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2)

Posted at 2010. 4. 23. 23:01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시험 기간은 안 하던 짓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죠.

*그런데 몇 분이나 이 글을 볼지는....에에, 무플방지위원회에 감사하며 저는 그냥 혼자 조용히 글 연성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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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8시 50분에는 나가야 한다.

 

슈발만은 계속해서 벽걸이 시계를 확인하며 면접에 갈 준비를 했다. 칫솔을 문 채로 급히 샤워를 마치고 세수도 급하게 어푸어푸, 대충 몸을 닦고 전날 핑코에 등쌀에 못 이겨 다리미로 다려 놓았던 흰 와이셔츠로 갈아 입은 뒤 헤어 드라이어를 가장 세게 틀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계를 다시 보니 8시 40분. 아침밥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아침밥을 먹어야 하루가 활기차다는데......."

그렇게 멍하니 혼잣말을 하며 슈발만은 잠시 핑코가 자신을 들볶을 때 당부했던 - 솔직히 그의 입장에서는 잔소리였던 - 말들을 떠올려보았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대답하며 주인 아저씨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라고 했던 것 같다.

"바보같은 이미지 말고!"라고 덧붙였었지, 아마.

 

긴 붉은 머리에서 물기가 거의 다 말랐을 때 쯤 슈발만은 헤어 드라이어의 스위치를 내리고, 잠자던 이불 주위에서 자신의 머리끈을 찾았다. 남자치고는 장발이었던 슈발만은 자신의 머리를 꽁지머리로 해 묶고 다녔다. 안 그래도 머리색이 강한 붉은색인데 머리스타일도 흔하지 않은 타입이라서, 슈발만은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좋았어, 그럼 나가볼까!"

 

스스로 기합을 불어 넣고, 슈발만은 핀더스 카페로 향했다.

 

 

 

슈발만은 사실 핀더스 카페에 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세 끼 먹는데도 돈이 아까워 죽겠는데 카페에서 간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사치였으며, 그나마 핑코와의 (말도 안 되는) 내기에서 졌을 때 와플을 사 주러 몇 번 간 것이 전부였고, 그 때마다 가게에는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알바생이 한 명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미리 가게 사전 조사라도 해 볼 걸 그랬나, 하고 슈발만은 때아닌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는 걸 어찌하랴. 그는 다 아는 잔소리만 늘어놓고 정작 이런 중요한 포인트는 집어주지 않은 핑코를 괜히 탓했다.

 

 

그러는 새에 핀더스 카페 앞에 도착해 버린 슈발만.

 

"좋아, 잘 할 거야, 음 그렇지..."

 

다시금 스스로에게 기합을 불어넣고 그는 카페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래도 모처럼 핑코가 주선해준 자리인데, 기회를 날려 버리면 핑코에게도 미안하고 현재 고정 수입이 없는 자신으로서도 아까운 거였다.

 

 

 

'땡그랑'

유리문이 열리면서 위에 달린 자그마한 종이 맑은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카운터에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 카운터 밑으로 숨겨 놓고 읽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예전의 그 모자라보이는 알바생이로군.

"어서 오세요."

전혀 어서 오라고 반기는 톤이 아닌 목소리. 만약에 여기서 일하게 되면 이 녀석과 같이 지내야 하는 건가. 그건 좀 안 내킬 것 같다고 슈발만은 얼굴을 약간 찌푸렸지만 어쨌든 일자리는 구해놓고 보는 거다.

"저, 오늘 면접을 보러 온 사람입니다만......."

"예?"

슈발만은 손가락으로 뒷쪽 유리벽에 붙어있는 종이를 가리켰다. '급구'라고 크게 프린트된 종이.

"아!"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아르바이트생은 카운터 뒤에 있던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장님-!"

하고 크게 소리쳤다. 그 문 너머가 카페 주인이 있는 사무실인 모양이었다.

 

얼마 안 있어 카페 주인이 카운터 뒤로 나타났다. 4-50대 정도로 보이는, 그러나 정정해 보이는 아저씨. 슈발만은 인자해 보이는 인상이다-라고 생각하고 자신도 주인 아저씨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미소를 띄웠다.

"혹시 슈발만씨 되시는가?"

"예, 제가 슈발만입니다."

그러자 카페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 앞으로 나와 주었다. "잘 왔네. 이야기는 저쪽에 앉아서 하도록 할까."

그가 가리킨 곳은 카페 한 쪽 구석에 있는, 햇빛이 잘 비치는 2인용 자리였다. 사무실에 들어가 면접을 볼 거라고 짐작하고 있던 슈발만은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 전개에 살짝 긴장하면서도, 순순히 카페 주인을 따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내 소개부터 하지. 라제드라네. 이 핀더스 카페의 사장이지. 자네에 관해서는 핑코로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네. 성실한 젊은이라고 아주 치켜세우더만."

"하하, 그랬습니까,"

핑코가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해 주다니, 이거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우리 유리도 자네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던 것 같던데......."

라제드는 그러면서 유리창 밖을 잠시 쳐다보았다. 슈발만도 그 시선을 따라 밖을 쳐다봤지만,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런데 우리 유리...가 누구려나, 하고 슈발만이 머리를 굴리려던 그 때에,

 

 

"-?!"

라제드의 얼굴이 슈발만 코앞까지 다가왔다.

 

"자네, 우리 유리를 만나봤나?"

 

슈발만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중년 아저씨의 얼굴이 바로 앞에 있는 것도 그랬지만, 우리 유리라니, 유리가 대체 누구지? 그리고 하필 이 때에 핑코의 '무조건 긍정적으로 대답'하라던 조언이 떠올라버려서

"예,"

반사적으로 거짓말을 해 버렸다.

 

이럴 수가.

 

게다가 라제드의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슈발만은 이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나름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 유리라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 버렸으니 난 그 사람을 만난 거다. 만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니. 자, 그렇다면 이 유리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렇게 바싹 대고 물어보는 것을 보면 라제드씨에게 중요한 사람일 거다. 아, 혹시...

 

"..매우 아름다우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모님이 아닐까.

 

"흠, 그렇단 말이지......."

라제드는 그제서야 흡족한 표정을 짓고 다시 몸을 끌어당겨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슈발만도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데 갑자기 라제드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 위험할 수가 있어......."

"...?"

라제드씨, 무슨 말씀이실까. 슈발만의 등에서는 아직 식은땀이 흐르는 게 그치질 않고 있었다.

"자네," 라제드는 슈발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질문했다. "나이가 몇인가?"

 

"...아, 예, 올해 스물 일곱 됩니다."

윽, 반응이 좀 늦어버렸다-! 작은 실수에 긴장해버린 슈발만.

 

"스물 일곱이라...음음, 20대 후반이면 혈기왕성할 때지....위험할지도...아, 그렇다면....자네 말이네,"

"예!"

악, 이번엔 너무 힘차게 대답한 거 아닌가-! 슈발만은 이것도 실수라고 짐작해버렸다.

"우리 유리를 지켜줄 수 있겠는가?"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질문이야.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예!!"

이번에야말로 자신있게 대답해본다. 지켜달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좋았어,"

라제드는 정말로 만족했다는 표정을 만들어 보였다. "자네는 합격일세!"

 

"...네?"

 

슈발만은 그 자리에서 굳어있었다. 뭐라구요, 아저씨?

 

"내일부터 여기로 나와서 일하면 되네, 합격일세."

"...아..아, 예!!!"

겨우 사태를 파악한 슈발만은 벌떡 일어나서 라제드에게 90도 허리를 꺾어 감사의 인사를 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합격은 합격인 거고, 슈발만은 일자리를 구한 거다.

"감사합니다, 라제드씨!"

"허허, 대신 우리 유리를 잘 지켜줘야 하네."

그리고서 라제드는 다시 얼굴을 바싹 슈발만에게로 가져갔다. "유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때는 두고봄세."

 

"예-예, 맡겨주십시오!"

 

슈발만은 그만 자기 자신도 확신이 없는 대답을 해 버렸다.

 

 

 

 

전혀 업무와는 상관 없는 질문과 거짓 대답 일색이었던 면접이었지만, 슈발만은 어쨌든 핑코의 성의를 저버리지 않았는데다 드디어 고정된 일거리를 얻은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슈발만이 맡을 일은 카운터 뒤에 서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주문받은 것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슈발만이 면접을 볼 동안 계속 카운터에서 무언가 펼쳐보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이 설명을 해 주었다. 와플을 만드는 기계, 카페의 메뉴에 따라 어떤 시럽을 어떻게 뿌려야 하며 아이스크림을 푸는 요령 등등, 아르바이트생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굉장히 열성적으로 슈발만에게 아르바이트일을 가르쳐 주었다. 내일부터 천천히 가르쳐주면 되지 왜 한 번에 다 가르쳐주는 것일까, 슈발만은 의아해했지만 아르바이트생이 워낙 열심이길래 마다할 수도 없고 그저 열심히 들어주었다. 어차피 자신이 해야하는 일들이었으니까.

 

"자 그럼, 질문 있어?"

자신보다 어려보이는데도 말을 쉽게 놓은 이 아르바이트생. 뭐, 이곳에선 그래도 선배인 셈이니까. 슈발만은 그 정도는 봐 주기로 했다.

"아뇨, 대충 다 알 것 같습니다."

"좋아, 이해가 빠른데? 그럼 나야 편하지. 내일부터 잘 해 봐!"

그러면서 그가 지은 환한 표정을 보니, 슈발만은 이 아르바이트일이 하는 사람도 기쁘게 만드는 보람찬 일인가-하고 생각했다. 하긴 자신이 만들어준 와플을 행복하게 한 입 베어무는 손님들을 본다면 기분이 좋아지기는 할 것 같았다.

 

 

 

4교시가 끝났음을 알리는 노래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고, 반장이 "차렷-경례"를 외치고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인사를 꾸벅 하고, 핑코는 후다닥 제자리에서 나왔다.

"핑코, 점심 안 먹어?"

유리가 그렇게 물어봤을 때 이미 핑코는 교실문을 열고 있었다.

"응, 오늘은 패스!" 라고 소리쳐 대답하면서.

 

핑코는 핀더스 카페로 향하고 있었다. 학교에 있는 동안 핑코의 머릿속에서는 옆집 바보 아저씨에 대한 걱정이 떠나질 않았던 것이다.

직접 눈으로 이 아저씨가 잘 했는지 어쨌는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리고 핑코는 보았다. 카페에서 나오는 붉은 머리 바보 아저씨를.

 

"-발만씨!!!"

"어, 핑코!"

네가 왜 여기 있냐라는 표정을 한 슈발만에게로 핑코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면접 잘 봤어?"

"으흠,"

슈발만은 좀 뜸을 들이다가,

 

"합격."

이라고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이고, 그거 갖고는 긴장 안 타거든요? 유리네 아버지가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 아무리 발만씨 같은 바보라고 해도 고용해줄 것 같아서 부탁을 한 거였다고!"

핑코는 슈발만의 수작에 일부러 얼굴을 찌푸려보였다. 물론 기쁜 건 기뻤다-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런데, 슈발만의 표정이 좀 희한했다.

"너, 방금 뭐라 그랬냐..?"

"..응? 아, 유리네 아버지는 좋으신 분이셔서 발만씨 같은 바보도-"

"유리네..아버지?"

"웅, 핀더스 카페는 유리네 아버지가 운영하시는 가게잖아!"

 

"아 그럼 유리라는 사람이......."

 

슈발만은 멍해졌다가, 뜬금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

"헉-발만씨 왜 그래, 미쳤어?"

"아하하하하하하하!!!"

 

어이없고 황당한 나머지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슈발만을 핑코가 진정시키는데는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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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지금까지 나온게 슈발만에 핑코에 (1)의 소마에 라제드+유리 부녀.

다른 캐릭터들은 차츰차츰 나오겠지요, 계속 쓴다는 가정 하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는 게 참..쉽지 않군요. 시험 공부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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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레나르트 아파트에 어서오세요 (1)

Posted at 2010. 4. 23. 22:59 | Posted in 소설/레나르트아파트에어서오세요

타르타로스 공식 카페(http://cafe.naver.com/tata0)에 올렸던 소설 모음입니다.
그 당시 썼던 글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시험 기간이 되니 안 하던 짓이 하고 싶어지는군요.

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연성하는 것이라...다소 어색하더라도 그냥 편하게 즐겨주세요.

*(1)이라고 썼는데...이게 원래 만화로 그리려다가, 도저히 그림으로 그려낼 시간이 안 되어서 글로 끄적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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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초인종을 눌렀는데도 문 뒤에서는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핑코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초인종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딩-동'

다소 신경질적인 초인종 소리에도 불구하고, 집주인은 나와 줄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아. 어쩔 수 없지. 내가 이러는 것은 당신 잘못이야.

 

핑코는 문을 확 열어 젖혔다. 11살 어린 소녀의 분노에서 나온 힘은 철문을 벽에 쾅 부딪히게 하기에 충분했다.

"...얼씨구......."

집 안에는 문서들이 어질러져 있었고, 환기가 안 되었는지 집 안에 흐르는 공기도 탁했다. 무엇보다 핑코의 입가를 비틀리게 한 것은, 거실 구석진 곳에 뭉쳐져 있는 이불 더미였다. 천천히 위아래로 들썩이는 낡은 솜이불을, 핑코는 한달음에 걸어가 낚아챘다.

 

이불 아래에 있던 것은 긴 붉은 머리를 아무렇게나 흐뜨려 놓은 채 잠에 빠져있던 남자였다.

 

핑코는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으악!!!!!!!!!!!!!!!!!"

 

"이제까지 자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발만씨!!!"

핑코는 발길질을 당한 등을 정신없이 어루만지는 슈발만을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예상보다 발에 힘이 세게 들어갔는지 슈발만이 방바닥을 굴러 벽에 부딪혀 버렸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 사과는 나중으로 하자고 생각하며.

"너-너야말로 남의 집에 무단출입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거냐?"

"어쭈, 대꾸할 정신은 있어서......."

핑코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나보고 깨워달라고 했던 건 기억을 못하는 건가?"

그러자 슈발만은 잠시 굳어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과하려던 거 취소다, 이 아저씨야.

 

"오늘 무언가 굉-장-히-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그게 뭘까요, 발만씨?"

"으음..."

"너무너무 중요해서 옆집 아이에게까지 깨워달라고 부탁한 일-인-데에?!!"

 

그렇게 하고 나서야 슈발만은 겨우 알았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면접!!!"

"딩동댕~"

핑코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슈발만은 후닥닥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저러는 걸 보니, 뭐 감사 인사는 기대도 안 했지만 받지 못하겠군, 이라고 짐작하고 핑코는 슈발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자신의 임무는 모닝콜뿐이었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하시겠지.

그래도 핑코는 나가면서

"면접 잘 하고 와!"

라는 인사는 잊지 않았다. 거기에 대고 치약 거품이 가득한 칫솔을 문 채 화장실 문 밖으로 머리를 내민 슈발만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하여튼, 바보 아저씨 같으니.

 

 

철문을 닫고 집을 나온 핑코는 곧장 엘레베이터로 향했다. 슈발만이 중요한 면접에 가야 한다면 자신은 학교에 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슈발만이 면접을 보러 가는 곳은 핑코의 친구 유리네 가게였다. 유리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핀더스 카페는 근방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도 숙녀랍시고 입맛이 깐깐한 타입인 핑코도 유리네 카페의 와플 시리즈는 그 맛을 인정했다. 그 카페에서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부착물을 본 핑코는, 마침 옆집에 사는 백수 아저씨가 생각나 유리를 통해 슈발만을 위한 면접을 주선했었던 것이다.

 

'그래도 발만씨는 성실한 편이니까.'

그렇게 생각을 곱씹으며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다.

 

"핑코!"

"아, 소마 오빠!"

 

소마라고 불린 소년은 금새 핑코를 따라잡았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모습은 언제나 한결같구나-하고 핑코는 감탄했다.

"평소보다 조금 늦네? 원래 핑코는 학교 일찍 가잖아."

"아, 발만씨 깨우느라 늦었어."

그러자 소마는 쿡 웃어버렸다. "슈발만씨?"

"오늘 아침에 유리네 카페에 면접보러 가야 하거든. 알지?"

"아, 그게 오늘이었구나."

 

핑코는 아파트 2동 209호에 살고 있었고, 소마는 207호에 살고 있었다. 그 가운데인 208호는 슈발만의 집으로, 이 세 사람은 이웃사촌 지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 사람은 서로의 일거수 일투족을 대부분 알 수 있었고, 그럴 만큼 가까운 사이기도 했다. 가까운 사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핑코는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 가장 오래전부터 이곳 레나르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이미 바로 왼쪽 집에는 붉은 꽁지머리를 한 바보 슈발만 아저씨가 살고 있었고, 그 다음 옆집에는 푸른색 머리를 한 착한 소마 오빠가 자취중이었다. 도대체 몇 년을 이웃 지간으로 보낸걸까, 그 동안 발만씨의 바보 바이러스가 나에게 옮겨 붙은 것은 아닌가, 하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핑코는

 

"핑코?"

조금 걱정이 섞인 소마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 아침부터 멍하네."

"소마 오빠도 참, 그냥 좀 생각 중이었어."

핑코는 괜찮다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가끔 소마는 과하게 남 걱정을 하는 때가 있었다. "뭐, 옆에 오빠 두고 혼자 멍해진 건 미안."

"아냐,"

그제서야 소마는 안심이라고 미소를 띄웠다.

 

그렇게 같이 걷던 핑코와 소마는 어느새 델리오 학교 교문까지 다다랐다. 교문 바로 뒤에 있는 건물이 핑코가 다니는 초등부 건물이었고,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마는 여기에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럼 핑코, 나중에 보자!"

"웅~"

그러고서 소마는 안쪽으로 급히 뛰어들어갔다. 그러고보니 소마 오빠, 지각인데 일부러 페이스 맞춰준 건가...?

핑코는 고등학교 등교 시간이 초등학교와 다르다는 것을 떠올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저녁에 간식이라도 사다줘야 할 것 같았다. 학교에서 미소년에 모범생이라고 추앙받다시피하는 소마지만, 그런 그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는 약했다.

 

교실에 들어간 핑코는 유리부터 찾았다. 진한 갈색 머리에 큰 빨간 리본을 맨 유리는, 삐죽삐죽 튀어나온 분홍색 머리를 양쪽으로 갈라 묶은 핑코와는 달리 매우 차분한 분위기의 소녀였다. 두 사람이 친한 친구 사이라는 것이 다소 어울리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유리야, 아버님께 말씀은 잘 드려 놓았지?"

"응,"

"역시 너밖에 없다,"

한숨을 쉬며 핑코는 제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그 뒷자리는 마침 유리의 자리였다.

"매우 성실하고 마음씨 좋으신 분이라고 말씀드렸어."

"그래, 고마워."

"핑코도 열심이네?" 유리의 눈웃음에 핑코는 화들짝 놀랐다.

"아니, 그냥 난 그 아저씨가 백수로 지내는 게 영 불쌍해 보여서......."

그러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앉는 핑코에게 유리는 미소만 지어주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핑코가 다소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을 유리는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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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이제 저는 다시 시험 공부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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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엘로트 SD 버젼//아엘로트 SD 버젼//

Posted at 2010. 4. 23. 22:20 | Posted in 그림/완성!


티스토리에 올리는 첫 그림으로 이걸 선택-!
기본 크기라는 게 이 정도 크기로군요//




픽시브에서 태그 퍼 왔더니 이렇게 나오네요<<

그린 과정은 이곳으로 :: http://blog.naver.com/youngrim2712/110084527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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