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두 번째조각글 두 번째

Posted at 2011. 9. 19. 23:10 | Posted in 소설/썰?!

...첫 번째 글의 카테고리가 어디였지...


1.

"나도 가겠다고."
"에?"

슈발만이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자 크로모도는 미간을 찌푸렸다. 애완동물 - 이름이 알퐁스, 였나 - 에게 자기 몸집만한 짐가방을 매게 하고 끌고 와서는 갑자기 같이 가자고 하니 당연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거늘, 크로모도는 슈발만의 반응이 영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싫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 뭐지, 갑작스러워서?"

슈발만이 급하게 한 대답에 크로모도가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건 사실이었고, 게다가.

"그런데 정말, 갑자기 왜?"
"............뭐,"

크로모도는 시선을 돌리며 안경을 코 위로 올렸다.

"개 한 마리에게 산책이나 시킬 겸 하고."
"뭐?!"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던 크로모도가 다시 슈발만을 바라봤다.

"궁금해졌다. 곱상하게 생겨가지곤 손에 흙도 안 묻혀봤을 것 같은 녀석이 왜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건지. 그 여행이 얼마 만큼의 가치가 있길래 그러는 건지."
"......."

곱상하게 생긴 건 그 쪽에게 어울리는 말 같은걸요.

"그럼, 가자 알퐁스."
"왈!"
"어, 야, 잠깐만 - "

슈발만이 허둥대는 사이 크로모도는 벌써 그린델 마을의 입구까지 걸어가, 도리어 슈발만더러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2.

어쩌다 거쳐가게 된 마나루스 산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된 슈발만과 크로모도는, 힐베르트라는 나이 지긋한 술법사의 배려로 운 좋게도 술법사들의 숙소 한 켠의 빈 방을 쓸 수 있었다.

"크로모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다만, 크로모도가 아까부터 계속 뚱한 표정이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달까.

"......."

기대는 안 했는데 역시나. 크로모도는 묵묵부답이다. 그렇다면 접근 방법을 바꿔볼까.

"..혹시 아까 그 애 때문에?"
"그럴 리가."

이번에는 즉답. 같이 여행하면서 슈발만이 본의 아니게 터득한, 크로모도와의 대화 기술이 먹혔다. 힐베르트님의 등 뒤에 숨어서 퉁명스런 표정으로 자신들을 지켜보던 꼬마 아이가 크로모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그 꼬마가 알퐁스를 보고서는 '뭐야, 이 뚱뚱한 크리쳐는.' 라면서 귀인지 손인지 모를 그 한 쪽을 확 잡아당겨버렸으니.

'똑똑'
"예."

어쩐지 공손한 노크 소리. 방문이 열리고 나타난 것은 검은 단발 머리의 꼬마 아이였다.

"힐베르트님이 전해드리라고 하셨어요. 아침 식사는 오전 7시부터예요. 수행술법사 분들과 같이 식사하시기는 부담스러우실지도 모르니까 내일 7시에 숙소 앞에 나와 계시면 제가 따로 안내해 드릴게요."
"어, 고마워."

슈발만이 고개를 끄덕이자 데미안은 밝게 웃으며 아예 허리를 굽혀 인사를 꾸벅 했다. 그리고는 크로모도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저, 아리엘님이 알퐁스님의 귀를 잡아당긴 건 대신 사과드립니다."
"......."
"그, 그래도 나쁜 분은 아니세요...."
"......."
"저...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침대에 앉은 채 데미안이 다시 방문을 닫고 나갈 때까지 돌아보지도 않던 크로모도는, 문이 닫히자마자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이해가 안 돼."
"응?"

크로모도는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얼굴이 똑같은데 성격이 딴판일 수가 있지."


3.

" - 도와주세요!"

마나루스 산의 정원을 둘러보던 슈발만과 크로모도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데미안이 황급히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도와주세요 - 헉, 헉...."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슈발만 앞에 오고 나서 겨우내 숨을 고른 데미안의 얼굴은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슈발만씨, 아리엘님이.... 아리엘님이...."
"아리엘?"

슈발만의 말에 데미안은 눈물까지 눈가에 매달고서 울먹였다.

"아리엘님이 사라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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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첫 번째조각글 첫 번째

Posted at 2011. 9. 9. 20:49 | Posted in 소설/단편_SS

1.

강화석을 걸레로 반들반들하게 닦고 있던 오그렌이 인기척에 얼굴을 들었다.

연금술점에 손님이 왔다. 마을 입구를 지키는 두 명의 바보 병사들을 빼면 알스메르에서는 무기를 쓰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그렌의 연금술점은 언제나 한산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아까 전에 외지인들 몇 명이 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가게 앞이 잠시 소란스러웠는데, 이번에도 마을 사람이 아니다. 알스메르 사람들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세련미를 갖춘 저런 사람은 외지인 맞다.

"어서오세요."

아니마를 문지르다 말고 걸레를 내려놓은 오그렌은 저도 모르게 곰돌이 후드 앞쪽을 매만져 정리했다. 손님이 보기 드문 미남이어서 그랬을까.


2.

"그래서, 살 건데 말 건데?"

루코가 질렸다는 얼굴로 실눈을 하니 그제서야 아엘로트가 지갑을 꺼내들었다. 그러면서도 웃음기까지 버린 건 아니라서 카드를 빼내면서 계속 키득거리는 것이 루코는 영 못마땅했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찾아와서 수다나 떨고, 이 녀석 정말 할 일 없는 모양이다. 뒤에 손님이 있었다면 좀 더 빨리 쫓아낼 수도 있었으련만 꼭 이럴 때 손님이 없다. 귀찮다는 듯 커피우유의 바코드를 삑 하고 찍은 루코는 건성으로 아엘로트가 건넨 카드를 받아들었다.

"싸인."

역시 건성으로 말했지만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엘로트는 서명을 하면서도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정말이지…. 자, 영수증 - "

핀잔을 주듯 말하던 루코의 시선이 방금 막 뽑아 낸 영수증 위에서 멈칫했다. 정확히는 그 영수증의 서명 란에서 -

"이런 바보야!!!!!!!!"
"악!"


때마침 편의점에 들어 온 지나가던 양아가씨 한 마리는 카운터에서 손님의 정수리에 카드를 정통으로 꽂은 알바생과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트가 그려진 영수증을 봤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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