 새로 일할 직장을 마련해 주었고, 그렇게 해서 이실리아가 자리를 잡은 곳이 레나르트 아파트 2동 407호였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그녀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이 병원에 입원했던 날짜는 5년 전의 '타르타로스 사건'이 일어났던 날짜와 일치했다는 것. 그래서 이실리아는 그 때부터 쭉 타르타로스 사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계속 도전하다보면 안 되는 것은 없어. 언젠가 기억이 돌아올 거예요, 이실리아씨!"

루코가 그러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이실리아의 표정이 밝아진 듯 했다. 그걸 보고 핑코도 거들었다.

"응, 이실리아 언니는 누구씨 같지 않게 똑똑하니까!"

"...그거 나냐?"

"아, 딱히 발만씨라고는 안 했는데, 찔리나 보네?"

"윽, 난 저 꼬맹이가 밉다 미워......."

서로 투닥거리는 핑코와 슈발만을 보면서 이실리아와 소마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둘의 눈이 마주쳤을 때, 소마도 역시 응원의 의미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느껴져.

 

이실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일행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핑코는, 신발을 벗어놓자마자 안방으로 들어갔다. 외출했는데 손도 안 씻은 채 방으로 들어간 이유가 있었다.

"탱이야, 나 왔어!"

핑코가 밝게 인사를 건넨 상대는,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널린 방 구석에 주저앉아 있는 커다란 로봇이었다. 로봇은 핑코에게 응답의 표시를 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탱이는 고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고장난 채로 있었다. 5년 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로봇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핑코는 조금씩 탱이를 손보기 시작했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고장났는지 지금까지도 탱이는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탱이가 고장난 것이 핑코가 6살 때라 핑코가 고장의 원인을 기억해낼 리도 없고.

 

하지만 이실리아와 마찬가지로, 핑코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다. 탱이를 고쳐내야 로봇 경진대회에 등록할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자기 로봇 하나 못 고치는데 괜히 실력자들의 대회에 나갔다가는 꼴찌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전국 로봇 경진대회. 핑코가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매년마다 한 번씩 있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솔직히 우승을 바라는 것은 핑코가 생각해도 터무니없었고, 3등 안에만 들어도 좋다고 춤을 출 핑코였다. 그렇게 상위권에 들면 언론에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내비칠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엄마가 날 알아보고 찾아와 주지 않을까.

 

정확히 핑코의 인생의 목표는, 큰 대회에서 우승해 이름과 얼굴을 전국에 널리 알려 엄마를 찾는 것이었다. 5년 전, 타르타로스 사건이 벌어진 직후 실종된 핑코의 어머니 말이다. 경찰에서도 찾지 못한 엄마였지만, 핑코가 직접 나서서 엄마를 찾으려니 그렇게 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수가 없었다.

 

"자자, 오늘은 어디를 손 봐 줄까...?"

빨간색 작업용 장갑을 끼고, 핑코는 바닥에 뒹굴고 있던 십자 드라이버를 집어들었다. 밤 11시가 좀 넘은 늦은 시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혹시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드라이버를 로봇의 몸통 한 귀퉁이에 있는 나사의 홈집에 끼우고 돌린다.

'끼익-'

오래된 나사가 돌아가는 기분나쁜 마찰음. 아아. 나사를 새 것으로 사 와서 끼우는 걸 또 잊어버렸다. 핑코는 한숨을 내뱉었다. 이게 다 바보 발만씨 때문이라구. 발만씨가 바보만 아니었어도 내가 그렇게 걱정하느라 정작 내 일을 까먹지는 않았을 텐데.

'끼익-끼익-끼익-끼익-'

요란한 소리를 참아내면서 핑코는 몸통 앞의 철판을 고정하고 있던 네 개의 나사를 모두 돌려 뺐다.

'쿵'

철판이 자동으로 방바닥으로 떨어졌고, 탱이의 몸 속 구조가 훤히 드러났다. 분명히 어제 물걸레까지 빨아 와서 닦아냈는데도 불구하고 몸 속 여기저기에 시꺼먼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이 방 안의 공기가 더럽긴 더럽나보군, 하고 핑코는 얼굴을 찌푸렸다. 또 걸레 빨아오기는 귀찮고, 어디를 만져줄까-하고 복잡하게 끼워맞추어져있는 부품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데,

 

'따르르르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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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샤드 시나리오를 아직 못 봤기 때문에 루코가 어떤 성격인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외형을 보아하니 왠지 현대물로 심어 놓으면 개구장이 여학생일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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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

Posted at 2010. 4. 23. 23:01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시험 기간은 안 하던 짓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죠.

*그런데 몇 분이나 이 글을 볼지는....에에, 무플방지위원회에 감사하며 저는 그냥 혼자 조용히 글 연성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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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8시 50분에는 나가야 한다.

 

슈발만은 계속해서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며 면접에 갈 준비를 했다. 칫솔을 문 채로 급히 샤워를 마치고 세수도 급하게 어푸어푸, 대충 몸을 닦고 전날 핑코에 등쌀에 못 이겨 다리미로 다려 놓았던 흰 와이셔츠로 갈아 입은 뒤 헤어 드라이어를 가장 세게 틀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계를 다시 보니 8시 40분. 아침밥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아침밥을 먹어야 하루가 활기차다는데......."

그렇게 멍하니 혼잣말을 하며 슈발만은 잠시 핑코가 자신을 들볶을 때 당부했던 -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는 잔소리였던 - 말들을 떠올려보았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대답하며 주인 아저씨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라고 했던 것 같다.

"바보같은 이미지 말고!"라고 덧붙였었지, 아마.

 

긴 붉은 머리에서 물기가 거의 다 말랐을 때 쯤 슈발만은 헤어 드라이어의 스위치를 내리고, 잠자던 이불 주위에서 자신의 머리끈을 찾았다. 남자치고는 장발이었던 슈발만은 자신의 머리를 꽁지머리로 해 묶고 다녔다. 안 그래도 머리색이 강한 붉은색인데 머리스타일도 흔하지 않은 타입이라서, 슈발만은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좋았어, 그럼 나가볼까!"

 

스스로 기합을 불어 넣고, 슈발만은 핀더스 카페로 향했다.

 

 

 

슈발만은 사실 핀더스 카페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세 끼 먹는데도 돈이 아까워 죽겠는데 카페에서 간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사치였으며, 그나마 핑코와의 (말도 안 되는) 내기에서 졌을 때 와플을 사 주러 몇 번 간 것이 전부였고, 그 때마다 가게에는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알바생이 한 명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미리 가게 사전 조사라도 해 볼 걸 그랬나, 하고 슈발만은 때아닌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는 걸 어찌하랴. 그는 다 아는 잔소리만 늘어놓고 정작 이런 중요한 포인트는 집어주지 않은 핑코를 괜히 탓했다.

 

 

그러는 새에 핀더스 카페 앞에 도착해 버린 슈발만.

 

"좋아, 잘 할 거야, 음 그렇지..."

 

다시금 스스로에게 기합을 불어넣고 그는 카페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래도 모처럼 핑코가 주선해준 자리인데, 기회를 날려 버리면 핑코에게도 미안하고 현재 고정 수입이 없는 자신으로서도 아까운 거였다.

 

 

 

'땡그랑'

유리문이 열리면서 위에 달린 자그마한 종이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카운터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카운터 밑으로 숨겨 놓고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예전의 그 모자라보이는 알바생이로군.

"어서 오세요."

전혀 어서 오라고 반기는 톤이 아닌 목소리. 만약에 여기서 일하게 되면 이 녀석과 같이 지내야 하는 건가. 그건 좀 안 내킬 것 같다고 슈발만은 얼굴을 약간 찌푸렸지만 어쨌든 일자리는 구해놓고 보는 거다.

"저, 오늘 면접을 보러 온 사람입니다만......."

"예?"

슈발만은 손가락으로 뒷쪽 유리벽에 붙어있는 종이를 가리켰다. '급구'라고 크게 프린트된 종이.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아르바이트생은 카운터 뒤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장님-!"

하고 크게 소리쳤다. 그 문 너머가 카페 주인이 있는 사무실인 모양이었다.

 

얼마 안 있어 카페 주인이 카운터 뒤로 나타났다. 4-50대 정도로 보이는, 그러나 정정해 보이는 아저씨. 슈발만은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다-라고 생각하고 자신도 주인 아저씨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미소를 띄웠다.

"혹시 슈발만씨 되시는가?"

"예, 제가 슈발만입니다."

그러자 카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 앞으로 나와 주었다. "잘 왔네. 이야기는 저쪽에 앉아서 하도록 할까."

그가 가리킨 곳은 카페 한 쪽 구석에 있는, 햇빛이 잘 비치는 2인용 자리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면접을 볼 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슈발만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 전개에 살짝 긴장하면서도, 순순히 카페 주인을 따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내 소개부터 하지. 라제드라네. 이 핀더스 카페의 사장이지. 자네에 관해서는 핑코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성실한 젊은이라고 아주 치켜세우더만."

"하하, 그랬습니까,"

핑코가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해 주다니, 이거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우리 유리도 자네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던 것 같던데......."

라제드는 그러면서 유리창 밖을 잠시 쳐다보았다. 슈발만도 그 시선을 따라 밖을 쳐다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 유리...가 누구려나, 하고 슈발만이 머리를 굴리려던 그 때에,

 

 

"-?!"

라제드의 얼굴이 슈발만 코앞까지 다가왔다.

 

"자네, 우리 유리를 만나봤나?"

 

슈발만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년 아저씨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것도 그랬지만, 우리 유리라니, 유리가 대체 누구지? 그리고 하필 이 때에 핑코의 '무조건 긍정적으로 대답'하라던 조언이 떠올라버려서

"예,"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해 버렸다.

 

이럴 수가.

 

게다가 라제드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슈발만은 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나름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 유리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 버렸으니 난 그 사람을 만난 거다. 만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니. 자, 그렇다면 이 유리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렇게 바싹 대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라제드씨에게 중요한 사람일 거다. 아, 혹시...

 

"..매우 아름다우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모님이 아닐까.

 

"흠, 그렇단 말이지......."

라제드는 그제서야 흡족한 표정을 짓고 다시 몸을 끌어당겨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슈발만도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제드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할 수가 있어......."

"...?"

라제드씨, 무슨 말씀이실까. 슈발만의 등에서는 아직 식은땀이 흐르는 게 그치질 않고 있었다.

"자네," 라제드는 슈발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했다. "나이가 몇인가?"

 

"...아, 예, 올해 스물 일곱 됩니다."

윽, 반응이 좀 늦어버렸다-! 작은 실수에 긴장해버린 슈발만.

 

"스물 일곱이라...음음, 20대 후반이면 혈기왕성할 때지....위험할지도...아, 그렇다면....자네 말이네,"

"예!"

악, 이번엔 너무 힘차게 대답한 거 아닌가-! 슈발만은 이것도 실수라고 짐작해버렸다.

"우리 유리를 지켜줄 수 있겠는가?"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야.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예!!"

이번에야말로 자신있게 대답해본다. 지켜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좋았어,"

라제드는 정말로 만족했다는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자네는 합격일세!"

 

"...네?"

 

슈발만은 그 자리에서 굳어있었다. 뭐라구요, 아저씨?

 

"내일부터 여기로 나와서 일하면 되네, 합격일세."

"...아..아, 예!!!"

겨우 사태를 파악한 슈발만은 벌떡 일어나서 라제드에게 90도 허리를 꺾어 감사의 인사를 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합격은 합격인 거고, 슈발만은 일자리를 구한 거다.

"감사합니다, 라제드씨!"

"허허, 대신 우리 유리를 잘 지켜줘야 하네."

그리고서 라제드는 다시 얼굴을 바싹 슈발만에게로 가져갔다. "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두고봄세."

 

"예-예, 맡겨주십시오!"

 

슈발만은 그만 자기 자신도 확신이 없는 대답을 해 버렸다.

 

 

 

 

전혀 업무와는 상관 없는 질문과 거짓 대답 일색이었던 면접이었지만, 슈발만은 어쨌든 핑코의 성의를 저버리지 않았는데다 드디어 고정된 일거리를 얻은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슈발만이 맡을 일은 카운터 뒤에 서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주문받은 것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슈발만이 면접을 볼 동안 계속 카운터에서 무언가 펼쳐보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설명을 해 주었다. 와플을 만드는 기계, 카페의 메뉴에 따라 어떤 시럽을 어떻게 뿌려야 하며 아이스크림을 푸는 요령 등등, 아르바이트생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열성적으로 슈발만에게 아르바이트일을 가르쳐 주었다. 내일부터 천천히 가르쳐주면 되지 왜 한 번에 다 가르쳐주는 것일까, 슈발만은 의아해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워낙 열심이길래 마다할 수도 없고 그저 열심히 들어주었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하는 일들이었으니까.

 

"자 그럼, 질문 있어?"

자신보다 어려보이는데도 말을 쉽게 놓은 이 아르바이트생. 뭐, 이곳에선 그래도 선배인 셈이니까. 슈발만은 그 정도는 봐 주기로 했다.

"아뇨, 대충 다 알 것 같습니다."

"좋아, 이해가 빠른데? 그럼 나야 편하지. 내일부터 잘 해 봐!"

그러면서 그가 지은 환한 표정을 보니, 슈발만은 이 아르바이트일이 하는 사람도 기쁘게 만드는 보람찬 일인가-하고 생각했다. 하긴 자신이 만들어준 와플을 행복하게 한 입 베어무는 손님들을 본다면 기분이 좋아지기는 할 것 같았다.

 

 

 

4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노래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고, 반장이 "차렷-경례"를 외치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인사를 꾸벅 하고, 핑코는 후다닥 제자리에서 나왔다.

"핑코, 점심 안 먹어?"

유리가 그렇게 물어봤을 때 이미 핑코는 교실문을 열고 있었다.

"응, 오늘은 패스!" 라고 소리쳐 대답하면서.

 

핑코는 핀더스 카페로 향하고 있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핑코의 머릿속에서는 옆집 바보 아저씨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던 것이다.

직접 눈으로 이 아저씨가 잘 했는지 어쨌는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핑코는 보았다. 카페에서 나오는 붉은 머리 바보 아저씨를.

 

"-발만씨!!!"

"어, 핑코!"

네가 왜 여기 있냐라는 표정을 한 슈발만에게로 핑코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면접 잘 봤어?"

"으흠,"

슈발만은 좀 뜸을 들이다가,

 

"합격."

이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이고, 그거 갖고는 긴장 안 타거든요? 유리네 아버지가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 아무리 발만씨 같은 바보라고 해도 고용해줄 것 같아서 부탁을 한 거였다고!"

핑코는 슈발만의 수작에 일부러 얼굴을 찌푸려보였다. 물론 기쁜 건 기뻤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슈발만의 표정이 좀 희한했다.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응? 아, 유리네 아버지는 좋으신 분이셔서 발만씨 같은 바보도-"

"유리네..아버지?"

"웅, 핀더스 카페는 유리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잖아!"

 

"아 그럼 유리라는 사람이......."

 

슈발만은 멍해졌다가,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

"헉-발만씨 왜 그래, 미쳤어?"

"아하하하하하하하!!!"

 

어이없고 황당한 나머지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슈발만을 핑코가 진정시키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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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금까지 나온게 슈발만에 핑코에 (1)의 소마에 라제드+유리 부녀.

다른 캐릭터들은 차츰차츰 나오겠지요, 계속 쓴다는 가정 하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게 참..쉽지 않군요. 시험 공부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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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

Posted at 2010. 4. 23. 22:59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니 안 하던 짓이 하고 싶어지는군요.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연성하는 것이라...다소 어색하더라도 그냥 편하게 즐겨주세요.

*(1)이라고 썼는데...이게 원래 만화로 그리려다가, 도저히 그림으로 그려낼 시간이 안 되어서 글로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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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문 뒤에서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핑코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초인종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딩-동'

다소 신경질적인 초인종 소리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나와 줄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아. 어쩔 수 없지. 내가 이러는 것은 당신 잘못이야.

 

핑코는 문을 확 열어 젖혔다. 11살 어린 소녀의 분노에서 나온 힘은 철문을 벽에 쾅 부딪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얼씨구......."

집 안에는 문서들이 어질러져 있었고, 환기가 안 되었는지 집 안에 흐르는 공기도 탁했다. 무엇보다 핑코의 입가를 비틀리게 한 것은, 거실 구석진 곳에 뭉쳐져 있는 이불 더미였다. 천천히 위아래로 들썩이는 낡은 솜이불을, 핑코는 한달음에 걸어가 낚아챘다.

 

이불 아래에 있던 것은 긴 붉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흐뜨려 놓은 채 잠에 빠져있던 남자였다.

 

핑코는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으악!!!!!!!!!!!!!!!!!"

 

"이제까지 자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발만씨!!!"

핑코는 발길질을 당한 등을 정신없이 어루만지는 슈발만을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예상보다 발에 힘이 세게 들어갔는지 슈발만이 방바닥을 굴러 벽에 부딪혀 버렸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사과는 나중으로 하자고 생각하며.

"너-너야말로 남의 집에 무단출입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거냐?"

"어쭈, 대꾸할 정신은 있어서......."

핑코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나보고 깨워달라고 했던 건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러자 슈발만은 잠시 굳어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과하려던 거 취소다, 이 아저씨야.

 

"오늘 무언가 굉-장-히-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그게 뭘까요, 발만씨?"

"으음..."

"너무너무 중요해서 옆집 아이에게까지 깨워달라고 부탁한 일-인-데에?!!"

 

그렇게 하고 나서야 슈발만은 겨우 알았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면접!!!"

"딩동댕~"

핑코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슈발만은 후닥닥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저러는 걸 보니, 뭐 감사 인사는 기대도 안 했지만 받지 못하겠군, 이라고 짐작하고 핑코는 슈발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자신의 임무는 모닝콜뿐이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하시겠지.

그래도 핑코는 나가면서

"면접 잘 하고 와!"

라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거기에 대고 치약 거품이 가득한 칫솔을 문 채 화장실 문 밖으로 머리를 내민 슈발만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여튼, 바보 아저씨 같으니.

 

 

철문을 닫고 집을 나온 핑코는 곧장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슈발만이 중요한 면접에 가야 한다면 자신은 학교에 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슈발만이 면접을 보러 가는 곳은 핑코의 친구 유리네 가게였다. 유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핀더스 카페는 근방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도 숙녀랍시고 입맛이 깐깐한 타입인 핑코도 유리네 카페의 와플 시리즈는 그 맛을 인정했다. 그 카페에서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부착물을 본 핑코는, 마침 옆집에 사는 백수 아저씨가 생각나 유리를 통해 슈발만을 위한 면접을 주선했었던 것이다.

 

'그래도 발만씨는 성실한 편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곱씹으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핑코!"

"아, 소마 오빠!"

 

소마라고 불린 소년은 금새 핑코를 따라잡았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모습은 언제나 한결같구나-하고 핑코는 감탄했다.

"평소보다 조금 늦네? 원래 핑코는 학교 일찍 가잖아."

"아, 발만씨 깨우느라 늦었어."

그러자 소마는 쿡 웃어버렸다. "슈발만씨?"

"오늘 아침에 유리네 카페에 면접보러 가야 하거든. 알지?"

"아, 그게 오늘이었구나."

 

핑코는 아파트 2동 209호에 살고 있었고, 소마는 207호에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인 208호는 슈발만의 집으로, 이 세 사람은 이웃사촌 지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 사람은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부분 알 수 있었고, 그럴 만큼 가까운 사이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핑코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래전부터 이곳 레나르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이미 바로 왼쪽 집에는 붉은 꽁지머리를 한 바보 슈발만 아저씨가 살고 있었고, 그 다음 옆집에는 푸른색 머리를 한 착한 소마 오빠가 자취중이었다. 도대체 몇 년을 이웃 지간으로 보낸걸까, 그 동안 발만씨의 바보 바이러스가 나에게 옮겨 붙은 것은 아닌가, 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핑코는

 

"핑코?"

조금 걱정이 섞인 소마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아침부터 멍하네."

"소마 오빠도 참, 그냥 좀 생각 중이었어."

핑코는 괜찮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가끔 소마는 과하게 남 걱정을 하는 때가 있었다. "뭐, 옆에 오빠 두고 혼자 멍해진 건 미안."

"아냐,"

그제서야 소마는 안심이라고 미소를 띄웠다.

 

그렇게 같이 걷던 핑코와 소마는 어느새 델리오 학교 교문까지 다다랐다. 교문 바로 뒤에 있는 건물이 핑코가 다니는 초등부 건물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마는 여기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럼 핑코, 나중에 보자!"

"웅~"

그러고서 소마는 안쪽으로 급히 뛰어들어갔다. 그러고보니 소마 오빠, 지각인데 일부러 페이스 맞춰준 건가...?

핑코는 고등학교 등교 시간이 초등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떠올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녁에 간식이라도 사다줘야 할 것 같았다. 학교에서 미소년에 모범생이라고 추앙받다시피하는 소마지만, 그런 그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는 약했다.

 

교실에 들어간 핑코는 유리부터 찾았다. 진한 갈색 머리에 큰 빨간 리본을 맨 유리는, 삐죽삐죽 튀어나온 분홍색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묶은 핑코와는 달리 매우 차분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두 사람이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유리야, 아버님께 말씀은 잘 드려 놓았지?"

"응,"

"역시 너밖에 없다,"

한숨을 쉬며 핑코는 제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 뒷자리는 마침 유리의 자리였다.

"매우 성실하고 마음씨 좋으신 분이라고 말씀드렸어."

"그래, 고마워."

"핑코도 열심이네?" 유리의 눈웃음에 핑코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냥 난 그 아저씨가 백수로 지내는 게 영 불쌍해 보여서......."

그러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앉는 핑코에게 유리는 미소만 지어주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핑코가 다소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을 유리는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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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이제 저는 다시 시험 공부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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